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님께서 운영하시는 담벼락에서 '**'(닉네임이 거시기해서 **로 모자이크)님이 링크하신 글을 여기에 인용합니다.


**님은 아래와 같은 글을 올리셨는데요.... (문단은 제가 임의로 조정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기사를 보았습니다.


참 코메디 같은게 한미 FTA에 있어서 삼성이 노무현을 부추긴 정황이 분명히 있는데 저게 자기 발목을 잡는 결과로 나왔다는 거지. 저런 벌처 펀드가 삼성을 협박하는데 쓴 게 문제의ISD 아니냐 ㅎㅎ. 암튼 국내의 갑중 갑이 외부세력한테는 저렇게 무력하게 당한다는 거 (왠지 이 대목에서 박원순이 어른 거린다 ㅎㅎ). 한국의 지배층이란게 이따위야  만만한 국내에선 온갖 갑질을 하면서 외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쩔쩔매는. 그래서 위기도 내부에서도 언젠가 터지겠지만 외부에서 먼저 올 가능성이 높은 거지. 

조선 시대 말기에서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게 없어요.


벌처펀드(vulture fund)라는 것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파산한 기업이나 자금난에 부딪쳐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싼값에 인수하여 경영을 정상화시킨 후 비싼 값으로 되팔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자금으로 고위험·고수익을 특징으로 함’이라고 설명된다.

하지만 금융가에서 벌처펀드는 이런 고상한 어감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해석된다. 벌처(vulture)는 ‘대머리 독수리’다. 썩은 고기, 즉 동물의 시체를 파먹고 산다. 이미 죽어있는 존재에서도 자신의 양식을 뜯어낸다. 한 마디로 악랄하다는 뜻이다. 벌처펀드는 바로 ‘마른 수건에서도 물 한 동이를 짜내는’ 지독한 펀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4일 한국 증시에 이 대머리 독수리가 등장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 5927주)를 장내 매수한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결정이므로 이에 반대한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인 폴 싱어(70)가 1977년 설립한 회사다. 그동안 벌처펀드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명세(혹은 악명)를 떨쳤다.

그들의 유명세는 단연 뛰어난 수익률에서 나온다. 197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평균 수익률이 14.6%였다. 설립 이후 38년 동안 손실을 본 해가 단 두 번뿐이다. 반면 악명은 그들이 부실채권을 주로 사들인 뒤 끈질기고 집요한 소송을 통해 반드시 제값을 받아내기 때문이 생겼다. 싱어는 2001년 아르헨티나가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채권 가격이 80% 폭락하자 이를 헐값에 쓸어 담은 뒤 소송으로 100% 제값을 받아냈다. 당시 싱어는 소송으로 아르헨티나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한 아르헨티나 군함을 차압했고, 대통령 전용기까지 압류를 시도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싱어는 콩고공화국과 페루 정부를 상대로도 승리를 거둔 말 그대로 ‘벌처펀드’의 전설 같은 존재다.

한국 증권가에서는 이 대표적인 미국 독수리의 등장에 “삼성그룹이 제대로 허를 찔렸다”고 입을 모은다. 부실채권이나 부실기업을 먹이로 삼는 벌처펀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 그것도 3세 승계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을 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미국 독수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서 드러난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발표가 나자마자 삼성물산 주가는 4~5일 이틀 동안 무려 20.8% 뛰었다.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평균 매입 단가를 5만 5000원 선으로 추정한다. 이들이 이미 2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주가가 더 뛰면 독수리들이 앉아서 챙겨갈 한국의 국부(國富)가 얼마일지 상상조차 어렵다.

(단지, 삼성 이재용의 편법 황제 등극 건 때문에 멱살 잡혀 국부 2천억이 유출되었다는군요)


시나리오 1 - 엘리엇이 합병을 무산시킨다

표면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왜냐하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시를 통해 경영 참여를 선언했고, 삼성물산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할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명분은 이렇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0.35였다. 쉽게 말하면 삼성물산 주식 3주와 제일모직 1주의 가치를 같게 보고 합친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평가하다보니 이런 합병 비율이 나왔다.

문제는 시가총액과 달리 실제 두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만 4.1%를 들고 있다. 이 가치만 해도 8조 원이 넘는다. 이외에 각종 보유한 주식과 자산을 다 계산해보면 30조 원에 육박한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자산의 세 배가 넘는다. 제일모직 3주를 삼성물산 1주와 합쳐도 시원찮을 판에 거꾸로 삼성물산 3주를 제일모직 1주와 합치기로 했으니 삼성물산에 심각하게 불리하다는 게 엘리엇의 주장이다. (<-- 바로 이 대목에서 멱살을 잡힌겁니다)


명분을 확보한 엘리엇이 실제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상법은 기업의 인수 합병 등의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소액주주가 만약 합병에 반대한다면, 자신의 주식을 해당 회사에 일정 가격으로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그리고 이런 청구 금액의 총액이 일정액을 넘어서면,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매우 큰 것으로 보고 법적으로 합병은 무산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를 할 수 있는 가격은 5만 7234원으로 결정(이사회 결의)됐다. 합병 발표 전 삼성물산 주가는 5만 5300원이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는 이 가격보다 다소 높은 5만 7234원에 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리고 주식매수청구 총금액이 1조 5000억 원을 넘어가면 소액주주의 반대가 큰 것으로 보고 합병은 무산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뛰어도 너무 뛰어버렸다. 5일 종가는 7만 6100원. 합병을 반대하려면 주주들이 이 주식을 5만 7234원에 팔아야 하는데 7만 6100원짜리를 5만 7234원에 팔 바보는 아무도 없다. 따라서 주식매수청구 총액을 1조 5000억 원 이상으로 만들어 합병을 무산시키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엘리엇도 7만 6100원짜리를 5만 7234원에 팔아달라고 요청하는 ‘찐따 짓’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절차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지배력은 별로 크지 않다. 삼성물산의 지배주주는 당연히 삼성그룹인데 지분율이 19% 정도다. 2대 주주(단일주주로는 1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보유 지분이 9.79%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엘리엇이 7.12%를 보유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이밖에 여러 외국인 지분율을 합치면 33.08%나 된다.


설마 삼성이 표 대결에서 지겠어?”라고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엘리엇이 외국인 주주들을 규합하고, 표 대결을 통해 주가 급등을 열렬히 지지하는 개인주주들을 규합하면 충분히 승부가 가능하다. 다만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만이 아니라 제일모직의 주요주주이기도 하다는 점이 변수다.


무엇보다 이 시나리오의 치명적 약점은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의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합병 발표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일주일 사이에 시가총액을 40%가량 불렸다. 게다가 초록은 동색이라고, 역사적으로 이런 분쟁이 있었을 때면 다른 재벌들이 계열사인 주요 자산운용사들을 움직여 국내 재벌의 편을 들어 주었다. 금융권에서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나리오 2 - 엘리엇, 단기적으로 먹튀한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원래 주가라는 것은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때 가장 많이 오른다. 분쟁 주체들은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식을 사 모은다. 두 주체가 피 터지게 주식을 사 모을 테니 주가가 급등한다. 그리고 이 경쟁은 그야말로 외나무다리에서 벌어지는 ‘데스 매치(death match)’다. 누구 한 명이 “내가 졌다!”고 포기하기 전까지 주식의 가치는 끝없이 오른다.

벌써 조짐이 보인다. 4, 5일 삼성물산 주가는 20.8%나 뛰었다. 삼성그룹은 홍보 역량을 총 동원해 “합병 무산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벌써 “엘리엇이 들어오는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한 방 제대로 맞았다”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나리오 2의 핵심은 이 혼란 속에 주가가 급등하면 엘리엇이 보유 지분을 다 팔고 표표히 사라지는 것이다. 합병 무산이라는 시나리오 1이 이들에게도 별 이득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대한 이번 경영권 분쟁을 시끄럽게 끌고 갈 공산이 크다. 분쟁이 심할수록 주가는 더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엇은 이번 분쟁을 매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엘리엇이 합병 발표 직전부터 조용히 주식을 사 모은 것으로 짐작한다. 날고 기는 정보력을 자랑하는 삼성그룹의 정보망에도 이들은 걸리지 않았다. 합병 이전부터 뭔가 정보를 얻고 준비를 했다는 느낌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벌처펀드의 엄청난 실력에 한국의 ‘대표 선수’ 삼성그룹조차 속수무책으로 멱살을 잡힌 격이다.

시나리오 3 - 엘리엇, 장기적으로 삼성 지배구조에 간여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합병에 반대한 엘리엇이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신생 합병 회사의 주요 주주로 남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신생 합병회사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시비를 걸며 장기적인 실익을 챙기는 것이다. 과거 SK그룹을 장기적으로 뒤흔들었던 소버린이 사용한 방식이다.

삼성그룹으로서는 합병이 무산되는 것만큼이나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벌처펀드가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물고 늘어진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황제 등극을 지상과제로 삼는 삼성그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

수치로만 보면 이 시나리오의 성사 가능성은 낮다. 지금 합병 비율대로라면 엘리엇은 합병 삼성물산에서 1.84%의 지분을 받는다. 게다가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물산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그룹의 지배권이 비교적 공고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23.24%)을 포함해 삼성그룹이 미치는 지분 영향력이 52.99%다. 합병을 해도 39.25%라는 높은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도 아니다. 상대가 전설적인 벌처펀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벌들의 끈끈한 유대로 지배구조를 지켜온 한국은 아직 제대로 된 벌처펀드를 상대해 본 적이 없다. 엘리엇이 다른 헤지펀드들과 연대해 삼성그룹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들은 적어도 한 국가의 군함을 압류한 경험이 있을 정도의 ‘선수’들이다.


시나리오 4 - 엘리엇, 삼성과 타협으로 실속을 챙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 2가 제대로 성사되려면 미국 독수리가 빠른 시간 안에 지분을 팔고 깔끔하게 떠나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최근 삼성물산의 주가 폭등은 ‘삼성그룹 VS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분쟁을 전제로 한 것이다. 누군가가 이 데스 매치에서 패배를 시인하면 주가는 급속도로 하락한다.

그래서 엘리엇은 항복을 선언하기 전에, 혹은 지나치게 패색이 짙어지기 전에 주식을 팔아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주식을 팔기도 전에 주가가 폭락하면 얻을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들고 있는 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며칠 안에 깔끔하게 털고 나갈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물론 5% 이상 주주들에게는 5거래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지분 변동이 있어도 당일이 아니라 5일 안에만 공시를 하면 된다. 따라서 소리소문 없이(계속 싸우는 척 하면서) 5일 안에 지분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면 엘리엇의 ‘단기 먹튀’ 시나리오는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엘리엇이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하면 이 상황은 곧 증시에 소문이 돌 가능성이 높다. 한국 증시가 아직 벌처펀드와 진검 승부를 벌일 정도의 수준은 안 되지만, 그래도 수 백 만 명의 선수들이 매수와 매도 창구를 지켜보는 곳이다. 이미 시장의 주목을 받을 만큼 받은 엘리엇이 소문이 나지 않고 조용히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제시되는 다음 시나리오가 삼성그룹과 엘리엇의 극적 화해다.(<-- 이재용의 황제 등극을 위해서라면 ^^) 어느 정도 주가가 오른 뒤 삼성그룹이 블록 딜(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파는 거래) 형태로 엘리엇의 지분을 사 주고 일정 이익을 챙겨주는 것이다. 혹은 삼성물산이 거액의 주주배당을 실시해 엘리엇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방법도 있다. 실제 엘리엇은 4일 삼성물산에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현물로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자"는 제안서를 보내오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분쟁을 피해 행복하고, 엘리엇은 실익을 챙겨 행복한 시나리오다. 다만 엘리엇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국부를 유출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독수리 등장의 의미와 한국의 재벌 지배구조


벌처펀드가 한국의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핵심 지배구조를 파고들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그 동안 삼성그룹이 짜 놓은 시나리오는 한국에서 대게 무리 없이 통용됐다. 삼성그룹은 그 동안 갖은 지혜(!)를 동원해 세법과 상법을 피해가며 2세, 3세 승계를 이뤄냈다. 도덕적인 비난은 있었어도 법적인 징계를 내릴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의 세법은 삼성이 개척했다”는 비아냥거림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재벌들은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가진 국제적인 벌처펀드를 상대하게 됐다. 한국에서 모두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라는 ‘신의 한 수’에 감탄하는 동안,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와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


삼성그룹 3세 승계의 편법은 절대 옹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그 편법을 파헤치고 수정하는 것은 오로지 한국의 몫이다. ‘금융시장의 해적’ 벌처펀드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면서까지 뒤늦게 알아채야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돈 안들이고 바꾸겠다며 삼성그룹이 재주를 열심히 부렸는데, 돈은 왕서방이 챙겨 달아났다. 한국사회의 최우선 과제인 재벌구조의 혁파 외에도, 해외 자본의 자유로운 한국 유출입에 대해 강력한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