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머중에 이런게 있습니다.

   A: 연애에 있어서 외모가 지역 예선이라면, 본선은 내면의 아름다움이야.
   B: 아, 그러니까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모보다 훨씬더 중요하다는 말이군요.
   A: 아니,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면, 본선은 나가 보지도 못한다는 뜻이지.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건 최근 안철수 의원 탈당 이래로 불어오는 정계 개편의 바람을 통해서 호남이 가진 정치적 파워의 본질이 보여지고 있는 것 같아서 입니다.

인구 비례상  (전남+전북+광주) : (대구 + 경북) : (부산 + 울산 + 경남)이 대략 1:1:1.5 정도 됩니다.  여기에 더 참고하자면, (충남+충북+대전)이 1.0, 경기가 2.5, 서울이 2.0 정도 됩니다. (제주 + 강원)은 0.5 정도. 단순 인구 비례 만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호남이 아무리 선택 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호남만 가지고는 정권을 차지해 올 수 없습니다.  http://plogds.tistory.com/375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느냐 야권의 주도권을 잡느냐의 바로미터는 호남 민심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모든 평론가들과 뉴스에서도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남 민심에 가장 민감한 현역 의원들 및 대의원들의 탈당 도미노와 복수의 다른 여론 조사 결과는 호남 민심이 지금 새정치연합 대신 안철수 신당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안철수 신당의 관심도와 전국 지지율은 점점 상승해 가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금 야권 주류들이나 그쪽 계열의 이름난 정치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항상 말하던 것과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었기 때문입니다. 

"호남을 바라보다가는 호남에 갇히게 된다. 호남에 갇히게 되면 타지역에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의 생각 방식은 얼마전에 방송에서 물의를 빚은 모 개그맨의 말과 비슷합니다.

"야당은 호남당이라 지지하기 싫다."

그런데 지금 관찰되는 상황은 그것과 다릅니다. 안철수와 신당파에 대한 반향은 호남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고, 그에 대한 호응이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호남이 지지하면 사람들이 싫어한다면서요? 호남에서 신당 세력에 대한 지지가 늘면 다른 지역에서는 지지가 떨어저야 하는거 아닌가요? 

근데 이 양상 어디서 본거 같지 않습니까? 2002년에 고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면서 '노풍'을 일으킬 때의 양상과 아주 유사합니다. 그때도 군소 후보로만 여겨졌던 고노무현 후보가 호남의 젊은 엘리트 정치인 (천정배 의원)에게 지지를 받고, 광주에서 놀랍게도 경선 1위를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일거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혹자는 전국에 펼쳐져 있는 호남 2세대 및 호남 향우회의 위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어쨌거나 호남은 현재 야권의 대주주입니다 그 이유가 역사적인 것이건, 방어적인 것이건 간에 말입니다. 그말인 즉슨, 야권의 주도 세력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은 야권의 대주주인 호남에게 걸려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호남에서 야권 주도 세력을 선택해서 제시하면,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과 서울에서, 아니면 소위 "중도 무당파 계층"이 거기에 호응할지 아닐지를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수도권/서울/무당파라는 사람들은 앞장서서 정치적인 결사체를 주체적으로 운영할 필요를 못느끼는 사람들이고, 그러기에 여당과 야당 중에서 하나 고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호남의 정치적 파워는 여기에 있습니다. 맨 앞에서 연애와 외모에 관한 오래된 농담을 소개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호남에서 선택해 주지 않으면, 애당초 자격 미달입니다. 야권 대표주자 타이틀을 달고 전국대회에 나갈 수가 없다는 겁니다. 

호남의 지지율이 신당 세력 안철수 신당 (및 천정배 신당)에 쏠릴 수록, 기존 새민련이 가지고 있던 '야권 대표주자' 타이틀은 빛이 바라게 됩니다. 지금에야 데리고 있는 국회의원들 가지고 목에 힘줘 볼 수 있겠지만, 어짜피 내년 4월이면 총선입니다. 사람들은 '현재' 보다는 '미래'를 보고 자기 표를 투자할 겁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감각을 제가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때, 문재인 대표가 낙동강 벨트에 올인한다며 부산만 찾고 있을때, 호남을 방문해서 자신을 어필한 것이 그 예입니다.

지방선거 앞두고 (지금 하고 있는 바로 그 전략으로) 신당을 창당하려고 하다, 합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호남에서의 점화가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 김대중주의가 몸에 쩔어 있는 윤여준씨, 호성 드립의 박경철씨 이런 사람 들과 같이 지냈었으니까 정체성에 의심이 많았죠. 그래서 일단 합당해서 전통적 지지세력, 야당 대주주에게 인정을 받는 길을 택했습니다. 얼핏 보면 자기 '지지율 기반'인 중도/무당층 지지율을 일거에 확 내던저 버리는 모험수를 둔 겁니다.   (그래서 개인 지지율은 점차 5%까지 떨어졌습니다.)

(대표시절 지방선거 때 꼭 찝어서, 광주에서 굳이 잡음을 내면서 전략공천을 가져간 것도, 광주에서 결재 도장을 받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결과 지금 안철수 의원이 새정연을 살리기 위한 모든 액션이 거부당하자 탈당하고, 호남이 이에 호응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신당 세력에 불이 붙고 가속력이 생긴 겁니다. 그리고 지금도 안철수 의원은 새정연과의 연대는 일절 없다고 선언하되, 천정배 신당 (혹은 심지어 박주선 신당까지)과의 연대는 계속 열어두고 있고,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철수 의원은 호남의 정치적 파워의 매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기존 야권 주류들은 이걸 잘못 이해해서, 호남을 정치적 종속체이자 화수분, 꿀단지, 마르지 않는 샘물 취급만 했습니다. '니들은 우리가 뭔 짓을 해도, 90% 몰표 우리한테 던질 수 밖에 없는 호구들 ㅋㅋㅋ.' 그리고 막상 지금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하자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 현 상황입니다. 

물론 안철수 의원에게 쉬운 길만 남아 있는게 아닙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든 호남의 지지를 찾아 오는 것이 예선이라면, (아직예선이 다 끝난것도 아닐 뿐더러) 더 어려운 본선이 남아 있습니다. 기존 낡은 야권 기득권들, 새누리당 기득권들의 온갖 십자 포화에 노출 될 것이며, 특히 7만명의 온라인 친노 지지자들도 (오즈의 마법사의) 날개달린 원숭이 마냥 날뛸것 입니다. 

그러니 안철수 의원의 건투를 빌며 응원합니다. 그의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이뤄, 야권 세력을 정상적으로 재건 할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