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 썼지만,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 다만, 이것을 역으로 생각 해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기간동안의 선거에서 왜 진보가 졌는가에 대한 이야기와 맥락이 닿는 것 같아서 제목을 "진보가 이기는 방법"이라고 뽑아 봤을 뿐이다. 결국 선거 전략이 이것을 제대로  짚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지난 선거들에서 왜 졌는가에 대한 반성이라고도 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사실 정답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너무도 식상한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가 이미잘 아는 이야기이지만, 선거에서 이길려면 중도층을 끌어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여기서 중도층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중도라는 의미에서 중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한국은 분단의 역사와 지역차별의 역사가 얽혀있어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실제 자신의 정치/경제적 스펙트럼과 반대되는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정치적 스펙트럼의 입장에서 중도를 구분해 내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말하는 정치적 중도층라는 것은 "평소에 정치에 별 관심이 없지만 특별한 사정에 따라서 투표를 하기도 하고 기권을 하기도 하는 다만 투표에 소극적인 유권자들"를 통칭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략 동의할 것인데, (스펙트럼이 아닌 투표자들이 당을 선택하는 성향으로 봐서) 한국 정치지형의 대략 40% 정도는 보수이고, 30% 정도는 진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현재의 여당이 훨씬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유시민류의 내로남불에 가져다 쓰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니까. 이때 남는 30% - 즉 중도 - 라고 부르는 소극적 유권자들이 있는데, 이들의 성향은 대략 2:1 로 게중에는 진보가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은 합쳐보면 이들도 모두 투표장에 나온다고 봤을 때 실제 대략 50 vs 50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고, 적극적 투표층과 소극적 중도가 모두 투표장에 나오는 상황에서는 결국 디테일에서 앞서는 쪽이 승리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네번의 대선의 경우 참여정부가 망했을 때의 상황을 제외하고 나면, 실은 결과가 모두 박빙이었다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소극적인 중도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러 나오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두가지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첫번째는 이들 진보적인 중도층이 투표장에 나오고 싶게 하는 이유가 강렬해질 수 있는 경우는 상대 보수층에 비해서 지지하는 진보의 후보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을 때이다. 나는 많은 경우 이것을 역사적 정당성과 결부 시켜도 된다고 본다. 

DJ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에는 외환위기라는 당시 여당의 커다란 정책적 실패가 있었는데, 많은 소극적 진보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이 이유를 보수층의 부패에서 야기된 무능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정권을 바꾸기 위해서 투표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노무현이 승리했을 때의 상황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서 출발해서 전반적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기득권층의 오만함(예: 대한민국 주류 main stream 발언)이 선거 전반에 붉거져 나오면서 이들 소극적 투표성향의 진보 계층들이 선거로 나올 수 있었던 모멘텀이 생기지 않았을까. 한편 당시에 재미있는 몇몇 예들이 기억이 나는데, 보수 성향의 나이든 세대들 - 유능한 회사 중역이라던가, 자식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아버지등등의 합리주의적인 권위가 있는 사람들 - 이 젊은 세대들에게 차마 노무현을 찍을 수는 없지만 이회창을 찍기에는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권을 하기로 했다는 말을 여러군데에서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이런 부류들이 소극적인 중도 보수라고 보여지며, 보수의 도덕적인 문제점에 기인한 이들 중도파의 기권이 꽤나 노무현의 당선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박빙의 승부에서는 더욱 더 중요하다.

한편으로 문재인은 총 투표수로는 실제로 진보 후보중에서는 가장 많은 득표를 했었다. 사실 이 이유는 문재인이 도덕적 무결점이라고 보기 보다는 박근혜의 역사적 정당성이 없음에 대한 반사이득이라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쨋든 상대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많은 소극적 중도 지지층들이 문재인이 좋았다기보다는 차마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해서 투표장으로 향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반대로 소극적 보수성향 중도가 표를 기권하기에는 무척 모자랐던 점이 있었다고 보이는데, 아무래도 당시에 다시 전면에 등장한 친노들이 절대적인 도덕적 우위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바로 3%의 차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두번째 이유로는 바로 수권능력, 즉 정권을 잡았을 때에 안정적으로 국정을 리드할 수 있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정권이 바뀔 때에 대한 유권자들의 걱정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소극적 중도에게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DJ의 경우를 보면, 이 중도계층이 가지고 있었던 진보정권이 최초로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DJ 자신의 유능함과 더불어 DJP 연합을 통해서 수권 능력이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알려서 불식 시켰다라는 것이 핵심 이었다고 본다. 노무현의 경우에는 실제 소수파라는 불안한 면을 원래 여당이었다는 프리미엄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동영의 경우 이명박의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무능함을 심판하고자 하는 중도 보수 세력의 거대한 결집에 진보적 중도세력이 선거 운동 초반부터 지리멸렬하면서 결국 선거 자체를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원싸이드한 경기가 되어 버린 것으로 봐야한다. 박근혜의 승리는 여당 프리미엄에 일단 기인하지만, 반대로는 문재인의 국정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지 못한 선거전략상의 문제도 상당하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진보의 가치인 복지에 대한 이슈에서도 여당에게 선점당해 밀렸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쉽게도 중도적 유권자들에게 문재인과 친노들에게 안심하고 다시 국정을 맞기는 것이 그리 미덥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태의 야권은 어떤 상태인가? 지금 선거하면 총선이든 대선이든 100전 100패는 뻔하다. 물론 언제나 묻지마 투표를 할 수밖에 없는 야권 유권자들은 아직도 있다. 

그런데, 현재의 야권은 소극적 진보지지 계층들을 설득시키고 있는가. 독재자의 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왔을 때 무엇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대법에서 13명이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거한 한명숙이나 감싸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정신 나간 것 같다. 정권을 다시 잡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만년 야당하는 것에 맛들인 온정주의와 운동권 향수에나 푹 젖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현재의 야권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기반을 가지고 있는가?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능한 것을 제외하고는 도대체 무슨 대안을 내놓고 있는가. 과연 그것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양극화, 노령화, 저출산, 연금, 복지, 가계부채, 사회통합, 청년실업,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저성장 문제 등등에 대한 야당이 가지고 있는 일괄성 있는 생각이 도대체 있기나 한가 말이다. 그런 전문성을 발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