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이 회자되기 시작한지가 한 일년 되었나? 요즘 각광받는 사물인터넷에 대하여 뭐 대단히 새로운 것처럼 떠드는 그리고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언급하자면 사물인터넷의 원조는 빌게이츠다. 아마 1990년대 말일 것이다. MS-DOS에 이어 Windows Series로 승승장구 하던 빌 게이츠가 일본의 샤프전자를 방문한다.


요즘, 샤프전자는 다른 일본제조회사와 마찬가지로 삼성에 '패퇴하여' 많이 쪼그라졌지만 당시에는 대단한 가전 및 반도체 등으로 맹위를 떨치던 시대였다. 그런 샤프전자에 방문하여 빌 게이츠는 샤프전자에서 만들었던 밥통 하나를 들며 이렇게 말한다.


"나의 꿈은 이 밥통도 인터넷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바로 사물 인터넷이다. 물론, 요즘의 사물인터넷과는 무게 중심이 다르지만 최소한 하드웨어 관점에서는 맞다. 그리고 빌 게이츠는 IEEE1394 스펙을 제안한다.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하여.


당시 IEEE1394 스펙은 특히 비디오 관련하여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그 누가 알았으리요? 최초의 스펙에서는 수백K바이트(그렇게 기억하고 있다)의 전송 속도 밖에 내지 못했던, USB가 IEEE1394를 눌러버릴 줄은. 그리고 빌 게이츠가 IEEE1394 스펙을 제안하면서 세상을 호가호위할 때 스티브 잡스는 조용히 미래의 iphone에 반영하는 특허를 출원한다.



빌 게이츠가 더 위대한가 스티브 잡스가 더 위대한가의 논쟁은 무의미하지만 그들의 발자취를 생각한다면, 비록 스티브 잡스는 죽었지만, 최종 승자는 스티브 잡스가 될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IBM-PC는 탄생부터가 maker-oriented 시장을 겨냥한 반면 iphone은 customer-oriented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신만이 알겠지만 customer-oriented 시장이 종착역이지 싶다. 그리고 사물인터넷은 바로 이 customer-oriented 시장의 화룡정점이다.


사실, 삼성이 유수의 일본 업체들을 물리친 것도 maker-oriented 시장 지향의 일본 업체들을 customer-oriented 시장성을 가지고 공략했기 때문이다. 가전 제품의 경우, 일본 업체들은 자신의 기술을 뽐내기 위해서 10만원짜리 제품에도 20만원짜리 기능을 탑재했다. 그러나 삼성은 10만원짜리 제품에는 10만원짜리 기능, 20만원짜리 제품에는 20만원짜리 기능을 넣어 시장을 공략했다. 그게 먹힌거다. 삼성의 이런 전략은 시장이 여전히 maker-oriented였다면 결코 먹히지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가전분야를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역사는 돌고 도는가? 그렇게 일본업체들을 물리친 삼성이 이제는 똑같은 이유로 중국업체에 고전하고 있다. 왜? 이제 지구촌 전체의 양극화가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헐거워졌는데 삼성은 여전히 많은 기능만을 탑재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구조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창고에서 친구와 함께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자신의 제품을 만들었던 스티브 잡스에 비해 물론, 늦게 시작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하바드 출신의 엄마에게 똑같은 하바드 출신인 IBM 구매 담당을 제발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치마자락을 잡고 울던 빌 게이츠는 처음부터 OEM 방식으로 출발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행태가 여전히 maker-oriented 시장식 접근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한 때는 소비자 친화적인 구글이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내려다가 크롬이 너무 무거워져 다른 웹브라우져에 소비자를 많이 빼앗기고 있는 것과 같다.


이걸 정치에 대입하자면 유럽의 정치는 이미 customer-oriented 시장을 오래 전에 구축했다. 미국은? maker-oriented 시장이지만 파워유저들의 입김이 만만치 않아 customer-oriented 시장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한국은?


maker-oriented 시장이면 말도 안한다. 맨날 불량품들만 골라서 쓰라고 하니 정치 소비자들은 '어느게 덜 불량한지' 골라야 하는 골머리를 썩고 있으니 문제다. 잘못 골랐는데, '뭐, 그럭저럭 이 것도 쓸만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customer-oriented 정치 시장은 언제나 올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