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100만여표 차이가 문재인 후보가 졌을 때 친노 계열에서 들고 나온 것은 안철수 후보의 뜨뜻미지근한 지원 태도였다.
그네들 심정으로 보자면 통합진보당(노회찬이 김어준 방송에서 거의 이겼다는 식으로 환하게 웃어가던 모습이 생각남)까지 적극 지원을 했는데 안철수의 시원찮은 지원 이미지 때문에 진 것이라는 말에 나름 고개는 끄덕여진다. 그네들 마음 속을 들여다보자면.

그런데 식자들이 좀 만만하게 보는 현실 속 우매한 대중(특히 50-80대)들은 대선 후보 토론 과정에서 이정희 후보가 작정을 하고 박근혜를 공격하며 당신을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는 말을 하던 그때 이미 박 후보로 마음을 결정한 것으로 본다. 나 역시 문재인을 탐탁하게 보지는 않지만 박근혜보다야 낫다는 점 때문에 그가 되기를 바랐다. 투표는 김소연 후보에게 했지만.
(실은 40대 정도면 이미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들 하드라. 최근에 더 귀동냥을 했지만)

토론을 보면서 이정희 저 사람 입을 누가 좀 막아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나는 식자가 아니고 우매한 대중과 식자 사이에 어중간하게 낀 존재이니까 아무래도 현실 정치판에서 한발 물러나 잠복해 있는 민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은 더 있을 수도 있지 싶다. 후보 토론 지켜보면서 우매한 대중들의 반응대로 이정희 때문에 박근혜가 될 거라는 판단을 굳혔더랬다.
김어준의 **** 방송 역시 초반에 분위기를 끌어오는데 얼마간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태생적 한계 때문에 우매한 대중들에게 그네들은 좀 문제라는 인식을 주어 친박 투표자들이 결집하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왔고.

상대가 밉고 싫더라도 아주 밟아버리면 반작용을 불러오는 법이다. 그 단순한 얼개는 동물적인 본능과도 같은 거라서 민초들은 그걸 몸으로 느낀다. 배운 자들은 때로 본능이 지닌 힘을 무시해서 낭패를 본다. 이정희의 초식은 타초경사였고 워낙 초식이 훌륭했던 덕에 보약이 될 100만 마리 백사들은 모두 도망가버렸다. 문득 이수영이나 휘트먼의 시 '풀'이 생각나지 않는가? 나는 이수영의 시 '풀'이 훌륭한 민심 파악 장치라고 본다.
그리고 상대를 밟아버리지 않고 공존자로 인정해 주는 것은 혹 자신이 잘 나가다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자 보험이기도 하다(나를 현실을 모르는 맹한 공상가로 보는 이들을 자주 보았는데 정작 나는 아주 치열한 현실주의자).

통합진보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묘한 공생 관계. 여기도 그렇고 담벼락도 그렇고 몇몇 진보 논객들 사이트에서 들은 이야기들도 있어서 여튼 통합진보당 구성원들의 태도를 그닥 좋게 보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가 운동권 생리에 밝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얼추 알 건 알고 그런 현장에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가끔 들어가 본 적이 있으니까. 하하 뭐 그닥 민주적이지 않드라.

박근혜 등등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의 몰락을 바라는 그들의 진심은 이해하겠으나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어떻게'이다.
항상 목표는 정해져 있었다. 문제는 어떤 방법을 쓸 거냐는 거지. 나은 세상이라는 기치는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해주었건만. 그들이 선두에 선, 그들의 이름자가 새겨진 개혁과 변혁을 원하고들 있는 거지, 그들 자신이 빛나지 않는 개혁을 원하는 걸로 비추지는 않드라.

당연히 나는 지고지순하고 100% 순수하고 숭고하며 희생만 하는 어떤 존재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 아니며(그런 존재란 없다) 이상과 현실의 절충 지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누군가들의 많은 희생과 양보로 이루어진 잘 사는 세상을 나는 원치 않는다. 모두들 조금 희생/양보하고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