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주 낯선 상식' 저자 김욱 서남대 교수, "선거 땐 호남몰표 구걸하면서 끝나면 지역주의 타파"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안철수 신당의 성공 필수 조건은 호남 민심을 얻는 일이다. 일명 종잣돈을 마련해야 장사를 할 수 있는데 호남 민심은 안철수 신당에 종잣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승부에서 이기면 야권 선두주자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호남 민심을 시작으로 수도권 지역에서도 바람이 불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은 이상 높은 정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루고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건 호남 민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출발 신호는 나쁘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호남 지지율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호남 민심은 안갯 속이라는 평가가 많다. 호남은 정치적 격변기마다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데 선택지가 안철수 신당이 될 것이라고 확신을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호남 민심의 본질을 말하는 책이 나오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남 없는 개혁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아주 낯선 상식"은 야권의 분열 원인과 지역주의, 호남정치를 공론의 장에 풀어놓았다. 저자 김욱씨는 광주 출생으로 현재 서남대학교에서 헌법학을 가르치고 있다.

김씨는 ‘분노하는’ 호남 민심의 저변에 반(反) 영남패권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남인들이 정치권력을 통해 호남을 차별 배제함으로써 정치 경제적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하고 이런 지역적 지배관계에 대해 사회 문화 차원에서 이데올로기적 동의를 얻어내는 헤게모니가 영남패권주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호남의 지역주의 양상 표몰이 현상도 반(反)영남패권주의에 따라 투표를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호남은 영남패권주의를 계승한 정당인 민정당부터 새누리당까지 그들의 집권을 막기 위한 투표를 해왔다는 것이다. 호남을 소외시키고 차별하고 학살까지 한 정당에 대해 반새누리당 몰표를 행사하는 것은 지역모순의 피해자로서 문제의식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런데 호남 이외의 세력은 호남의 투표를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문제 의식 때문이라고 보지 않고 군부독재에 대한 반대로 인식했다. 흔히 '김대중 슨상님'이라는 말은 호남 지역민들의 원천적인 정치 소외 감정에서 나온 말인데 야권이 선거 전에는 호남 몰표를 요청하면서 선거 후에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는 이중적 태도로 호남지역민을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지역 모순에 대한 인식 없이 개혁을 추구하는 친노와 진보진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친노에 대해 “대통령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에서 득표력이 있는 영남후보를 내세워 호남 몰표로 뒷받침해야 하고 그렇게 당선된 영남 대통령은 ‘민주성지’ 호남의 정신적 양해 속에서 세속적인 영남을 물질적으로 유혹해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은폐된 투항적 영남패권주의'를 따르는 집단”이라고 혹독히 비판했다.

친노는 선거 전에는 몰표만 요구할 뿐 이런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또다시 호남 배려와 지역주의 타파라는 모순된 이데올로기를 왔다갔다하면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과 갈등도 진보-보수의 프레임에 따라 보는 건 무리라며 영남패권주의를 해결과제로 보고 있는 호남세력과 영남패권주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영남세력의 입장차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김씨의 주장은 자칫 뜻하지 않게 호남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김씨는 호남의 이득과 이해를 반영한 투표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반(反)영남패권주의에 따라 투표를 해왔던 호남민심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김씨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호남이 안철수 신당-천정배 신당 연대 세력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이다.

영남패권주의 개념을 설명해달라

“새누리당이 영남패권주의라고 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은페된 투항적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새정치는 일명 양비론 입장인데 선거 때는 호남 몰표를 요구하면서 선거만 끝나면 호남의 지역주의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고 한다”

호남 민심이 항상 선거 때만 되면 새정치민주연합에 분노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나?

“선거 전과 선거 후 호남의 투표를 대하는 태도가 이데올로기적 모순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누적이 되니까 호남 사람들이 야당이 뭐하는 짓이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 김대중 때는 그나마 호남을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보고 소외되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지만 노무현 이후에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새출발을 해야 한다며, 호남의 지역주의를 부끄러운 줄 알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런 문제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호남 지역 주민 반 정도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고 반 정도는 그래도 분열 아니냐, 차라리 새누리당 지배를 당할 바에야 친노의 인질로 사는게 낫지 않겠느냐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다”

그렇다고 안철수 탈당과 신당 창당을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

“안철수의 경우 과거 습관적인 진영 논리에 따라 형성된 정치 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로 보지 않는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로 시대의 발전을 말하는 정치인다. 안철수는 새정치를 낡은 진보라고 표현했는데 이번 탈당은 시대가 발전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진영논리와 결별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 안에 있을 때 친노 세력으로부터 몰렸고, 밖으로 나왔는데 천정배와 같이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에 맞서 연대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영남패권주의에 대해 개혁적 문제 의식을 가진 천정배와 결이 다르긴 하지만 친노가 가진 모순에 대해 반대하는 대립구도가 이번 안철수 탈당과 신당 창당, 천정배 신당과의 연대 등으로 환원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호남에서 문재인 대표도 싫지만 그렇다고 안철수 신당을 적극 지지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안철수 신당은 호남의 지역모순과 진보-보수의 관념이 없는 것 같다. 사안별로 상식에 맞는 대책을 내놓고 기업가 출신답게 실용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무당파의 지지를 이끌 수 있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천정배 신당이 이데올로기 부분에 견제를 해주지 않으면 정당으로서 위세라던지 균형적인 이념 확립, 현실의 지역 모순을 안철수 신당이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안철수 세력이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정배 세력과 연대를 통해 균형을 찾고 견제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천정배 신당은 존재감도 미미할 뿐 아니라 호남을 고립시키고 비개혁적인 모습이어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 천정배 개혁 세력에 대한 비토의 논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안철수 신당과 결합한 것을 예상해 얼마나 보수적이냐 비난조로 얘기하는 문제도 있다. 호남의 지역 분열은 개혁 대 보수의 분열로 볼 문제가 아니다. 친노 세력이 개혁적으로 보이는 것도 이미지일 뿐이다. 진보 쪽을 제외한다면 천정배가 가장 개혁적인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지금은 개혁의 상징으로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친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새정치를 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호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부터 개혁적인 사람이 다 모여 야권을 지지했다. 우리보다 보수적이다라는 대중 선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실 감대중과 김영삼이 누가 더 개혁적이었냐를 두고 분화한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과 천정배 중 누가 개혁적이냐는 본질이 아니다”

결국 ‘분노한’ 호남 민심이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 지지로 나타날 것으로 보나

“호남인들이 투표를 할 때 ‘좋아하는 감정’은 선택 기준이 아니다. 누가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아서 우리와 힘을 합쳐 이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호남 사람들이 자신들이 호남 사람을 지지하면 소수로 남게 된다는 것을 뼛속까지 알고 있다. 호남 사람들은 힘을 보태줬을 때 가능성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이 연대할 가능성이 높고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당 지지율만 가지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지역별로 어떤 인물이 나오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두달 뒤에 호남은 안철수와 천정배 연대세력에 쏠려 지지를 할 수밖에 없고 새정치 쪽에서 지지층이 빠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호남은 대세가 중요하다. 분열되면 어쩌나라는 불안감이 강하지만 상당한 세력이 모였다고 판단하면 새정치 쪽에서 지지가 빠져나올 것이다”

아주 낯선 상식(개마고원 / 저자 김욱)
내년 총선 이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 민심을 버리고 가긴 힘들다. 호남이 빠져버리면 현 선거 제도 하에서 집권은 힘들다. 새정치가 패배한 결과가 나오면 굉장한 혼란이 예상된다. 호남에 예산을 배치하고 인사를 발탁하는 등 신경을 쓰고 새정치에서 자신들이 내친 인사들을 호남에 배치하는 모순적인 상황도 벌어질 것이다. 호남 몰표를 원하면서도 선거만 끝나면 지역주의를 꺼내지 말라는 모순을 보인 것처럼 기준도 없이 호남과 연대하자고 할 것이다. 방법은 투항적 영남패권주의를 폐기하거나 아예 영남 쪽에 호소해 소수 정당으로 남는 방법밖에 없다. 이걸 해결할 능력이 없다”

김씨는 제도적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호남과 영남친노, 진보개혁 세력의 이해관계가 다른 마당에 힘을 합치는 것이 어렵다면 각자의 지분을 챙길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독일식 정당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게 된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점하기 어렵기 때문에 야권 분열 양상은 선거에서 유리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나 여야는 한석이라도 줄어들 수 있는 독일식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 한국에서 독일식비례대표제 도입은 먼훗날의 얘기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하지만 김씨는 "좋은 제도가 있으니 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여타 진보와 개혁, 호남, 충청 등 정치권에 이해를 반영하지 못했던 제 세력들이 모여 87년 개헌 투쟁을 하듯이 그 정도로 각오를 가지고 요구를 하면 영원히 도입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제도 하에 서로 치고 박고 싸울 게 아니라 제도를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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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