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와 만나 저녁을 함께 한 일이 있다.

당내 비주류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친노 열혈 지지자가 2만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상한 경선방식으로 인해 그들은 당원도 아니면서 당내 경선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실제 그 사람들이 당내 경선에 끼어들면 모든 경선은 ‘친노판’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당원경선을 실시하지 않는 한 비노 후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게 문재인 대표를 지탱하게 하는 힙입니다.”

그가 비노계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발언은 상당부분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까지의 경선 결과가 그랬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 투표 결과에서 노심(노무현 지지자들 마음)과 당심(당원들 마음)이 분리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손학규 후보는 당심이 작용하는 순회투표에서 1위를 달렸다. 순회투표는 현장에서 후보자들 연설을 듣고 대의원이 행사하는 투표 방법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1위에 올랐다. 모바일 투표는 열혈 친노지자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그 결과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손학규가 대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문재인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이해찬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맞붙었던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 당시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그만큼 ‘친노 열혈 2만명’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내 경선까지이다. 당내 경선 이후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되레 그들의 지지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 10.28 재보선 참패에 따른 대표 책임론으로 문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 대표에게 재보선 결과에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겠냐’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문 대표는 이번 선거 참패를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고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 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아무리 지방선거라도 중앙당에서 체계적 지원해야 한다. 작은 선거라고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재보선 결과를 두고 “우리 당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앞으로 걱정이 더 깊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이 상태로 총선 공천 작업만 한다면 (재보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되레 대여 강경투쟁을 천명하고 나섰다.

실제 문 대표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제안이 받아지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국정화 반대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도 친노 열혈지지자 2만명을 향해 던진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게 문제다.

문 대표는 이제 그 틀을 벗어나야 한다. 노무현 프레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물론 친노에게 유리한 경선 방식으로 인해 새정치연합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당권을 거머쥐고 친노 세력이 여전히 제1야당의 주류세력으로 모든 기득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목적이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고 정말 정권창출의 의지가 있다면,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면 그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당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당원들이 참여하는 경선을 실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마음도 열릴 것 아니겠는가.

10.28 재보선 때 전남 신안 나선거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가 무소속 2명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열혈 친노 2만명에 기댄 결과일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에게 기대고, 그들을 의지하는 한, 제1야당은 국민을 바라보기보다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로인해 모든 선거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제1야당을 망치는 것은 바로 그들 ‘열혈 친노 2만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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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