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학생이 자살했다. 이번에는 학원 가는 게 힘들어 죽었다는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8973.html)

얼마나 더 많은 청소년들이 죽어야 이 사회가 정신 차릴까? 성적 조금 더 올리려다 애가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우리 애들 학원 가는 걸 반대했다. 내가 애들에게 허락한 학원은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검도장이었다. 나는 눈높이 방문과외도 반대했고, 학과학원 가는 것도 반대했다. 애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으니. 자기 친구들은 부모들이 학원 가라고 난리들인데 우리 집은 왜 학원 가지 말라고 하는지 즐거운 항의를 하곤 했었다. 그 대신 애들이 모르는 게 있어 물어보면 내가 직접 가르쳐주곤 했었다.  큰 애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학원 보내 달라는 걸 내가 반대했다. 그랬더니 지 엄마에게 허락받고는 나 몰래 가더군. 그러다 두 달인가 다니다 스스로 포기하더군. 혼자 공부하는 거 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였다.


내가 학원 가는 걸 반대하는 이유도 공부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할 텐데 방과후에 또 학원가서 공부하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없어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과외를 많이 받는 강남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 가면 과외를 덜 받는 시골 출신 애들보다 성적이 떨어진다고 나왔다. 과욋빨로 인한 반짝 실력으로 합격은 했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 없어서 성적이 떨어지는 걸로 생각된다.


대학을 가기 위해 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부시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학은 꼭 가야만 하는 곳은 아니다. 정말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 가도 좋은 곳이다. 대학 갈 학생일수록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큰 딸이 대학진학 때문에 어떤 전공이 좋겠는지 내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내 답변은 본인이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대학은 학문을 목적으로 가는 곳이니 학문다운 전공을 선택하면 좋겠다고 인문사회학 몇 개를 추천해준 적이 있다. 딸애는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과 CSI 프로를 좋아해서인지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나도 심리학은 공부할 가치가 있는 분야라며 딸의 선택을 지지해주었다.


그런데 딸애가 막상 전공을 정해야 할 때가 되니 흔들리는 것 같았다. 주변(친구나 친척 등)의 말을 듣고는, “심리학보다는 경영학이나 경제학 쪽이 취직도 잘 되고 돈 벌이가 좋다고 하던데...” 하면서 망설이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형의 말을 듣고 전공을 선택했다 나중에 전공을 바꾸는 오류를 겪었던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대학은 학문하는 곳이지 직업훈련소가 아니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돈 버는 게 목적이라면 대학을 꼭 갈 필요가 있는 것인지부터 금전적으로 계산해 봐야해. 내 판단으로는 돈 버는 게 일생의 목적이라면 차라리 지금부터 직업학교를 가거나 사업경험을 쌓는 게 나을 거다. 네 삶에 학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각하고, 또 네가 학문을 하고 싶다면 대학을 가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진로를 생각해라. 물론 먹고 살아야 하니 직업도 필요하고 돈벌이도 필요하다. 그 문제는 하고픈 공부를 하고 나서 원하는 직업이 있거나 돈 벌이가 필요하면 그 때 네가 쌓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선택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단지 직장이나 돈벌이를 위해 대학 가고 학문 한다면 대학 가는 목적이 너무 시시한 거 아니니. 먹고 사는 데만 모든 걸 바친다면 인생이 너무 하찮은 거잖아.”


결국 딸애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던 심리학을 택해 공부하고 있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니 신이 나서 하고 있다. 자식들 잘 되길 바라는 거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학 못 간다고 인생 끝나는 거 아니다. 공부도 좋지만 죽을 정도로 시키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