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간만에 좋은 말을 하셨다.

http://daily.hankooki.com/lpage/politics/201511/dh20151110143917137490.htm

심 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다 내려놓는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득권을 회수하는 것이 혁신이 될 것"이라며 "호남 혁신연대가 기득권 회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호남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내년 총선에 대거 출마시키겠다"

연대라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해서 저 안에 "호남 혁신연대"라는 말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심히 못마땅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 기사만 보면 심상정 대표의 의도가 왠지 새정련을 압박해서 호남의 지분을 어느 정도 따낼려는 의도로도 읽히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투표권이 생긴 이후로 총선에서 가장 많은 투표를 한 당은 예전 민노당부터 시작한 정의당 계열의 정당들이었다. 지역구에 해당자가 없더라도 비례대표는 무조건 정의당 계열로 투표를 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노/심/조에 대한 안타까움이 무관심으로 바뀌게 된 것이 지난 총선때 부터였던 것 같다. (실은 그 이전의 2010년 지방 선거때부터 어느 정도 조심이 보였던 것 같지만...) 진보신당이 두개로 갈라지는 헤괴망측한 과정, 애초부터 이루어질 수 없었던 통진당이 만들어졌다가 부서지는 과정, 그리고 총선에서의 모습. 그리고, 지금은 유시민, 진중권과 히히덕 거리며 "기울어진 운동장론"이나 맞장구치며 새정련 친문들한테 속보이는 추파나 던지며 "야권 연대"에 동조하고 있는 노회찬의 모습. 

글쎄. 누군가는 변명을 해주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자기 실력을 키우는 것에는 소홀히 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쫓는다는 거룩한 명분하에 겨우 의석 한두개 더 건지기 위해서 앵벌이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솔직히 물어보자. 지금처럼 이대로 가면 (까놓고 이야기해서 새민련과 야권 통합까지 하더라도) 과연 의석 몇개나 건질 수 있을까. 비례대표 합해서 최대 10석? 이것도 정말로 희망적으로 말해서 10석이지 야권이 지리멸렬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는 정의당은 아예 쪽박차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위의 10일자 발언 이전으로 돌아가 진보계열 통합선언 바로 직후(11월 6일)에 심상정 대표가 처음 한 일이 호남으로 내려갔다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발언한 것과 위의 발언을 연계해서 생각해 보면 정의당도 이전보다 통이 좀 커졌음을 느끼게 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8386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진보진영 통합선언 직후 첫 방문지로 목포를 찾아 "새정치연합과는 종류가 다른 당이 되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의당은 당 통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기기 위해서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하는 무책임한 통합이 한국 정치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MB때부터 이기기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벌어졌던 통합이 결국 진보 정치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는 것을 심상정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새삼 시선이 간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호구로 삼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진보당 계열들이 호남을 냉대해왔던 사실을 반추해보면, 이번 심상정 대표의 발언은 정의당이 비로서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본산인 호남에 대한 존중을 단지 말로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선거 전략도 짜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참에 호남에 정의당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공천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력의 승부를 벌여보는 것이 어떠한가. 지금 호남은 정말로 무주공산이다. 문재인 지지율이 5%가 나오고 있다. 새정련의 친문은 이제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 천정배 신당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심상정이라면, 정의당의 모든 총화력을 호남으로 보내겠다. 심상정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조승수, 노회찬, 그리고 현역 의원 모두 호남으로 가라. 내 생각에는 정의당이 이렇게 진심을 기울리면 대한민국 진보 정치의 역사인 호남은 반드시 거기에 응대해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호남 독점을 막겠다라는 정도로 나올 것이 아니라, 호남 제 일당이 되겠다는 자세로 나오는 것은 어떤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정의당이 호남을 발판으로 삼아 전국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정권은 잡을 생각은 없고 호남을 겁박해서 국회의원 자리나 보장받으면 장땡인 486 수구 세력들을 몰아내고) 제일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는 총선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 또 올까 싶다. 

정의당 호남으로 가라. 그렇게 자신의 실력으로 승리하여서 대한민국 진보 정치의 역사를 새롭게 써보는 것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