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자회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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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진짜 섹시하네요. 정무적인 결정만 분리해서 보면 하수인데, 인지적 측면에서 공격적인 메시지 및 홍보 전략은 누가 기획하는지 꽤나 탁월합니다.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말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정치적인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요. 한번 쉬어가는 타이밍에서 펼친 양수겸장인데, 비안철수계 비주류와 맞물려서 기회가 있으면 탈당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는 모양새로 출구전략을 모색하면 됩니다. 물론 이건 스스로도 거짓말인 줄 알고 했을 경우의 매커니즘이고, 소위 눈과 귀가 막혀있는 상태라면 그냥 여건에 따라 결단하고 후행적으로 합리화할 겁니다. 


중요한건 피상적으로 구사하는 레토릭이 구체적인 진실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문제인데, 제반의 정치 매커니즘을 무시한 채로 호도하면, 일부 정알못들을 선동해서 자당혐오를 부추길 수는 있어도 내부자들로부터는 더 큰 비토를 받을 겁니다. 어차피 야당 소속이니까 몇가지 잘못되는 정도면 양해하고 용인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다가 엉망이라 손을 그대로 둘 수가 없네요. 민주당은 앞으로 리더를 선택할 때 무엇보다 민주적 소양을 갖췄는지를 최우선적으로 살펴야한다고 봅니다. 하나씩 주장의 오류들을 짚어나가보죠. 



전당대회라는 정치적 프로세스는 재신임과 무관합니다. 전대는 불신임을 기정사실화한 후에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경로이지, 현역을 포함하여 재신임을 묻는 절차가 아닙니다.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발언 또는 의도적인 말장난이죠. 재신임 실시할 때는 극구 반대하다가 전당대회로 재신임 받으라는 것은 방법도 시기도 잘못된 주장입니다.

현재 야당 지지율의 답보 내지 하락은 내부갈등 때문이라고 보는게 합리적 인식입니다. 계량적 수치 면에서도 분란 발생의 시기마다 당 지지율은 약세를 보였고, 정성분석을 따르더라도 지지 이탈의 사유로써 당 내홍이란 응답이 압도적입니다.

대통령 선거는 5년 주기로 치러지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태도 역시 승복이냐 탄핵이냐의 선택일뿐, 재선거하자고 주장하는 바보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논리적으로 정직하자면 사퇴 주장이 타당하겠죠. 다만 비토는 하고 싶고 노골적이기는 싫으니 취한 스탠스가 대표의 재출마 요구입니다. 그냥 딱봐도 말 같잖은 소리니 설명은 생략해도 되겠죠.

2000년은 국민회의와 민주당의 합당전당대회, 04년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전당대회, 08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12년은 시민통합당과 민주당의 통합전당대회가 치러졌습니다. 창당은 아니니까 배제하고요. 전당대회는 '통합전당대회'일 경우에 유의미하다고 이미 대표도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은 뭐죠?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디테일로 들어가서, 위의 전당대회는 창당 및 합당의 정치일정을 길게는 여러해, 짧게는 수개월에 이르기까지 예상하고 준비하면서 규칙과 일정 역시 합의한 토대 위에서, 총선 앞두고 전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12월에 전당대회를 주창해서 구현한 전례는 없습니다.

세력 재편 과정에서의 헤게모니 다툼은 치열합니다. 정치적 타협으로 이뤄지기 어려우니 실질적인 세대결을 통해서 결론지어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치러진게 전당대회입니다. 말인즉, 전당대회는 총선을 치르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아니라, 합당과 창당에 따른 불가피한 방안이었다는 뜻입니다. 작금의 사례는 전혀 공통분모가 없습니다.

표면적 유사성을 일말의 고리로 삼더라도, 기존의 관행이라고 해서 규범적 당위로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촉박한 공천 일정으로 인해 후보 확정이 늦어지고 총선 전략에 차질을 빚었던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깨달은게 있어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전대준비위를 꾸려도 역대로 가장 늦은 총선지도부가 출범할텐데, 그러면 혁신은 언제 이행하고 후보는 언제 선출해서 운동은 언제 합니까?

특히 혁신에는 실천이 중요하다는게 통상의 인식이나 스스로의 발언이었는데, 언제하겠다는 겁니까? 이것은 애당초 자신이 리더가 되는게 곧 혁신이라는 망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연결될 수가 없는 주장입니다. 그러면 목적과 수단 간, 일정과 방법론 간의 모순이 너무 확연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다른건 보지 않고 상징적인 총선 간판으로 쟁점을 국한시킨다면, 지지율을 놓고 대안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 안철수 지지율로 뭐하겠다는게 말 되나요? 이러한 접근마저 자연히 차단됩니다.

가능한 남은 논거는 주관적으로 요구하는 혁신안이 관철되지 않았으므로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주장입니다. 차라리 당헌에 '안철수가 요구하는 혁신안이 수용되지 않을 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라고 명시해둘걸 그랬어요. 안철수가 총선을 타게팅해서 혁신하고 싶었다면 연초 2년 임기의 총선 지도부를 선출할 때 나서는게 순리였습니다. 출마해도 불복하는 이상한 친구도 물론 있습니다마는, 불출마했다고해서 당적 절차에 불복해도 되는게 아닙니다. 전자가 좀더 심각할뿐, 이상한건 마찬가지죠. 운영 상의 심각한 비민주성, 주요 선거 패배 같은 결정적 하자가 없는 재선거 요구는 월권이고 폭거입니다.

관념적인 정합성을 따지자면 낡은 진보의 돌파구는 새로운 진보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진보가 무엇입니까? 당초 새정치는 무엇이었고, 새혁신은 또 무엇입니까? 새로운 진보의 개념이나 지향하는 스테이트가 텅 빈 채로 소속집단을 낡은 진보로 싸잡아 청산하자면, 결과적으로 자기부정에 봉착할 뿐입니다. 해달라고 징징거릴거면 최소한 생산적인 논쟁을 유도하는게 도리입니다. 의미 없는 얘기가 하고 싶으면 홀로 하세요. Show and Prove. 당이 아니라 혼자 할 일입니다.

낡음의 개념도 알 수 없고, 청산의 방향도 알 수 없습니다. 당면한 정당개혁은 이런 개론이나 거시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후속적으로 나온 혁신안은 보다 낫습니다. 물론 내놓은지 한달 남짓한걸 세달 전에 언급한 뜬구름이랑 바꿔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려우나, 어찌됬건 그러한 방안을 두고 당대표가 대답을 했습니다. 규격에 꼭 맞춰서 대답해달라 떼쓰는건 재량으로 이해해준다쳐도, 당대표가 그렇게 응해줘야할 의무는 없습니다. 기실천 중이라거나 자체적으로 할 일이라고 언급한 바도 있고, 긍정 화답한 바도 있습니다. 외면하고 비판했다는 진술은 객관적 팩트에 어긋납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로 가는 혁신을 위해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며, 혁신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절차상의 하자는 재론할 필요가 없고, 총선 차질을 빚는 실리적인 부분도 거듭 지적했습니다만 이를 전부  차치하죠. 과연 남는 목표는 무엇이고 실제 매커니즘은 어떻게 될까요? 기존에 서로 다른 정당이나 탈당한 세력 간의 노선 차이에 기반해서 경쟁이 이뤄져온 역대 전대와 달리, 객관적 환경의 변화 없이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는 가치와 노선보다도 지분과 이권이 표결의 가장 큰 매개가 될 겁니다. 전당대회가 세대결로 이어지고 세결집을 위해서 지분보장이 만연해지고 그래서 기득권 구조를 심화시키는 방식은 결코 혁신의 길이 될 수 없습니다. 

길이 없었던게 아닙니다. 본인이 원하는 인재 영입을 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본인이 바라는 식으로 체질적으로 당을 혁신할 방도가 있었습니다. 본인이 요구하는 바를 논의할 공간이 생겼었습니다. 승복하고 혁신하는 길은 열려있었습니다. 혁신과 단합의 길은 있었습니다. 공존의 길은 실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의 기다림은 혁신이 아니라 반동의 길입니다. 저는 1+1+1 < 1 이라는 얼간이에게 지도자의 직분을 맡길 생각이 없습니다. 대안이 완벽하지 않다면서 아예 공멸을 선택하는 얼간이에게 지도자의 역할을 부여할 의사는 없습니다. 이건 당대표가 시작한 싸움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작된 싸움을 더이상 피해서는 안됩니다.

길이 남을 발언입니다. 문재인에게 '함께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있는지' 를 묻는 대목 말입니다. 
현직 당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하고, 혁신위원장을 제안하고,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공동대표 체제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전직 당대표는 대표 사퇴와 양자택일을 제안합니다. 어느 길이 더불어 가는 길입니까? 권한공유와 역할분담이 같이 사는 길이지, 사생결단의 전면전이 함께 하는 길은 아닙니다.
'함께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있는지'? 이런 개소리 프레임은 쓰면 안되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렇게 긴 비토문을 쓸 유인도 줄었겠죠.

계속 뉴스가 들려오더군요.
안철수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을 거절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거절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공동대표 체제를 거절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거절하고 거절하고 거절하더군요.
그런데 이제와 거저먹으려고요?

이제는 제가 말해줄 차례입니다.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