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도와 안철수

안철수 탈당 이후로 여론 조사들이 나오면서 세간에서 여러가지 분석을 하더군요. 그런데 분석을 하는 기준이 '정태적'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영 마음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일단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안철수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가 늘어났다라고 본다는 것이 있습니다. 여론 조사마다 차이가 나지만, 결론은 대략 새누리 지지층이 5-10% 정도 빠지고, 문재인당(당명이 곡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에 새민련이라 하지 않고 이하문재인당이라고 하겠습니다.)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되어 2-3% 정도 올랐고, 그 사이에 있는 중도(무당층)가 안철수당(당명이 아직 없기에 이하 안철수당이라고 하겠습니다) 으로 결집했다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이 논리가 언뜻 들으면 말이 그럴싸한 것 같지만, 여기에 숨어있는 한가지 전제 조건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문재인당을 지지하면 좌, 새누리를 지지하면 우라고 정의해놓고 그 가운데에 안철수가 있으니 그냥 중도다라고 한꺼번에 취급해버린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정의당을 지지하면 훨씬 더 진보라고 하면서 생각하면서 희희덕 거리는 노유진같은 사람들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납니다. 무슨 좌파, 진보를 한다는 것이 훈장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참고 있는 듯 보여서 말이지요. 

그런데, 과연 중도, 무당파, 또는 정치혐오층 이렇게 불리우는 사람들의 정치 스펙트럼을 그저 좌파와 우파의 중간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 아크로에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유저들이 꽤나 보입니다. 이런 분들한테 지금 전화로 여론조사를 물어보면 당연히 안철수당 지지한다고 대답하겠죠. 그런데, 시간을 돌려서 2-3개월 전으로 돌아가봅시다. 그때 이분들에게 여론 조사가 전화가 왔다면 이들이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저같은 사람은 당시에 당연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저랑 비슷하게 대답하실 분들 많지 않을까 합니다.  아크로 유저들뿐만 아니라, 제가 아는 지인분들이나 오랜 친구들이 어땟을까를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이 그때는 무당층이었을 것이고, 지금은 반은 안철수당을 지지한다고 했을 것이고, 나머지는 그냥 여전히 무당층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자, 이들의 실제 정치적 스펙트럼은?  제 생각에는 전부 다 제 각각이에요. 이들은 기본적으로는 야권 지지자들입니다.  일부는 총선에서는 투표를 안하기도 하지만, 대선에 가면 대부분은 꼭 야권 주자에게 투표하던 사람들이나까요. 오히려 여론조사 기준이 아니라, 정치성향 테스트를 해서 나오는 결과로 치자면 이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실제로 문재인당 지지층들보다 왼쪽이 있을 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사실 왼쪽인지 오른쪽인지가 별 의미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왜하냐고 하면, 앞으로 안철수 신당이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흔히 분석하는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라는 말의 한계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지금 안철수 신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정치적 스펙트럼에서의 '중도'적인 정책을 안철수가 실행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안철수 신당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문병호나 몇몇 의원들, 즉 문재인당에서 탈당해서 안철수당에 들어가기로 하는 의원들이 그 인터뷰에서 '중도'를 자주 언급하면서 외연확장이니 뭐니 이런 식으로 언급하는 것이 가끔 눈에 보입니다. 저는 이게 그저 단순한 레토릭이라도 별로 좋은 전략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하지만,  이분들이 정말로 스펙트럼상의 중도를 겨냥하여 그런 말씀들을 하신 것이면 이것은 착각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적드리고 싶습니다.


2. 시대정신과 안철수

어제 안철수가 창당선언을 하고 기자회견과 간담회를 했는데, 저는 요사이 아크로에서 원하는 수준의 내용을 상당 수분을 포함한 이야기를 어느정도 했다고 보고 있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아크로에서 몇몇 분들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신 것 같은데, 지금 시대가 원하는 정신에 대해서 제가 대략 정리해보자면 (a) 대화와 타협을 밑바탕으로 한 합리적 개혁 (b) 양극화와 장기불황을 대비한 경제 체제 혁신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안철수가 기조 연설에서 새정치의 목표와 비젼으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변화를 변화를 이야기한 후 첫번째로 공정성장, 즉 (b)를 이야기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이유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기본 골자로 내놓고서 개혁을 하되 앞으로의 중장기적 성장 바탕을 교육개혁으로 하겠다라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조 연설 곳곳에 경청, 소통과 공감, 나누는 마음을 여러번 강조함으로써 시급한 현안을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개혁, 즉 (a)로 이루어내겠다고 여러번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합리성과 그리고 거기에서 따라오는 전문성을 안철수 신당 자체가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서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당층의 주류는 현 양당체제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신물이 난 침묵하는 다수라고 봅니다. 이들이 안철수에게 몰려든다는 것은 바로 이 시대정신의 물결이 존재하고 그것을 안철수가 타고 오르려고 하는 노력을 가상히 여겨서 그에게 기대를 걸어본다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편으로는 팬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레알일 수도 있다라는 것은 충분히 받아드릴 만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팬심이 아닌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치가 개혁되기를 원하는 열망이 거기에 담겨 있기에 안철수가 아닌 그 누구라도 이 시대정신의 물결을 타려고만 노력한다면 지지해줄 용의가 있는 세력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오히려 이 시대가 원하는 진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안신당이 이것을 가지고 앞으로 진보니 중도니 이러면서 헤게모님 싸움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1. 중도와 안철수'에서 제가 이야기한 것처럼 안신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중도층이 원한다고 여겨지는 그 실체가 불분명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시대정신의 충실한 이행,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나누어주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구 세력과 낡은 진보의 이념 싸움에 끼어 중산층과 서민들만 죽여나갔던 정치가 제 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