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차별 관련하여 '위선주의 타파님'께서 디시갤러리의 수장인 김유식을 언급하셔서 예전에 읽었던 김유식의 글을 인용합니다. (전문은 여기를 클릭)


김유식이 욕먹는 이유는 '518 학살은 성역화되어서 그렇지 나중에 역사가 재평가할 것이다'라는 드립 때문이죠. 당시 이 드립 때문에 욕이란 욕은 다 먹은 김유식은 한 150살까지는 살듯.


그러나 아래의 글은 김유식조차도 '호남차별'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그 것이 '잘못되었다'라는 것을 주장하는 글입니다. 이 글이 씌여진 시점은 2012년. 물론, 지역차별 드립이 디시에서 횡행하였고 그 지역차별 드립을 주로하는 진영이 일베로 독립해 나가서 일베를 견제하는 용도로 썼고 또한 여전히 디시에서도 지역차별 드립이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래 글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는 있겠지만 글쎄요.... 


'최선의 선의로 해석하는 것이 윈칙'이라는 것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인두껍을 쓴 철면피가 아니라면 '호남차별'을 마음에 두고 저런 글을 '굳이 쓸 이유가 없지' 싶은데..... 판단은 읽는 분들에게 맡깁니다.


인터넷에 부는 홍어(洪魚) 매카시즘 written by 김유식

- 네티즌 사이에 부활한 호남(湖南)차별의 악령 

인터넷의 '전라도 혐오증'

  얼마 전 직원을 편지 봉투 뜯는 칼로 찔렀다는 한 기업인의 엽기적 행동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연세가 지긋한 그 기업인은 자신의 회사 인사팀에 전라도 출신 직원은 채용하지 말라고 지시를 한 것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채용에 있어서 출신지역을 차별하는 그 기업인의 행태는 공분을 자아냈고 일각에서는 그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사회에 엄연히 ‘호남(湖南) 차별’이 공공연히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고향이 전라도면 취업하기도 힘들고 군(軍)과 검찰 쪽에서는 승진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전라도 출신 한 중견 배우는 중학생 시절 서울로 전학 오자 친구들로부터 “쟤, 전라도 애야.” 라며 놀림을 당한 사연을 고백하기도 했다.

 과거 TV나 영화에 나오는 깡패, 일용직 노동자와 같이 하층민을 연기한 배우들은 대부분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 광주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그렸다는 어떤 영화는 ‘전라도 새끼가 깡패밖에 할 게 더 있냐?’는 자극적인 홍보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전라도 사람이 느낀 차별과 설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문구였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고 호남출신에 대한 편견도 사람들의 뇌리에 희미해져 갔다. 사회 전반에서 호남 차별이 사라져 갔고 호남출신 대통령도 나왔다. 건전한 애향심을 넘어 타 지역을 비방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공개적인 영역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라도 사람뿐만 아니라 전라도 사람이 아닌 타 지역 사람들도 전라도 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시민의식은 성숙되었다. 이제 그 기업인처럼 대한민국에서 공개적으로 전라도 차별을 하면, 그 차별하는 사람이 차별 받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을 보다보면 뭔가 이상하다. 언제부터인가 시대의 흐름을 비웃듯 전라도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비난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의 호남 차별은 하나의 강력한 인터넷 트렌드(trend)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호남 차별을 발산하는 네티즌들은 망설이는 자세도 없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노골적이고 직선적이고도 거침이 없다. 일방의 선동으로 지역갈등과 분열주의에 휘둘릴 시절은 지났건만 최첨단 인터넷 시대에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전라도에 대한 공격은 차별을 넘어서 가히 ‘혐오증’ 수준이다. 최근 인터넷 세상에서 몇 년 사이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전라도 혐오증’을 네티즌들은 그들만의 용어로 ‘홍어(洪魚) 드립’이라고 부른다.


 아고라 홍어, 네이트 홍어, 디시인사이드 정사갤 홍어

  ‘드립’이란 영어의 애드립(adlib)에서 유래된 말로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즉흥적으로 재미있거나 주위의 관심을 끌 만한 말’을 뜻하는 신조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돌연 첫사랑 얘기를 꺼내고 그 주제로 게시판의 글들이 줄을 잇는다면 ‘첫사랑 드립 시작했다’고 표현한다. 인터넷에서 홍어는 전라도를 비하의 의미로 상징하는 대표적인 어족(魚族)이다. ‘홍어드립’은 말하자면 인터넷에서 전라도를 차별하고 멸시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네티즌들이 전라도 혐오증을 표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상대 네티즌이 호남 출신이나 혹은 조금이라도 호남과 연관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주저 없이 ‘홍어’라는 딱지를 붙이고 “너 알고 보니 홍어였구나!”, “여기 홍어 한 접시 추가요!” 라며 몰아세운다. ‘홍어 딱지’가 붙은 네티즌은 해당 게시판에서 급격히 발언권이 위축된다.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발언의 진정성, 타당성, 합리성이 의심되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홍어가 하는 말이라면 뻔하지, 뭐” 라는 식의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정치 영역에서 ‘홍어드립’은 특히 거세다. 관련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네티즌들의 ‘정치드립’은 많은 부분 ‘호남 혐오’가 동력(動力)이 되어 움직인다. 더욱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조인 낙후된 우리 정치 분야에서 네티즌들의 ‘홍어드립’은 좋은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언론 사이트의 정치관련 기사 댓글란이나 정치 관련 게시판에는 ‘홍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진보, 좌파적인 주장의 게시물에는 ‘홍어’라고 비난하는 댓글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아, 홍어 냄새가 난다.”며 평가절하 하는 식이다. MBC나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진보·좌파 성향의 매체들도 정치적 입맛에 맞지 않으면 대번 ‘홍어언론’으로 규정된다. 아나운서나 기자, 해당 매체의 간부가 호남출신이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누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찬양이라도 하면 즉각 홍어로 몰리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인터넷에선 어느 정치인의 표현대로 ‘관습당헌(慣習黨憲)’상 아예 ‘홍어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네티즌들의 정치 토론에 ‘홍어드립’이 넘쳐나다 보니 “민주당, 주요 포털에 ‘홍어’ 키보드 입력금지 법안을 상정예고 했다!”는 웃지 못 할 낚시성 게시물도 보인다. 아예 대놓고 전라도 사람들을 강력 비난하고 차별하는 극우 성향의 몇몇 인터넷 카페도 ‘홍어드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카페에서는 호남출신을 유태인에 비교하며 때로는 나치의 인종차별을 뺨치는 섬뜩한 게시물도 올라온다. 전라도민을 인디언에 묘사한 “전라디언”이라는 용어는 이미 인터넷에서는 알만한 이는 다 아는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 다음 아고라에 활동하는 좌파 성향의 네티즌은 ‘좌(左)고라 홍어’, 네이트가 좌편향 기색을 보이자 ‘좌(左)이트 홍어’, 디시인사이드의 정치사회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은 ‘정사갤 홍어’라는 별명도 따라 붙었다.


  ‘전학생은 홍어女’, ‘전남(全南)스탄’, ‘광쥐스트’…희화화된 호남

  ‘홍어드립’은 프로야구계에서도 넘쳐난다. 광주(光州)를 연고지로 하는 기아 타이거즈가 시합에서 승리하는 날이면 타 지역에 연고지를 둔 구단 팬들이 일제히 기아 타이거즈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을 ‘홍어’로 도배한다. 혹은 영남(嶺南)에 연고지를 둔 구단이 기아 타이거즈를 이기는 날이 있다면 분위기가 유독 뜨거워지고 탱크에 올라탄 ‘전두환(全斗煥) 장군’이 홍어가 널린 시장바닥을 밟고 지나가는 합성 애니메이션도 반복해서 올라온다. 영남과 호남의 해묵은 지역감정의 발로(發露)가 아니다.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홍어드립’은 영남 지역 야구팬들을 넘어 다른 7개 구단의 팬들이 일제히 공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어드립’에 관한 한 비호남(非湖南) 네티즌들의 행동양식은 일사불란한 집단사고로 지배된다.
 
  대한민국 인터넷에 지역감정은 없고 오직 호남 차별만 존재한다. ‘홍어드립’이 난무하는 포털 스포츠 뉴스의 댓글을 “짜증나서 못 보겠다.”고 푸념하는 네티즌들도 많다. 호남 출신 팬들이 유독 많이 활동한다고 알려진 한 유명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는 네티즌들이 ‘홍어 서식지’로 치부하며 아예 커뮤니티 이름 앞에 ‘홍어’를 붙여 원래 이름보다 홍어라는 상징으로 더 유명해졌다. ‘홍어드립’은 정치나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상생활과 관련된 ‘홍어드립’도 자주 볼 수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우연히 신문에 난 흉악 범죄의 범인이 전라도 출신으로 드러나면 “그럼, 그렇지!”, “아, 또 홍어구나!” 라는 식으로 흥분한다. 호남에서 일어나는 범죄, 혹은 호남출신이 저지른 범죄는 ‘홍어드립’의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홍어드립’을 주도하는 네티즌들은 호남 출신 흉악 범죄자 목록을 만들어 시험 족보처럼 공유하며 지역감정의 대립이 있을 때마다 전가(傳價)의 보도(寶刀)처럼 써먹는다. 네 모녀 일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과거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한 선수는 인터넷에서는 ‘홍어범죄’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연예계라고 ‘홍어드립’의 광풍을 피해 갈 수 없다. 이른바 ‘문근영 악플’은 이미 언론이 보도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녀의 외조부가 비전향 장기수 출신의 좌파 인물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였지만 무엇보다도 문근영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점이 악플 폭주의 촉매가 되었다. “전라도 출신들이 힘을 모아 국민 여동생으로 둔갑시켰다.”는 식의 악플이 한동안 인터넷에 몰아쳐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해산설이 돌았던 한 걸 그룹 중 입장을 번복한 멤버의 고향이 전라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역시 배신에 능한 홍어였어!”라는 식의 악플도 거세게 달라 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전라도 출신 연예인을 ‘홍어 연예인’이라고 부르며 명단을 공유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행여 ‘이상한 조짐’을 보이거나 정치적 의사라도 피력하는 날에는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전라도 = 좌파(左派) = 빨갱이’ 등식

  <서울로 전학 온 전라도 출신 여학생 ‘김홍어’는 마치 홍어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한 16세의 소녀다. 그러나 고향을 부산이라고 속인다. 좋아하는 음식은 홍어고, 존경하는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취미는 촛불집회다. 이 여학생 집 현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다. ‘슨상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른 친구를 노려보기도 하고, 경상도에서 전학 온 다른 학생을 경계하며 호남 단결을 촉구하기도 한다. 호남을 기반으로 둔 특정 항공사만 이용하는 이 여학생은 일상생활에서 ‘뒤통수’를 잘 치는 것으로 묘사되고 과메기를 못 먹을 음식으로 말한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다가 친구에게 걸리기도 하고 한 남학생의 ‘김대중 ㄱㅅㄲ’ 를 해보라는 요구에 하지 못한 채 울먹인다.>

  얼마 전까지 인터넷에서는 ‘전학생은 홍어女’라는 만화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만화는 많은 네티즌들이 호남인에 대해 품고 있는 부정적인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홍어드립’은 이처럼 전방위적 영역을 넘나든다. ‘전학생은 홍어女’ 같은 창작만화와 그 아류의 콩트들이 네티즌들의 고소(苦笑) 속에 시리즈로 연재되기도 하고 ‘라도랑께’, ‘라도코드’, ‘홍어 판별법’, ‘홍어 존(zone)’, ‘전남(全南)스탄’ 등 호남을 희화화(戱?化)하고 조롱하는 용어들이 인터넷 전반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행여 호남 출신이 서울 말투를 구사한다고 하면 다짜고짜 ‘고향세탁’, ‘본적세탁’을 했다며 아우성을 치기도 한다. 각종 블로그나 토론 사이트에 ‘홍어드립’이 쇄도하다 보니 “요즘 홍어, 홍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왜 그런 건가요?” 라며 문의하는 글도 자주 눈에 띈다.
 
 물론 특정지역을 폄하하는 ‘드립질’ 대상은 호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영남도 그 대상이 된다. 한동안 일부 네티즌들은 영남 출신을 ‘과메기’라고 비하하며 ‘홍어드립’에 맞불을 놓았다. 경상도를 ‘개쌍도’로 부르기도 한다. ‘고담대구’도 대구(大邱)를 조롱하며 네티즌들이 붙인 별명이다. ‘고담’이란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우울한 분위기의 도시다. ‘라쿤 광주(光州)’ 니 ‘갱스 오브 부산(釜山)’, ‘마계 인천(仁川)’ 등 이른바 가벼운 풍자(諷刺)의 인터넷 ‘지역드립’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라쿤’은 생물학적 오염으로 시민들이 모두 좀비가 된 게임 속의 도시고, ‘갱스 오브 부산’은 부산시에 조직폭력배가 많다는 이유로, ‘마계(魔界) 인천’은 인천에 엽기적 범죄 발생률이 높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이들 재미로써의 ‘지역드립’ 을 단숨에 잠재운 것은 강력한 ‘홍어드립’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홍어드립’ 쓰나미가 몰아치면서 말 장난식의 유쾌한 ‘지역드립’은 점차 사라지고 놀이를 넘어 점차 전라도에 대한 경멸로 촛점이 맞추어진 ‘홍어드립’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천안함 침몰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혹은 국내 지하당 간첩사건과 같은 대북(對北)관련 이슈가 터져 나오면 ‘홍어드립’은 더욱 강렬해진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마치 공범(共犯)이라도 된 듯 호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희망버스’나 무상급식,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이념이 개입된 사안에도 역시 호남은 함께 두들겨 맞는다. ‘빨갱이 프레임(frame)’에 전라도를 가둬 놓고 걸핏하면 난타하는 구도다. “전라도에는 홍어가 무상급식 되냐?”, “제주 강정마을은 홍어 해방구”라며 몰매를 때린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전라도 출신 회사 동료가 죽창 들고 봉기하러 고향 내려갔다.”, “연평도 포격이 터지자 호남 일각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는 식의 심각한 악성 유언비어도 게시판에 쇄도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광주 5.18 북한특수군 소행론(論)’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면 “왜 북한팀을 응원 하냐?”고도 하고 호남 네티즌이 북한을 비난하면 “너희들 팀킬 (team kill·같은 편끼리의 싸움)하냐?”고 비웃는다.

  인터넷 초기에 드물게 존재했던 ‘전라도 = 빨갱이’ 떡밥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기점으로 네티즌들이 벌떼같이 DJ -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난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북한에 천문학적 달러를 보낸 DJ가 전라도 출신이고, 노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계승자였다는 ‘원죄’로 두 전직 대통령은 서거 후에도 ‘홍어드립’의 희생양이 되었다. 일부 우익성향 네티즌들의 가세와 구경꾼들의 방관 혹은 심정적 동조 속에 ‘홍어드립’은 점차 인터넷의 ‘놀이문화’로 정착하게 된다.


  신세대의 호남 혐오 현상

  우리 사회에 좌파勢가 강해질수록 ‘홍어드립’도 비례해 맹렬해진다. 민주노총, 전교조 같은 좌파 단체들은 ‘홍어드립’의 주된 타깃이다. 노사 분규가 심해지거나 무상급식 지지 운동 등이 벌어지면 “배후는 홍어다!”, “파업이 있는 곳에 홍어가 있다.” 라는 식으로 전라도는 걸핏하면 속된말로 쉴 새 없이 까인다. “홍어들의 유일한 취미는 촛불집회”라며 촛불시위도 격하된다. 일부 네티즌들은 ‘좌파는 곧 전라도’식으로 좌파의 상징적인 아이콘을 아예 전라도로 설정했다. 그래서 한국 지도에 북한지역과 전라도 지역만 빨간색으로 칠한 합성 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전라민국 해방!”, “라도를 독립시켜라!”고 외치기도 한다. 올해 초 서울의 모 대학 총학생회 간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홍어드립’을 하다가 ‘신상이 털려(개인정보 노출)’ 공개 사과를 한 적 있다. 아마 그 대학생도 밖에서는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열정의 젊은이였을 것이다.

  ‘90년대의 PC통신 시절에는 ‘호남 혐오’가 존재 하지 않았다. 그런 사고를 갖고 있어도 공개 게시판에서 발설한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당시 온라인 분위기는 그러한 문화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PC통신에서 본격적으로 인터넷으로 네티즌들이 옮겨간 2000년 즈음에도 마찬가지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문민(文民)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 전반의 호남 차별이 눈 녹듯 각성되고 DJ -노무현 정권 시절의 인터넷은 그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표면적인 호남 비하는 미미한 정도였다. 그러나 DJ - 노무현 정권이 끝나면서 ‘호남 세력’이 퇴조하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인터넷에 호남 비하 풍조가 서서히 되살아났다. 영남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지난 좌파 정권 10년간의 거부감과 심리적 반작용은 ‘홍어드립’의 군불을 지폈다. 인터넷의 10~20대들에게 ‘호남 혐오증’이 짙게 나타나는 것은 ‘밥상머리 대물림’도 한몫한다. 호남 차별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고 자란 일부 50대 이후 세대의 자녀들이 생물학적 연령으로 인터넷의 주역으로 성장하면서 마치 가전(家傳)으로 이어져 내려오며 끊임없이 재생산 된 ‘호남 차별’의 악습이 인터넷을 통해 다시 표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은 ‘호남 차별’이 집안의 내력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가훈(家訓)이 ‘호남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표현 방식도 확연히 구분된다. 히스테리성 지역감정 표출형 게시물들을 자세히 보면 상당수가 장년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신세대 네티즌들의 ‘홍어드립’은 대체로 희롱에 가깝고 그 숫자가 압도적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북한 김정은의 3대 세습에 분노한 일부 新보수 네티즌들도 ‘홍어드립’에 가세했다. 대북 강경 분위기 속에 ‘친북 = 전라도’의 등식이 성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햇볕정책의 주창자인 DJ가 전라도 출신임을 들어 ‘슨상님 타령’도 빼놓지 않았다. 김대중 동상의 제막도 반 DJ 네티즌의 ‘홍어드립’에 불을 붙였다. ‘호남향우회’, ‘고대(高大) 동창회’, ‘해병대(海兵隊)전우회’는 한국 사회의 3대 마피아라고 부르는 네티즌들의 냉소적인 우스개가 있듯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신세대 네티즌들은 그들끼리 단결하고 타 집단에 배타적인 패거리 문화에 기본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낸다. “홍어들은 뒤통수를 많이 친다.”, “자기들끼리만 뭉친다.”, “식당 갈 때는 ‘호남식당’ 등 호남관련 식당 및 호남향우회 회원이 운영하는 식당만 찾는다.”, “고향에 내려 갈 때는 조금 오래 걸리고 불편해도 항상 전라도 회사인 ○○고속을 이용 한다.” 등의 호남의 배타성을 비난하는 선동적 경험담이 끊이지 않으면서 익숙하지 않은 일반 네티즌들도 ‘간접학습’ 되고 만다. 전라도 사투리를 이용한 악플, ‘홍어 이기주의’, ‘광쥐스트’, ‘먼 홍어 이웃 홍어’, ‘만만한 게 홍어드립’ 등 호남에 대한 수많은 조롱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이질성을 가진 소수를 다수가 집단으로 괴롭히며 재미를 즐기는 ‘사이버 왕따현상’이다. 한국 사람만큼 사회적 소수를 차별하는 국민도 없다.

 왕따를 즐기는 네티즌들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호남인의 네거티브한 자산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안다. ‘홍어녀’에게 ‘김대중 ㄱㅅㄲ’를 해보라고 요구하고 주저하며 울먹거리는 홍어녀를 보고 흐뭇해하는 것은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즐거워하는 교실 안의 왕따 현상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왕따라고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왕따는 잘나도 왕따고 못나도 왕따다. 왕따를 즐기는 이들은 보복 당하지 않을 만만한 상대를 골라 집단으로 괴롭히고 두들겨 패며 내면의 음습한 공격성을 드러낸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젊은 네티즌들은 취업난의 무게에 짓눌리고 불만은 쌓여만 간다. 유럽에서 실업난이 심화되면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여론이 적대적으로 변한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 국민들도 침체된 경제의 원인을 유태인들에게 돌리고 차별했다. 요즘 네티즌들은 아무리 스펙을 갖춰도 과거 부모 세대가 이루어 놓은 당연한 듯한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없는 꿈만 같은 현실에 절망한다. ‘홍어드립’은 이들에게 분노와 적개심을 배설할 수 있으며 대중의 흡인력까지 갖춘 좋은 키워드인 것이다.



 치유되어야 할 바이러스, ‘홍어 드립’

 밝은 곳에서는 맥을 못 추지만 음습한 곳에서 피어나는 곰팡이 같은 ‘홍어드립’은 네티즌들의 ‘구미’를 당길 여러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제 숙성된 ‘홍어드립’은 '10.26 보궐선거(補闕選擧)'를 목전에 둔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야당의 호남출신 모 국회의원에게는 이미 ‘홍어드립’의 공세가 시작되었고, 최근 법원의 판결로 다시 해외 성매매 추문 의혹에 휩싸인 모 호남출신 지자체장도 집요한 ‘홍어드립’에 이미지가 저하되고 있다. ‘홍어드립’은 네티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거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뒤흔든다. 또 이는 우리 사회의 호남에 대한 편견, 금기시 된 내면의 비뚤어진 욕망, 마이너리티에 대한 차별과 가학성향, 지나친 반공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변종 바이러스다. 유행성 독감 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증식속도가 매우 빠르다. 인터넷의 자정작용(自淨作用)이 감당하기도 벅차다. 적절한 예방책이 없으며 일반 네티즌들도 쉽게 감염되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도덕적 감화와 설득으로 쉽게 치유될 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검증되었다. 비슷한 레퍼토리를 자꾸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다수의 방관자 자세를 가진 구경꾼은 “아! 무언가 있구나.” 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이들도 어떤 계기를 맞게 되면 슬그머니 ‘드립질’ 에 가세하며 변해간다. 누군가를 약 올리고 화나게 할수록 한편에서 열광하는 네티즌들도 느는 법이다.

 ‘홍어드립’을 소수 네티즌들의 악의와 치기(稚氣)어린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인터넷상의 전라도 혐오증이 이미 우려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과연 네티즌들만의 잘못된 문화인지는 한 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라도 출신을 채용하지 말라고 한 CEO가 과연 그 기업인뿐일까. 가끔씩 튀어나오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호남비하 발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결혼 상대방의 비(非) 희망지역 1순위로 전라도를 꼽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전직 장관 출신 한 결혼정보 회사 CEO의 고백은 우리 사회가 숨기고 있는 호남에 대한 내면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인터넷은 현실 세계의 반영이나 오프라인 인격과 사이버 세상의 인격은 다르다. 우리 사회의 호남 차별이 공개된 광장에서 언로(言路)가 막히고 금시기 되자 익명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으로 흘러 들어온 게 아닐까. 네티즌들의 기성세대 답습을 통해 유령처럼 부활한 것이 아닐까. 누구도 특정 출신 지역이라는 주홍글씨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양심과 도덕을 마비시키는 호남 차별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세대를 거슬러 끊이지 않고 있는 ‘호남 차별’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우리 사회가 힘을 합쳐 극복해 내지 않는 한, 인터넷의 ‘홍어드립’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