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통합전당대회로 모여야 합니다

 

현재 신당 추진 움직임은 원래 기대만큼의 강력한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제 자리 걸음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신당 추진세력들이 하나로 모여 뚜렷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과 유권자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신당 추진세력들 각자의 입장에서는 조직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새정치연합의 기득권을 깨트리고 대한민국 정치 질서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한다는 애초의 목표에 비하면 현재의 수준은 객관적인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 제안문은 이러한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뜻에서 쓴 것입니다. 현재처럼 신당 추진세력들의 면면이 다양한 상태에서 상층부 지도자들의 일대일 합의에 의한 통합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도부 구성 원칙 및 지분 등 누구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제시하고 이 규칙이 적용되는 운동장을 마련해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합니다. 그것이 이 편지에서 말하는 비노 통합전당대회입니다.

 

1. 왜 통합전당대회가 필요한가

 

새정치연합을 뛰쳐나온 신당 추진세력들은 현재 인지도, 조직, 자금, 인물 등 정당 건설에 필요한 요소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시간은 신당 추진세력의 편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은 4.29재·보궐선거 이후 신당을 만들어야 할 명분과 당위성을 유권자 대중의 눈높이라는 관점에서 제시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의제 설정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당 추진세력이 참신한 의제로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조직이나 인물, 자금 등에서 우세한 새정치연합 친노세력의 정국 주도력이 강해지게 됩니다.

 

신당 추진세력들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내년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이 야권 전체와 호남 지역에서 갖고 있는 기득권은 막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새정치연합이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위기가 그대로 신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박근혜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새정치연합 지지도가 올라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신당의 건설이나 조직 상황이 계속 지지부진하면 호남 유권자 대중들 가운데서도 어쩔 수 없이 새정치연합을 선택할 분들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1)박정희-반공-경제개발-영남-새누리당 (2)김대중-남북대화-경제혁신-호남-민주당 등 2개의 정치적 상징자산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즉,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은 하나일뿐, 두 개일 수 없습니다(영남과 새누리당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새정치연합의 흡인력, 구심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안철수 의원의 행보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친노세력이 주도하는 혁신안에 선명한 대립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친노세력에게는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눈엣가시겠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은 친노-반노의 대립전선을 새정치연합의 울타리 안에 묶어두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울타리 밖에 있는 신당 추진세력에게는 매우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한 반노/비노 세력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효과도 생기고 있습니다. 친노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제도권 언론에서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주류지만 그동안 흩어졌거나 관망중이던 안철수 지지세력이 최근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각의 전망처럼 안철수 의원이 연내에 탈당을 하게 될 경우 신당 추진세력에게 커다란 기회와 충격이 동시에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 신당 추진세력에게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것은 정국을 주도할 의제를 설정하고 안철수 의원까지 포함해 다양한 신당 추진세력을 함께 모을 수 있는 게임의 규칙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조직과 인력, 자금 등 외형적인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신당 추진세력의 조직을 강화하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통합전당대회의 의미를 곰곰이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친노세력이 박 의원의 통합전당대회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새정치연합 내부 친노세력과 문재인의 주도권을 위협하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새정치연합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수습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전격적으로 통합전당대회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새정치연합의 통합전당대회가 성사된다면 신당 추진세력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신당 추진세력이 그 통합전당대회에 참여하고 안하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새정치연합 내부의 노력에 의한 개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신당 추진세력이 그동안 주장해온 명분을 일시에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당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들도 이 정치이벤트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당 추진세력들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그 결과는 뻔합니다. 총선까지 가볼 것도 없이 당 조직의 건설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당 추진세력이 먼저 주도권을 쥐어야 합니다. 즉, 다양한 신당 추진세력은 물론이고 새정치연합 내부의 비노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한 비노 통합전당대회를 조직하는 것입니다. 친노/문재인 세력을 배제한 야권 전체가 하나로 모이는 통합전당대회입니다. 이 비노 통합전당대회가 성사될 경우 매우 중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첫째, 새정치연합의 흡인력을 약화시키고 친노-반노 갈등의 전선을 새정치연합 외부에 설정하는 효과 둘째, 각개약진하는 다양한 신당 추진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효과 셋째, 새정치연합 내부의 비노세력에게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는 효과 넷째, 야권 지지자과 새정치연합 당원들에 대한 신당의 유인 효과 다섯째, 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제고 등 마케팅 효과입니다. 비노 통합전당대회가 성사될 경우 새정치연합 친노세력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