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통합전당대회로 모여야 합니다


2.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첫째, 비노 통합전당대회는 ∆천정배, 박주선, 박준영 등 공개적으로 신당을 추진하는 정치인들 ∆안철수, 조경태, 박영선, 박지원 등 새정치연합 내부의 비노 정치인들 ∆손학규 정동영 등 현재 정치권 밖에서 은인자중하는 정치인들 ∆김민석의 민주당 ∆반노 성향의 시민 활동가 및 지식인들까지 포괄해야 합니다. 누구누구와는 도저히 같이할 수 없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 결과는 공멸이고, 잘해야 새정치연합 친노세력 밑으로 치욕스럽게 복귀하는 것입니다. 설혹 신당 추진세력이 친노세력에게 무릎을 꿇는다 한다 해도 친노세력은 한번 등 돌리고 나간 정치인들을 일회용 소모품으로 사용할 뿐 결국 가마솥에 집어넣어 삶는 사냥개 취급을 할 것입니다. 이것은 필연입니다.

 

둘째, 철저하게 당원 중심주의를 천명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이 흔들리는 핵심 원인의 하나가 당원의 결정권을 부인하고 흔히 ‘깨시민’이라고 불리는 친노 성향의 외부 세력에게 그 권한을 옮긴 것입니다. 이들 외부 세력은 친노 성향을 바탕으로 반김대중/반호남 정서가 강한 집단입니다. 새정치연합 당원의 핵심인 호남 출신들과 도저히 화해 불가능한 존재들입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새정치연합의 조직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당을 건설하는 통합전당대회는 새정치연합과 달리 오직 당원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서만 지도부를 선출하고 공직선거 공천이 이루어진다는 원칙을 밝히고 정확하게 이 원칙을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물론 그 전제조건으로 당원 자격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그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이것은 신당을 지지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친노패권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 당원들을 끌어들이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당원 중심주의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이를 철저하게 실천에 옮길 때 신당의 조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지도부의 선출과 구성도 당원의 직접투표에 의해 결정하면 신당에 참여하는 정치 지도자들도 적극적으로 당원 확보에 나서게 됩니다. 정치인 누구를 영입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원들을 많이 끌어모으고 그들의 지지를 얻는 사람이 지도부에 오른다는 대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셋째, 철저하게 민주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무조건 당원 1인1표여야 합니다.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 비율 등에서 영남 당원에게 호남 당원의 몇 배 내지 몇십 배에 이르는 가중치를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정당에서는 ‘참여 없는 권리’가 없어야 합니다. 영남 지역의 당원이 적으면 권리도 그만큼 적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 민주주의 원칙을 부인한 결과 새정치연합은 신상필벌이 사라지고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부를 갈아치울 수 있는 수단마저 실종됐습니다. 민주주의 원칙 실종은 새정치연합의 혁신 가능성을 부정하는 강력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민주주의 원칙의 실종으로 지도부의 책임을 묻고 교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비노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신당과 비교하고 효과적으로 선전해야 합니다. 박영선 의원이 제기한 통합전당대회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것도 당원 중심주의 및 철저한 민주주의 원칙의 고수에 대한 명확한 천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 없이 치러지는 통합전당대회는 수많은 후유증을 낳았던 새정치연합의 과거 전당대회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넷째, 시급하게 비노 통합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실행할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 테이블에는 각 영역의 대표가 직접 참석하거나 아니면 권한을 정확하게 위임받은 대리인이 나와야 합니다. 이 테이블에서 통합전당대회에 참가해 한 표를 행사할 당원의 자격요건(당비 납부 등), 지도부 피선거권의 자격요건, 지도부 선거 참가자의 특별당비 납부 금액, 지도부 구성형태와 임기, 투표 방식(반드시 전당원 전국순회 현장투표여야 합니다), 일정과 장소, 그리고 통합전당대회의 조직과 실천에 따르는 법적 문제 해결 등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전당원 전국순회 현장투표는 이 통합전당대회의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당원 중심주의 및 철저한 1인1표, 직접선거 등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신당이 새정치연합과의 차별성을 전국민에게 과시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단기간이 아니라 몇 주 동안에 걸쳐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이슈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양분하고 있는 정치 전선과 지형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섯째, 당헌과 당규 가운데 통합전당대회 이전에 확정할 것은 당규(규약)입니다. 당헌(강령)은 통합 전당대회 협상 테이블이 먼저 전문가들을 선정하고 이들이 유력한 안 2~3개를 미리 만들고 이후 전당대회에서 이들 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거친 후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통합전당대회 이전에 신당의 정치적 정체성을 밝힐 필요가 있다면 전통야당, 민주당 계열의 정치노선, 김대중의 정치적 노선을 따른다는 정도만 밝혀도 되리라고 봅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당의 조직과 운영에 대해서는 당원 중심 및 직접 민주주의라는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지만, 당의 정책적 목표(강령)에 대한 합의는 너무 추상적이고 막연하며 현재의 논의 및 합의 수준이 낮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당헌(강령)은 조직이 완성된 뒤에 차츰차츰 토론해가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맞다고 봅니다. 원론적으로 이 순서를 반대로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신당 추진세력의 상황에서는 원론을 따르기 어렵습니다.

 

현재 신당 추진세력들은 상층부 중심의 조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명망가 등 스펙 중심의 조직 건설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소외시켜 다시 한번 구경꾼으로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만드는 신당은 새정치연합 시즌2가 될 수밖에 없고 새정치연합과의 차별성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상층부 중심의 조직 건설이 갖는 더욱 결정적인 문제는 신당 건설에 나선 리더들을 하나로 묶어세울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들 리더들 개인간의 일대일 접촉으로는 원칙과 방법론의 합의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리더들이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권위와 원칙은 당원 직접투표로 드러나는 민주주의 원칙뿐입니다. 통합 전당대회야말로 이런 민주주의 원칙의 종합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종합운동장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하는 것만이 신당의 출발과 성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봅니다.

 

3. 기타

 

친노세력의 최근 행보로 봤을 때 문재인과 친노세력 핵심부는 호남 및 김대중과의 결별도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관련 글 : 김만복 해프닝이 드러내는 친노의 진심). 친노세력의 정치적 가치관이나 노선, 기존의 행보 등으로 봤을 때 이것은 결국 시간 문제일뿐 언젠가 가시화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친노세력은 호남과 김대중에 대한 폄하와 모욕을 통해서만 정치적인 생존이 가능한 정치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당 추진세력은 친노와의 어정쩡한 동거 또는 공존을 기대하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친노는 결코 호남 정치 및 김대중 정치의 후계자들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호남/김대중의 동반자 코스프레를 했던 것은 그 방법 외에는 정치적 생존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민주당에 들어와 김대중과 호남의 정치적 자산을 거의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친노가 과거처럼 비노/반노 정치인들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신당 추진세력은 무엇보다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친노세력에게 정치적 학살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제안문은 직접적으로 천정배 박주선 조경태 의원과 박준영 대표, 정동영 전 장관, 김민석 전 의원 등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뜻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 등도 이 제안을 적극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신당을 추진하시는 지도자들이 하루속히 머리를 맞대고 이 방안을 논의하여 힘을 합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015년 11월 3일

주동식

글쓴이는 1958년생으로 국민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김근태 의장 재임 당시의 민주화운동청년연합 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공장 노동자 생활을 거쳐 1988년 민중의당 안양지구당 위원장을 역임하고 주간노동자신문 창간멤버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IT전문지 기자 및 IT컨설팅업체 홍보 담당자를 거쳐 2013년부터 현재까지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