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지원이라는 정치인에 대하여 탐탁치 않게 생각하면서도 박지원의 쓰임새에 대하여 설명한 것은 바로 이렇다.


"정치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친노 위주의 야당에서 그나마 정치력에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은 박지원"



친노가 폭주하여 저렇게 형편없이 망가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


첫번째는 분당 당시부터 불거졌던 폐쇄적인 분위기.


당시 노무현인지 측근들 중 누가 발언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왜, 우리가 우리 외부와의 소통에 신경 써야 하는데?'라면서 극도의 폐쇄직언 그러니까 친노순혈주의로 치달았던 것이 친노가 형편없이 망가진 이유. 외교 백치라고 비난을 받았던 일본의 모모 수상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면 된다.



두번째는 정동영의 실용파와 김근태의 개혁파 싸움에서 정동영이 득세하게 되었다는 것.


당시 나는 친노 전체에 대하여는 비토를 하는 입장이었지만 정동영의 싱용주의는 비난하고 김근태의 개혁노선은 지지했었다. 그리고 김근태의 개혁노선이 승리를 해야 했었다. 당시에.




친노가 철저히 말아먹게 된 이유가 두가지이고 관에 있던 칼 맑스가 신자유주의 때문에 부활했듯 폐족이었던 친노가 부활한 것은 이명박의 오만 때문. 그런데....


그런데 친노는 자신들이 왜 망조가 들었는지 반성을 하지 않는다. 마치 맑시스트들이 '칼 맑스가 왜 자신은 맑시스트가 아니다'라고 갈파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친노 그들은 여전히 상당히 교조적이고 폐쇄적이다. 시대에 뒤떨어짐은 이미 새누리당을 앞섰다. 


물론, 친노가 폐족이 되어야 함은 불문가지이지만, 친노가 절대 망할리는 없고 그렇다면 정치력은 전혀 없고 폐쇄적인 친노 집단에게 그나마 외부를 향한 공격, 그러니까 같은 야당들에게 해꼬지나 하고 처자빠질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낮추는 것은 바로 정치력이고 그 정치력은 그나마 친노 친화적인 박지원이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스위스나 태국이라는 국가가 완충국가(buffered country)의 기능으로 탄생한 것처럼 박지원은, 내 개인적으로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만일 분당이 되어 신당이 창당된다면, 극도로 정치력없고 폐쇄적인 친노집단에서 그나마 외부와 소통할 유일한 정치력을 발휘할 인물이라는 생각 때문에 새민련에 잔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친노 사고치지 않게 하기'.



이게 맞는 정치적 판단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박지원에 대한 호불호에 관계없이, 그도 할 만큼 했고 나이도 먹었으니 아주 나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박지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그에게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얹어 주지 말자. 그는 '카섹X'라는 새로운 문화를 한국에 유표시킨 혈기왕성한 사나이가 아니라 '국회의원' 또는 '정치인'이라는 무거운 책무만 아니라면 우리 사회가 돌봐야 할 힘없는 노인에 불과하니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