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많은 부작용을 남길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의 이런 헛소리까지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원래 문재인의 두뇌 수준을 알기에 무슨 헛소리를 해도 놀라울 것은 없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그 정치인에 그 지지자들, 유유상종이라고 이런 허접한 발언을 두고 너무너무 정확하다느니 핵심을 찔러서 정부여당이 반박을 못한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하는 문재인 지지자까지 계셔서 한마디 한다.

문재인은 최근 사진기자 체육대회에 참석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역사교과서에는 위안부가 다뤄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한일회담 때도 위안부 문제를 한일양국 간에 토론하지 않았고, 청구권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일회담은 한국전쟁이 한참 진행중이던 1951년부터 시작되었지만 특별한 진전이 없었고, 박정희가 집권한 후 1962년부터 김종필을 주축으로 하여 청구권 문제의 해결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당시 합의한 내용은 한국측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고 지금도 자주 박정희 씹는(?) 소재로 쓰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정희 시절의 역사교과서에 위안부가 다뤄지지 않았고 그래서 그 문제가 청구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그래서 지금까지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도대체 상식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무식한 발언일 수밖에 없다. 

우선 박정희는 한일회담이 한참 피치를 올리던 1962년 당시 대통령도 아니었다.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신분이었고 정식으로 민정이양 선언과 대통령 선거를 거쳐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1963년 12월이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대통령의 신분은 법적 책임이라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5.16쿠데타 이후의 국정에 대해서 전적으로 박정희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1990년대 들어서이다. 그것도 한국보다는 주로 해외언론에 의해 먼저 이슈화되었다.

한겨레신문 2015년 6월 2일자 보도에 의하면 한일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 쪽 장기영 회담 대표(이후 부총리 역임)가 2차 회담이 진행중이던 1953년 5월19일 “한국 여성으로 전시 중에 일본 해군이 관리하고 있던 싱가포르 등 남부에 위안부로 가 돈과 재산을 놓고 귀국한 이들이 있다. 군이 발행한 영수증을 보여주며 ‘뭔가 해달라’며 오는데 사회정책적으로 영수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적이 있다”(<일한교섭보고서(청구권관계부회)>·1953년 5월11일~6월18일)고 말하는 내용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당시 장기영의 발언을 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이 현재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심각한 인권유린을 낳은 범죄라는 인식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후 한일회담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한겨레신문의 이 기사는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를 뒤흔드는 중요한 쟁점으로 발전한 것은 장 대표의 발언으로부터 38년이 지난 뒤였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이룬 뒤 4년 만인 1991년 8월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밝히는 역사적인 증언을 내놓은 것이 계기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도대체 사회적으로 전혀 이슈화되지도 않았던 사안을 박정희가 어떻게 교과서에 집어넣고 한일회담 안건에 집어넣어 청구권에 포함시킨다는 얘기인가? 박정희는 전지전능해야 하는가? 박정희가 반인반신이라는 영남권 일부의 주장을 문재인이 마음속으로 철저히 내면화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나아가 교과서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문재인의 이해는 거의 빵점이다. 우리나라 역사 특히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도 초등학생 수준에 못미친다.

역사교과서가 어느날 신문에 무슨 기사가 나왔다고 해서 짜자잔~ 하고 그 다음해 그 사건을 싣는 게 아니다. 그랬다가는 무슨 난리개판이 될지 모른다. 현대사보다 비교적 논란의 여지가 적은 수백 수천년 전의 무슨 유물(가령 무령왕릉 발굴같은)이 발견되어도 그게 교과서에 실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학계의 토론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박정희 정권 당시 중고등학생들이 배웠던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이승만정권 당시 역사학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반영한 것이다. 한일회담 당시의 대한민국 역사교과서에 위안부 문제가 실리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하고 책임을 물으려면 이승만정권 또는 당시의 역사학자들에게 가서 따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것을 비판하다 보니 그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까지 다시 무덤에서 끄집어내 엮어서 비판의 효과를 높이려는 심리는 이해한다. 하지만 정말 유치찬란한 초등학생 수준의 발상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최소한의 관심만 갖고 있었어도 이런 개수작은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단 한번이라도 대가리라는 것을 굴려보았다면 이런 헛소리를 나불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문재인의 이번 발언은 문재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교과서라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도 이해도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니 비극이다. 본인도 괴로울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관심도 없는 사안에 대해서 아는 척하고 또는 관심이 있는 척하고 폼을 잡고 인상을 쓰고 한마디씩 하려니 얼마나 괴롭겠나?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하긴 내가 문재인에 대해서 그리고 명색이 제1야당이라는 새정련에 대해서 아직도 뭔가 기대를 걸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재인과 새정련 정치인들은 전혀 괴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들을 평범한 일반인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은 심각한 착오일지도 모른다. 저들은 전혀 괴롭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당당하고 뻔뻔할 수는 없지 않을까? 이렇게 오랜 기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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