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친일파라는 말을 듣고 또는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어떤 특정인을 공격하는데 친일만큼 편리한 소재는 없다. 친일파라는 의혹이 있다는 설만 제기해도 당사자는 곤욕을 치른다.

얼마전에 총리에 지명되고 친일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문창극도 그렇다. 기독교라는 이유, 문맥의 앞뒤를 도려내고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KBS의 보도에 대중은 발언의 맥락은 무시한채 그에게 친일파라는 누명을 씌웠다. 백번 양보해서 그가 친일파라고 치자.

그렇게 친일파를 증오하는 이들에게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만약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어떻게 됐을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역사에 가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정말 정말 만약에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미래는 과연 어찌되었을까?

거대한 청나라가 서구 열강들에게 이리저리 뜯어먹히는 상황에서 청나라보다 나을것 하나 없는 모순에 가득찬 자그마한 반도국가 조선에게 어떤 다른 시나리오가 존재했을까? 일본이 아니었다면 러시아였을 것이다. 러시아가 아니었다면 독일이나 영국이었을 것이다.

전봉준을 진압할 힘이 없어서 외국 군대의 힘을 빌리고, 외국 군대가 우리 영토에서 전쟁을 벌여도 막을 힘이 없는 허수아비의 나라가 바로 대한제국이지 않은가. 조선왕조 500년간 누적된 사회적 모순이 극에달한 대한제국이 서구 열강과 대적할 힘이 과연 있었을까?
일본의 군대 수십만이 진주해서 총칼로 보호조약을 맺으려는 그 엄중한 위기의 순간을 맞아 불과 수천의 근위병으로 그들과 전쟁이라도 할 수 있었는가.

일본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이 마음은 편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믿는다면 너무 순진하지 않은가? "나는 다 잘했는데 다 너때문에 그래"는 어린이들 싸움에서 많이 나오는 레파토리 아닌가.

혹시 우리들이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다 잘했는데 바로 그 나쁜 일본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어렵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지 않은가? 그런데 혹시 친일파를 과도하게 공격하고 일본을 뼈에 사무치게 싫어하는 우리들 내면에 이런 생각이 숨어있지는 않은가.

도대체 일본이 그렇게 발전해서 우리를 삼킬 힘을 갖추는 동안에 우리는 뭘했나? 황제는 뭘했으며? 벼슬아치들은 뭘했으며? 군대는 뭘했으며? 그 잘난 양반들은 어디서 뭘했나? 일본만 아니었으면 우리 스스로 사회의 모순을 스스로 해결하고 자본주의적 시장질서를 받아들이고 근대화를 이루고 산업화를 이루어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을텐데 모든 것이 다 일본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민비가 사무라이의 칼에 맞을때 조선인들은 어디서 뭘했나? 일제가 위안부를 모집할때 조선의 남자들은 어디서 뭘했나? 거짓말한 일본놈들만 모두 죽일놈들인가?

어차피 양반에게 착취당하던 노비들에게는 일본과의 병합이 엄청난 기회이지 않았을까? 평생 노비로 개처럼 일할 수밖에 없는 그 개똥이 소똥이들에게 평생 양반의 소작농으로 살던 말똥이 새똥이에게 '우리 조국 조선'이라는 마음이 과연 있었을거라 생각하나? 

혹시 일본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우리 역사의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일본을 더 증오하고 일본에 모든 책임을 지움으로써 우리는 잘못한게 없다는 위안을 받기위해서는 아닌가.

일본을 욕하는 만큼 아니 일본을 욕하는 이상으로 조선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우리 조상들의 잘못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필요하다. 일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본을 욕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여, 어떤 선택이 잘못되어 그런 고난을 겪에 되었는지에 대한 사실그대로의 인정과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바퀴속에서 또 그런일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막을 수 있지 않은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