한국은 OECD 국가들중에서 남녀의 임금이 큰 차이가 나는 나라중에 하나입니다. 이것에 관해서 정확한 출처가 뭐였는지 생각이 안나는데, 오마담님인가, 한그루님인가가 링크로 보여준 논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그 논문을 읽어 보고서 그 내용을 정리한 댓글을 썼던 기억이 나거든요. (좀 찾아봤는데, 댓글이라서 찾기가 힘드네요. 젠장 -_-;; 지금은 출장가는 중이라 시간이 빠듯한데, 나중에 논문 자체를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논문의 주요 포인트 하나가 대한민국에서 남녀임금이 차이가 나는 큰 이유는 단순히 남녀차별보다는, 근속기간의 차이로 인한 기혼남녀의 임금 차이, 즉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주된 이유였다는 것이지요. [추후에 추가힘: 관련된 논문과 그 내용은 본문 아래에 추가한 덧글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게된 계기는 실은 심심해서 인터넷질 하다가 읽은 이 글 때문입니다.

임신 후 팀 내 왕따.. 어쩌죠

http://pann.nate.com/talk/329350538


글의 내용은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직장에서 성과도 잘 나오고 승진도 빠른 한 여성이 (결혼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로 갑자기 찾아온 임신때문에 팀 원들에게 눈치와 왕따를 받다가 결국은 몇일만에 팀원들의 환대(?)속에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요새는 여성들의 대학진학이나 학력, 능력 어느 면에서도 남녀차이는 없습니다. 임신과 육아때문에 퇴직을 하게 된다는 것은 그 미래소득의 현가를 계산해보았을 때에도 개인적, 가계적으로 대단히 큰 손해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대의 황금기에 대부분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서 쌓은 여성들의 휴먼캐피탈(+경력과 경험)이 없어진다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훨씬 더 큰 손실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복지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복지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성장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고, 미래 세대의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지요. 뭐 최근에 지적되는 출산률 저하 문제가 앞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그 공포는 누구나 느끼고 있겠지만서도.

생산적 복지란 바로 여기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복지를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미래에 훨씬 이득이 남는 투자의 의미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조심할 것은 투자 대상이 되지 않는 측면에는 복지를 하지 않겠다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 위의 링크된 글과 그 댓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생산적 복지를 위해서는 단순히 그 법적 체제를 잘 갖추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의식 개혁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퇴사를 결심하게 된 건 지난 목요일 팀원들과의 대화 이후입니다. 왜 이렇게 한순간에 바뀌어버린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조용히 이야기를 해보자 했더니 제 탓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임신하고 버티고 있으면 이제까지 열심히 해왔던만큼 야근도 못할테니 능률이 떨어지고, 출산휴가를 가게되면 육아휴직을 안쓰더라도 3개월간 오는 대체인력으로 인해 능률이 떨어지고, 복귀해서 적응하는 동안 또 능률이 떨어질텐데. 결국은 본인이 얼마나 팀에 피해를 끼치게 될 지 생각해보았느냐고 하였습니다. 출산예정일까지 컨디션 조절 해가며 일해야 할 텐데 그 자체만으로도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고 배려가 없다구요. 저 없는동안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제가 와도 웃으며 반길 수가 없었노라고. 


그동안 살갑게 잘 지내왔던 동료들이 임신했다라는 말을 듣고서 한순간에 자신을 왕따로 시킨 이유입니다. 한편으로 이해가 가지만 상당히 씁씁하네요. 이 원글쓴이의 여성동료들은 자신이 언젠가 결혼하고 임신하게 되었을 때, 또 남성 동료들은 자기 배우자의 문제에 있어서 비슷한 상황이 자기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아마도 알고서도 모른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단적으로 한국 사회가 가진 큰 문제점중의 하나가 노동자들의 연대의식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대의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동료들끼리의 정이나 의리의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연대의식의 부족은 잠깐동안 자기에게 올 조그마한 피해 때문에 앞으로 롱텀으로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될 상황에서 사회 전체에 큰 손실을 주게 되는 소탐대실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식의 노동자들끼리의 왕따에 의한 강제퇴사는 경제학적으로 같은 노동자들끼리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롱텀으로 더 큰 손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 왜 노동자뿐만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들에게도 손해가 되는지는 아래의 덧글에 IMF 보고서를 근간한 짤막하게 요약된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끼리 싸울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개인 노동자의 문제이고, 따라서 해당 주체들인 고용인-사용자가 알아서 해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회사가 고용인을 억압하면 같은 노동자들이 나서서 연대를 해서 막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오히려 거꾸로 회사는 가만히 있는데, 노동자들이 나서서 왕따를 시키고 있는 형편이라.... 하긴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비슷한 상황을 많이 보아오긴 했습니다만. 쩝.

이런 사회 환경속에서 비정규직 문제, 갑을 문제, 더 나아가서 가장 근본적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 좀 갑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산적 복지로 가기 위해서는 그 법률적 도입과 더불어 노동자 연대에 관한 상당 수준의 의식교육, 또는 캠페인, 아니면 뭔가 다른 차원의 사회적 의식 기반을 만드는 것도 같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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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글을 써놓고서 시간 맞춰 가려고 하였으나, 비행기가 두어번 계속 출발 지연 되는 바람에 시간이 많아져버렸습니다. 위에 말한 자료가 어디있나 해서 한참 찾아봤는데, 드디어 찾았습니다. (그리 비루하지만은 않은 검색능력입니다. 음홧홧홧. 비행편이 결과적으로 11시간이나 지연이 되었는데 이게 좋아할 일인가 싶기는 하지만... oTL) 

전에 오마담님이 주신 링크였네요.


[한국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의 변화 - 혼인상태 및 직종특성별 비교 (정진화 2007)]

여기에 달린 제가 쓴 댓글을 올려드립니다.

오마담님께서 괜찮은 논문 두개를 발굴해서 오셨네요. 대략 살펴보니 논문이 나온 시간상, 그리고 자료의 양을 보면 두번째 것보다 첫번째 것이 훨씬 더 볼만 하네요.

굵직한 것들을 정리를 약간 해보자면,

1. 1985년에서 2004년까지의 20년간 성별 임금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1985년에는 남성 의 평균 시간당 임금이 여성의 평균 시간당 임금의 2.26배, 2004년에는 그  격차가 1.64배로 줄어들음)

2. 성별 생산성 차이에 의한 임금격차가 크게 줄어들기는 했으나 성별 임금격차의  60~85%는 여전히 생산성 차이에 의한 임금격차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지: 생산성을 결정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교육수준과 근속기간이다. 현재 남녀의 교육차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3. 미혼여성과 달리 기혼여성의 경우 잔여임금격차가 매우 크다. 이것은 육아부담 등으로 인한 관찰되지 않은 생산성 차이가 기혼여성에게서 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4. 여성집중직종에 비해 남성집중직종에서 잔여임금격차가 크고 여성 페널티가 크다.


이상 이 네가지를 요약해보자면, 일단 남녀 임금의 차이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혼 남녀 사원의 차이는 별로 없는 데, 기혼 남녀의 임금의 격차가 크다고 나옵니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육아 부담이나 가사 문제 같은 것이 이유가 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차별에 의한 차이보다는 실제 생산성때문에 벌어지는 차이가 큰데, 이 이유는 근속기간때문에 그런다는 것입니다. 결국 여성들이 직장에 오래 다니지 않거나 다니더라도 일을 열심히 할 수 없는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남자들이 많은 직종에 여자가 들어가면 여전히 차별을 받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즉, 최근에 올 수록 임금격차는 해소되고 있으나 육아나 가사에서 해방되지 못한 여성 복지의 문제때문에 남녀임금 격차가 해소되는 것이 더디어지고 있다라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 싶네요. 그러니깐 정답은 복지를 하면 남녀 임금 차별도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전에 한그루님이 쓰신 글에 있는 IMF 보고서와도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링크를 찾아가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서 정리를 해드리면, 제가 한그루님 쓰신 글에 덧글로 이렇게 적은 것을 보시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는 (고급인력 또는 고급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을 비정규직이 막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결국은 기업들이 단지 임금을 싸게 지불하기 위하여 쓰고 있는 비정규직때문에 정작 생산성이 높은 직원들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고, 그게 기업들이 성장하는 것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IMF 보고서에 복지를 늘릴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것도 아마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위한 복지지출과 관계가 많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