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가 성립하려면 성판매자와 성구매자가 있어야 한다.

 

성구매자는 돈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성교를 얻는다. 성구매자가 원하는 것은 성교다. 성구매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할 만큼 강렬한 성적 욕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적 욕구를 쉽게 만족시킬 수 없어야 한다. 쉽게 성교 요구에 응해주는 사람이 아주 많다면 굳이 돈을 내고 성교를 살 필요가 없다. 인간에는 강렬한 호흡 욕구가 있지만 보통 공기를 돈을 주고 사지는 않는다.

 

성판매자는 성교를 해 주는 대신 돈을 받는다. 성판매자가 존재하려면 성구매자가 있어야 한다. 아무도 돈으로 성교를 사려고 하지 않으면 성판매자가 장사를 할 수 없다.

 

성구매자의 압도 다수는 남자이며 성판매자의 압도 다수는 여자다. 이런 현상을 위에서 이야기한 일반론과 연결시켜 보자.

 

남자가 원하는 것은 성교다. 그리고 남자의 성적 욕구는 돈을 지불할 만큼 강렬하다. 또한 남자는 그 성적 욕구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쉽게 성교 요구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인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남자에게는 강렬한 성적 욕구가 있으며 왜 여자들은 남자의 성교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을까?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그럴 듯한 답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남자가 한 달 동안 여자 100 명과 성교를 한다면 최대 100 명을 임신시킬 수 있다. 반면 어떤 여자가 한 달 동안 남자 100 명과 성교를 한다고 해도 자기 혼자 임신할 수 있을 뿐이다. 여러 명과 성교를 한다면 남자가 여자에 비해 훨씬 더 막대한 번식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에 비해 하룻밤 성교에 대한 더 큰 욕망을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미혼인 여자가 사랑 없는 성교를 해서 임신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 보통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이 진화했던 사냥-채집 사회에서 이런 경우 여자가 남편 없이 자식을 키울 가능성이 (사랑을 전제로 한 성교일 때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아버지 없이 자라는 자식은 사망률이 높은 것을 비롯하여 온갖 측면에서 불리하다.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애 딸린 여자와 결혼을 하면 자신의 유전적 자식도 아닌 아이를 위해 어느 정도는 애를 써야 하기 때문에 손해다. 따라서 남자가 애 딸린 여자를 결혼 상대로서 낮에 평가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남자들이 그런 식으로 진화했다면 미혼인 상태에서 여자가 하룻밤 정사로 임신을 하면 번식에 불리할 것이다. 왜냐하면 결혼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 아내가 외간 남자와 성교를 하면 그렇게 해서 태어난 남의 유전적 자식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남자에게 강렬한 질투 기제가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남자들이 그런 식으로 진화했다면 기혼인 상태에서 여자가 외간 남자와 하룻밤 정사를 하다 들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미혼인 남자가 사랑 없는 성교를 해서 임신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경우 보통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때 남자는 애 딸린 남자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이런 경우 여자 쪽에서 아이를 키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 시장에서 여자만큼 인기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남편이 외간 여자와 성교를 하면 자식 돌보기에 소홀하기 때문에 손해다. 따라서 여자에게도 질투 기제가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손해가 “남의 유전적 자식을 위해 수 년 동안 애 쓰는” 정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따라서 성교를 둘러싼 여자의 질투가 남자의 질투보다 작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식으로 진화가 일어났다면 남자가 외간 여자와 하룻밤 정사를 하다 들키더라도 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요컨대, 마주잡이로 여러 명과 성교를 할 때 남자는 여자에 비해 훨씬 큰 이득을 얻으며 여자는 남자에 비해 훨씬 큰 손해를 본다. 따라서 남자는 많은 여자와 성교하고자 하는 욕망을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으며, 여자는 사랑 없는 성교를 별로 달갑지 않게 느끼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것은 온갖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부합한다.

 

 

 

 “주로 여자가 성구매자이고 남자가 성판매자인 세상”보다는 “주로 남자가 성구매자이고 여자가 성판매자인 세상”이 되기 쉽도록 인간 본성이 생겨먹었다는 진화 심리학자들의 주장은 온갖 방면에서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다.

 

백지론적 편향을 보이는 여성주의자들은 남녀가 이런 식으로 다르게 진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런 차이들은 순전히 후천적인 것이다.

 

나는 진화 심리학자들의 주장이 대체로 옳다고 믿는다. 그리고 인간 본성상 “주로 여자가 성구매자이고 남자가 성판매자인 세상”도 성립하기 힘들며 성매매를 완전히 근절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진화 심리학에 대한 나의 믿음이 성매매 근절에 대한 약간의 비관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성매매의 완벽한 근절은 인간 본성상 매우 힘들어 보인다. 이것은 음주나 흡연의 경우와는 다르다. 사냥-채집 사회에서 많은 여자와 성교할 수 있었던 남자는 번식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남자가 그런 욕망을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반면 사냥-채집 사회에서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많이 피운 사람이 번식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 인간에게 음주 욕망이나 흡연 욕망이 진화했다는 가설은 가망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남자의 강렬한 성적 충동은 사춘기만 되면 저절로 생긴다. 반면 음주 욕망이나 흡연 욕망은 일단 음주 경험이나 흡연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야 생긴다. 알코올 중독이나 니코틴 중독은 음주나 흡연을 위해 진화한 기제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다른 이유 때문에 진화한 기제를 알코올이나 니코틴이 건드려서 그런 중독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음주나 흡연이 사실상 없는 문화권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알코올 중독자(술이 약간 땡기는 정도라 하더라도 넓은 의미의 알코올 중독자에 포함된다)나 니코틴 중독자가 인구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문화권의 경우에는 음주나 흡연이 전혀 없는 문화권으로 쉽게 이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런 문화권으로 이행하면 그것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반면 성교를 금지하는 문화권은 어떻게 용케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쉽게 무너질 것이다.

 

 

 

성매매 근절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성매매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힘들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그들은 “성매매를 현재보다 많이 줄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두 주장은 매우 다르다. 어떤 나라에 직업적 성판매자가 100만 명 있다고 하자. 나는 100만 명을 10 명으로 줄이기가 매우 힘들다는 입장이고 그들은 50만 명 또는 10만 명으로 줄이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남자의 타고난 욕망을 고려해 볼 때 성매매는 불가피하며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노력은 성매매의 음성화로 이어질 뿐이며 사실상 성매매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반박할 수 있다.

 

첫째, 사냥-채집 사회에는 직업적 성판매자가 사실상 없었을 것이다. 성매매는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성매매”와 “직업적 성판매자”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규모 직업적 성판매자의 존재 때문이다.

 

만약 직업적 성판매자가 없는 문화권이 이미 존재했다면 성매매 축소에 대한 낙관론에 약간이라도 힘이 실린다.

 

 

 

둘째, 사냥-채집 사회를 제외한 여러 문화권의 성매매 빈도가 서로 매우 다른 것 같다.

 

예컨대 아래 링크에 제시된 통계에 따르면 유럽 여러 나라의 인구 대비 성판매자의 수가 서로 상당히 다르다.

 

http://people.exeter.ac.uk/watupman/undergrad/aac/scale.htm

 

 

 

셋째, 남자의 뇌 속에는 성 충동 기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도덕 기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성매매가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문화권에서는 도덕 기제 때문에 성구매를 덜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남자의 뇌 속에는 불안 기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성구매가 법적으로 엄격히 처벌 받으면 불안 기제 때문에 성구매를 덜 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여자가 성판매자가 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복지 제도가 충실해진다면 돈에 대한 여자의 절박함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성판매자로 나서는 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만약 복지 제도와 성판매자의 숫자 사이에 뚜렷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이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다섯째, 만약 성매매 이외의 방법으로 성교를 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성매매에 대한 남자의 절박함이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A number of reports over the last few decades have suggested that prostitution levels have fallen in sexually liberal countries, most likely because of the increased availability of non-commercial, non-marital sex.

http://en.wikipedia.org/wiki/Prostitution#Occurrence

 

 

 

성구매를 하면 1개월 실형을 살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었다고 하자. 그리고 성구매 단속을 지속적으로 해서 매달 만 명 정도가 1개월 실형을 산다고 하자. 그리고 그 소식이 뉴스 시간에 보도된다고 하자. 함정 단속(경찰이 성판매자를 가장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쓰일 수 있다면 성구매자를 대규모로 잡아들이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과연 평소에 성구매를 해 오던 한국 남자들이 이런 뉴스를 듣고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이런 식의 강력한 성매매 처벌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성구매자는 몇 개월 만에 50%에서 90% 정도는 급감할 것 같다. 그러면 성매매 산업이 시장 논리에 의해 어느 정도는 붕괴할 것이다. 졸지에 수 많은 성판매자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성매매 단속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단속하고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미 갈 데까지 갔다고 느끼기 때문에 처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성판매자를 처벌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1개월 실형이라도 벌벌 떠는 쪽은 성구매자다. 통상적인 성판매자에게는 1개월 실형이 약간의 불편에 불과하겠지만 통상적인 성구매자에게는 1개월 실형이 엄청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나는 “성구매를 하면 1개월 실형에 처한다”는 식의 법을 정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도덕 철학의 교권의 문제다. 나는 단지 과학의 교권의 문제인 “성매매 규모를 크게 축소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인 “그렇다”를 제시하고 싶을 뿐이다.

 

 

 

이덕하

201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