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시간 후에 있을 기자회견이, 탈당 선언어 될지 탈당을 준비할만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을 기자회견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안철수 의원의 탈당 혹은 분당은 피할 수 없는 수순입니다. 주류측 비주류측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그걸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남은건 시간과 방법의 결정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탈당은 딱 한번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문재인 대표의 '전대' 제안에 관한 대응은 안의원측을 아예 능멸하는 것에 가까왔습니다. "지긋지긋한 상황을 아예 끝내버리겠다."라고 금방이라고 다갈아 잡수실 것 같은 회견을 하시더니, 다음날 생뚱맞게 안철수 혁신안을 받아들인다느니 당헌 당규에 넣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했습니다.

이 두 말이 연달아 나왔으니 당연히 앞뒤가 안맞습니다. 

안철수 탈당의 명분에 재를 뿌리자는 얕은 수법이란게 너무나도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a) 먼저 당혁신에 대한 아무런 액션이 없고, 그냥 혁신안을 받게다는 말 뿐입니다. 말로는 뭐든 못합니까. 이명박 전대통령도 촛불 정국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따라불렀다고, 국민들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었었지 않았습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습니까?

오히려 행동은 정반대입니다. 당장 문제를 일으켰던 주류측 인사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으면서, 비주류 당직자들만 닥달하고 있지 않습니까? 심져 물의를 일으켜서 한동안 안보이던 정청래 의원님에게 다른 직책이 주어졌다는 뉴스마져 보이더군요. 결국 자기 주변 인사들은 끝까지 챙기고, 비주류들은 "시스템 공천"으로 전부 다 처내버리겠다는 시그널만 계속 보내고 있는 겁니다.


(b) 당장 전대안은 무시하고, 몇 달 전 혁신안을 받게다고 한것도 너무 어이가 없는 반응입니다. 제안에는 시기라는게 있는 법인데, 이미 그 시기가 지나도 너무 지나 버렸습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운전중인 사람에게, "여기서 좌회전 해서 나가자. 이리로 계속가면 강변북로로 빠지게됨." 라고 어드바이스를 했더니 완전히 개무시하고 계속 운전하다가, 이제 강변북로로 빠져서 트래픽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게 된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오른쪽으로 나가서 다음 출구로 나가자."라고 말하니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입다물라고 한다음에, "그러니까 이제 좌회전 하겠음." 하고 말한 꼴입니다. 


(c) 이 시기를 놓쳤다는게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야당이 국민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내 혁신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해 볼 시기가 있었는데, 문재인 대표 본인을 비롯한 '주류'들이 철저히 그런 요구를 생까고 깔아뭉게 버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모든 요구를 '공천권을 노린 당내 권력 투쟁'으로 치환하고 그렇게 대응해 왔습니다. 거기에 야당 주류측 인사들의 연이은 부패와 갑질 행태가 밝혀졌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성찰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추태는 야당에 관심가지고 있는 국민들앞에 HD고화질 라이브 스트림으로 보여졌습니다. 

이제와서 도저히 지금 이 복마전은 당이름 당로고 산뜻하게 바꾸고, 웹페이지좀 삐까번쩍 하게 만드는 수준의 화장술로 감추어질 수준이 아닙니다. 

이제와서 혁신안이라고 억지로 봉합하고 고개숙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전당대회 하자는건, 지금 야당이 기존 지지층들에게까지 버림받고 있으니, 진짜 야당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의 손으로 야당을 다시 세울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부터 다시 국민적 지지를 다시 찾아가자는 겁니다. 

일부 극렬 지지자들의 과다 계상으로 현재 야권 당권을 쟁취한 지금의 야권 주류 기득권들이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리가 만무합니다. 그 사람들이 관심있는 건 야권의 미래, 야권이 대표하는 국민들이 아니라, 자기들의 알량한 정치 권력을 유지하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3) 지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들이 이미 지금의 "야권 주류"에 대해 '회생 불가'라는 판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그럼 알아서 물러나야 하는데, 몇년에 걸쳐서 자기들끼리 진행해온 '권토중래' 프로젝트 때문에, 거기에 목매달고 살고 있는 정치자영업자 날파리들 때문에, 그 권력을 포기못하고 끝까지 들러 붙어있다는게 문제입니다. 

박근혜 정권 싫어하는 사람 많고, 경제도 어렵고 삶의 질도 팍팍하고, 헬조선 헬조선 외치는데도 야당 지지율은 절대로 오르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야당을 대안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는 말입니다.

국민들은 여러차례 경고했습니다. 여론조사에 비치는 정당 지지율. 두 번에 걸친 재보선 결과. 

그럼에도 지금 야권 주류들은 이 모든 시그널을 무시했습니다. "선거에 지기도 하면서 크는것." 무슨 애들 싸움도 아니고. 이게 선거에서 패배한 제일 야당의 지도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입니까? 선거로 들어난 국민의 민심을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선언 아닙니까? 

자기들이 국민들에 의해 "퇴출대상"으로 찍혔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합니다. 그리고 그냥 단순히 "정부 여당를 까면 나를 지지해 주겠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저렇게 삽질을 하는데 그럼 결국 우리에게 표를 줄 수 밖에는 없을 것.." 이런 마인드 셋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에게는 정작 정부 여당을 견제해서, 자기들의 대표하는 국민들의 최대 이익을 이끌어 내야할 요인이 없습니다. 귀찮은 정책싸움 하고 협상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필요 없습니다. 적당히 하는척 하다가, '힘없는 야당이라 어쩔수 없어요. 독재정권 미워요.' 소리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이따위 마인드 셋을 유지하려고 하니, 정작 중요한건 야권 내에서 자기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막는 겁니다. 자기들이야 말로 제1야당 정통 민주세력, 나머지는 "분열 세력. 새누리당 세작" 이 구도를 끝까지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겁니다. 그게 자기들 먹고사니즘의 핵심이니까요.



(4) 다시 안철수 의원의 문제로 돌아가보면, 이 구도하에서, 안철수 의원이 왜 지금 야권 주류 친노/586의 증오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가 가능합니다. 

자기들 밥줄을 끊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지금 국민들에게 버림 받고 있는 제1야당의 '대안'이 나타나는 거야 말로 지금 야권 주류들의 악몽이라는 말입니다.

단순히 야권 주류 정치인 뿐아니라 그 주변 세력들 -- 주변 단체, 기존 야권 세력 지지 언론, 시민사회 원로, 운동권 출신 백수들, 프로 정치 댓글러 -- 모두 안철수 의원에 대한 증오와 경멸과 조소와 빈정거림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당해봤자 손해라느니, 안철수는 끝났다느니 하는 소리만 반복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그냥 안철수 개인이, 친노에게 굴복 혹은 굴욕을 당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안철수 개인은 그냥 개인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그 사람이 지금 그자리에 서있게 만든 일반 대중들, 전통적 야권 지지자들 그리고 중도 내지는 무당파지만 야권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이 들면 야권에 표를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지금 야권 세력이 이런 대중들, 국민들의 메시지를 외면하고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있다는게 가장 근본 문제입니다. 단순히 안철수 한명 호구잡고 이지메 한다고 이 사람들의 요구가 사라지는게 아닙니다. 

안철수가 실패하면, 저 대중들은 그냥 다른 말을 찾으면 됩니다. 

지금 야권 주류, 친노 586에게 대중들의 지지가 되돌아 갈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5) 마지막으로 안철수 의원 지지자들에게. 

몇 시간 후에 있을 기자회견이, 탈당 선언어 될지 탈당을 준비할만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을 기자회견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본인이 이미 기존 야권 지지층의 열망을 확인한 이상, 맥없이 주저 앉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몇몇 '지지자'들은 안철수 의원의 선택에 항상 마음 상해왔을지 모르겠지만, 안철수 의원의 선택은 본인의 정치적인 유불리 보다는 항상 평범한 국민들 그중에서도 야권 지지층들의 마음을 따르는 형태로 움직여 왔습니다.  정치적인 감수성과 판단력이 뛰어난 넷상의 지지자나 종편이나 팟캐스트 훈수꾼의 말을 좇는게 아니라 말입니다. 정치인은 대중보다 딱 반발자국 앞서있으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대선 국면에서는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야권으로의 정권 교체의 열망을 읽고 그를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합당 국면에서는 외부 제삼 세력이 아닌 전통적 야당 세력과 하나가 되고, 그 안에서 개혁을 이끌라는 열망을 읽고 그를 위해 몸을 던진 겁니다. 

안철수 의원은 항상 야권 대중의 기층의 요구에 진심으로 응답했습니다. 이 지지층의 요구를 배반하고, 안철수 의원의 진심과 노력을 사익을 위해 사용했던건 지금 야권 주류 친노/586 세력입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의 야권 대중의 요구는 야권 재편입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라면, 선거를 통해서, 여론 조사를 통해서, 그리고 광주 방문을 통해서 읽어낸 이 대중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 환경이 좋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지역별로나 연령별로나 인구비례상 야권 자체가 불리한 지형인데다가, 종편등 수구 언론 뿐 아니라 기존 낡은 진보 언론들, 그리고 참여정부때 분산투자로 권력의 핵심을 누렸던 삼성등 대기업까지.  진정한 야권의 개혁, 혁신이 이루어 질때 까지 온갖 음해와 박해와 고난의 가시밭길이 펼쳐질 수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단길, 꽃길이 깔려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도약은 모험적일 수 밖엔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 발자국은 국민을 믿고 딛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