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원의 탈당 발표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일요일의 발표가 탈당 선언문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일 것입니다.)

탈당 발표가 나오면 여러가지 소용돌이가 다시금 휘몰아 치겠습니다. 여러가지 협박과 조롱과 감언이설과 욕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리라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올 이야기 중 하나, 특히 '안철수 지지층' 들에게 들이댈 이야기중에 하나가 바로 "어짜피 탈당/분당 할 거, 애당초 안철수는 합당 하는 바람에 시간만 낭비했다. 철저한 실패자." 라는 말일 것입니다.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했던 말입니다. 

어짜피 분당할 거 였으면 왜 합당했냐는 질문은, 어짜피 차갑게 먹을 냉면 왜 뜨겁게 삶느냐 하는 질문과 동일합니다. 

타이밍과 방법, 규모가 최선이었는지의 여부에서 호불호, 논란의 여지가 있을 지언정, 제일 야당의 일원으로 그 안에서 개혁을 위해 몸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는 말입니다. 그 안에서의 개혁이 성공해서 야당이 바로잡히던, 그걸 가로 막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건 말입니다. 


(A)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합당을 통해 기존의 야당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혼자 잘난척 하면서 "여당도 아냐, 야당도 아니야, 나는야 마이웨이 제삼세력"은 대선때만 등장할 수 있을 뿐 그 한계가 뚜렷합니다. 이를테면 정몽준의 국민생각, 문국현의 창조 한국당, 이런 세력이 언제고 의미 있는 정치 세력이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까?

기존의 야권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새인물이었던 안철수는 과연 진짜로 야권의 지도자로 인정 해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의문에 여지가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특히 그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란게 호성드립 박경철씨, 전두환/김영삼 잘 모시고 다니던 윤여준씨 뭐 이런 사람들 뿐이었다면 말입니다.  (아 그리고 금태섭 씨만 하더라도 혁신과 통합 발기인인거 알고 계셨습니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12134)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무리 지금 친문 주류 지지자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 "새누리당에나 가라"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실제로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B) "외부에서 당을 만들어서 기존 야당을 와해시키고 먹어 버렸으면 될거 아니었냐?" 

아닌게 아니라 처음 전략은 그랬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신당 창당을 준비했었죠. 패색이 짙었던 당시 민주당대신 새누리당은 못이기더라도 2등을 해서 기존 야당을 대체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당시 선거 기획하던 윤여준씨가 인터뷰에서 '이번은 어떻게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느냐(2등하느냐)의 싸움' 뭐 이런식으로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고 다녔었죠.

근데 그 전략은 절대로 성공 못했었습니다. 선거가 다가 올 수록 기존 야당 지지층은, 아직 야당인지 여당인지 여부도 확실치 않은 안철수 신당 보다는, 기존의 제일 야당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야당 지도부는 소위 비노,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 자칫하면 지금 잠재적 우군인 비노 정치인 및 그 지지자 그리고 야당의 전통적 지지자 전체와 각을 세워야 했고, 그 과실은 총선 전까지만 당권 다시 찾아오면 된다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지분만 확보하던 지금 주류 세력이 따먹는 구도였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던게, 2014년 4월에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정국에 상당한 영향이있었습니다. 그 분위기에서 비노 지도부를 상대로 야권인지 여부도 확실치 않은 사람들이, 여당 심판, 야당도 심판 구호 외치고 2등 싸움 했었으면 .... 그냥 새누리 2중대로 찍히고, 그걸로 회복불가 였습니다. 


(C) "중도층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지, 왜 기존 야당 지지자를 상대 하느냐? 그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지지할 사람 아니냐?"

죄송한 말씀이지만, 중도층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기 때문에 중도층이고 스윙 보터입니다. 생각과 요구가 다양한 사람들이고, 그 이유도 다 다릅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고 정당을 만든다는건 회색으로 무지개를 칠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중도층을 중심으로 정당을 만든다음 기존 야권 지지자들을 데려오겠다는 건 순서가 반대로 된 것입니다.지붕을 먼저 짓고 나서 기둥을 내려서 바닥을 다겠겠다는 셈과 같습니다. 


(D) 합당한 이후 안철수 의원이 보여준건, 진심으로 야당을 위해 일하고 한몸 내던지를 모습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그냥 자기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합당하는 시늉만 하고, 번드르하고 멋있는 말만 내놓아서는 안될 일이었습니다. 반면 책임질지는 모르고, 자기 계파만 챙기면서 다음 공천 준비만 하고 있었던 지금 야권 주류 친문 586의 모습과 너무 비교가 됬습니다. 

그러기에 온라인 상에서 목소리만 큰 친문 패거리 말고, 전통적인 야당의 진짜 핵심 지지층들의 마음을 가져오기 시작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 야당 주류가 보여주는 자기 모순과 탐욕이, 현 야당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 분명해 졌을 때, 안철수 의원이 다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야당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물로 인정을 받은 것 입니다. 그렇기에 안철수 의원 일인의 탈당과 움직임에 연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입니다. 


(E) 마지막으로 '세련되게 수도권 중심으로 안철수 세력 지지하고 싶었는데, 미적되며 기존 야당 세력에 맞춰간 안철수가 싫어서 지지 취소한' 분들에게 주제넘게 한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자기 입맛에 100% 부합하는 정치인과 지지 세력은 없습니다. 불가능하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정치인의 자격 미달입니다. 여러가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필요와 요구에서 공통점을 찾고 합의점을 찾아내서 대안을 제시해 주는게 정치인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야권 개혁을 위해 제일 야당을 고치기 위해 야당 내부에서 고군 분투할때, 도맷금으로 욕도 많이 먹고 이래저래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건 전부 하나의 과정이었습니다. 지금의 삐뚤어진 야당을 바로 세우며, 기존 민주 세력의 가장 큰 축인 호남과 수도권 도시지역의 동맹관계를 다시 세울수 있는 과정말입니다. 

그러니 그냥 촌구석 사람들이랑 어울리기에 가오가 살지 않는다 라던지 그간 친노 지지자들에게 모욕 당한거 생각하면 아무래도 손해본 일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노무현 전대통령이 야권 대표주자로 인정 받은 것도 광주에서 선택되고 나서 부터였습니다. 이후 소위 '친노' 세력이 야권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아무리 상처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수 많은 호남 지지자들이 10년도 넘는 시간동안 추가적으로 그 사람들을 야권으로 인정해 줬습니다. 그 호의를 호구로 알고 빨때 꼽은 건 지금 야당 주류 사람들이고요.

지금 안철수를 인정해준 사람들은 80년대 독재자 총칼과 싸워서 피를 흘렸던 걸로 모자라, 수십년동안 편견에 시달리며 직간접 모욕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입니다. 뒤통수니, 거짓말쟁이니, 홍어니 하는 모욕을 말입니다. 그렇게 몸빵을 해주면서도 정치적 투자를 해줬음에도, 자기들의 정치적 선택권이 있음을 부정하기를 강요되어 왓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과의 동맹 관계를 수립한 건 굉장한 소득입니다. 금방 흩어갈 수 있는 뜬구름 같은 중도층 지지율 보다 비교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