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였을겁니다.

당시 인기가수였던 이은하씨가 테니스를 친 후에 시원한 사이다를 마십니다. 그 사이다 이름은 'Seven-Up'.

이 Seven-Up의 한국에서의 마케팅 결과는 '실패의 사례'로 연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연구 주제는 '청량음료 시장을 넓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 넓혀진 청량음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경쟁사들이 대부분 차지'.


콜라는 물론, Seven-Up의 경쟁제품이었던 칠성사이다까지 매출이 폭등했지만 Seven-Up은 한국에서 처참한 실패를 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소비자들에게 청량음료를 마시면 갈증이 해소된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었지만 Seven-Up이라는 브랜드를 부각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당시 슈퍼(한국에는 마트가 없었던 시절)나 구멍가게 가서 '사이다 주세요'라고 하지 'Seven-Up 주세요' 또는 '칠성사이다 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그럼 슈퍼 주인이나 구멍가게 주인은 '알아서' 칠성사이다를 주죠. 칠성사이다가 없으면 콜라라도 줍니다. 신나게 Seven-Up을 마시라고 외쳤지만 소비자들은 another cola로 각인되었고 그러니 청량음료수 중 아무 것이나 마셔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처참한 실패를 했던 Seven-Up은 미국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Not cola campaign' 광고를 선전합니다. 흔히, 시장에서 3위 이하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기업들이 내세우는 전략인 'positioning market strategy'를 내세운겁니다. 예, 자기네 것은 콜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청량음료 시장은 콜라가 주종인데 그 시장에서 콜라도 아닌 사이다로 승부를 걸어야 하고 그래서 사이다라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고 동시에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어 30위권의 Seven-Up의 인지도는 빠른 시간 내에 5위권으로 치솟았으며 매출도 급신장했습니다. Seven-Up이 만일 콜라였다면 다른 전략을 수립했을겁니다. 왜냐하면, 동종업계에서 3위를 한다는 것은 존망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따라서, Seven-Up이 콜라였다면, 제 아무리 5위권으로 치솟았다고 한들, 존망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겁니다.


청량음료에서 순위를 따진 것이 아니라 사이다 음료에서 1위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Not Cola Campaign'을 내세운 것입니다.


한국의 이동통신사의 경우 부동의 1위인 SK, 그리고 과거의 명성 때문에 또한 부동의 2위를 하는 KT에 이어 LG 텔레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때 LG는 그룹 차원에서 이동통신 사업권 반납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LG에 이어 4위였던 한솔텔레컴은 지금은 회사조차 없어졌고 한 때는 이동통신의 선두주자였던 신세계 통신은-비록 아나로그 방식이었지만- CDMA 시장의 개막과 함께 SK와 KT가 이동시장에 참여하면서 SK에 흡수 역시 회사조차 사라졌습니다.


시장에서 3위는 참 생존하기가 함듭니다.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1,2위 기업과는 달리 규모의 경제를 누리지 못하고 상대적인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시장에서의 기업의 존망까지도 걱정해야할 처지인데 유일하다시피한 탈출구는 바로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발굴 상품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케팅에서 3위가 살아남는 전략인 'positioning market strategy'은 한국 정당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민주노동당은 DJ정권이 들어서면서 창당에 성공했고 그리고 이어지는 총선에서 비록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는 못했습니다만(조승수 의원이 배출되었었나요?) 울산에서 17%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거둔 것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시도에서 전부 1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는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선전은 바로 유권자들에게 '정치 공약의 신선함'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Not Cola Cmapaign'이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의 몰락은 'NL이 득세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식상함을 느끼게 했기 때문입니다. 'Not Cola'인지 알았더니 'Another Cola'에 불과했고 그래서 국민들에게 '너희들도 똑같은 놈들이었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졌으며 그 결과는 정치 시장에서의 몰락이었죠. 민주노동당이 몰락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 규모가 3위였기 때문입니다. 당 규모가 1,2위인 새누리당이나 새정련은 민주노동당보다 더 잙짓을 해도 몰락하지 않습니다. 친노가 분당하지 않고 '악착같이' 호남에 눌러앉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점은 신당에게 생존을 넘어 집권까지 이르는 방법에 대한 전략 수립에 힌트를 줍니다.


차별화 없는 상태에서 3위라도 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망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크로 여러분들은 '개혁'이라는 단어를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서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트림'부터 나옵니디만.


그런데 신당의 성격이 개혁성의 기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새정련을 대처하는 정당이 아니라 경쟁하고 협력하는 정당으로 다당제를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흐강님 글 중 인용)


개혁? 개혁은 보수의 통치수단이지 진보가 지녀야할 가치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 국민들은 '개혁이라는 단어'에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뭘, 개혁하겠다는겁니까?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나라를 온통 뒤짚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개혁을 구호로 하여 나라를 온통 뒤짚어 놓겠다는데 그거 동의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요? 과거의 정권들 그리고 현재의 정권이 '개혁'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국민들 가슴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냈는데요.


그래서 식상함을 넘어 국민들에게 쓰라린 상채기만 주고 만 '개혁'이라는 단어가 신당의 기준이라고요? 그리고 그 개혁이라는 것은 새누리당도 맨날 언급하는 단어이고 새정련도 맨날 언급하는 단어입니다. 이미 공해 수준으로 언급되는 단어를 신당이 창당되면 그만큼 또 더 들으라고요?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개혁'이 아니라 '합리성'입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 격인 개혁이 아니라 국민들이 실제로 피부에 와닿을 수 있고 추구하면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합리성 말입니다. 솔직히, 신당의 기준이 '개혁'이라는 말을 듣고 나름대로의 가졌던 기대를 대부분 놓았습니다.


더우기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련과 차별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새정련과 경쟁하고 협력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완전히 기대를 놓았습니다. 새정련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신당이 격퇴하고 격멸해야할 대상입니다. 물론, 지금 체력적으로 약한 정당이고 아직 걸음마도 떼지 않은 정당에게 이미 수구세력 중 하나로 자리잡은 친노를 격멸시키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신당이 필요한 것은 '맛이 다른 콜라입니다'라는 'Another Cola'라고 떠들게 아니라 'Not Cola Campaign'을 벌려야 그나마 생존가능성을 키우고 집권까지도 희망을 걸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태연연한 개혁을 구호로 내세워 '경쟁과 협력'을 구걸할게 아니라 '합리성'을 내세워 '대립각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물론, 경제적 마케팅과 정치적 마케팅은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더우기 한국 정치 시장의 편파적인 구도인 현실에서 신당은 악전고투를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지금 신당의 출구전략은 'Another Cola campaign'이 아니라 'Not Cola campaign'입니다.


똑같은 메뉴로 식당 개업을 하면서 수저만 금수저로 놓으면 손님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나이브함'을 넘어 정말, 구태의연한 생각이죠.


덧글) another cola campaign은 머케팅 역사에 기록된 'not cola campaign'과는 다르게 제가 글의 hook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낸 조어입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