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금처럼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이 야권에 결과적으로 좋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보궐선거 참패이후에 정국은 대략 잠잠했다가, 여름 한동안은 유승민 사태를 비롯해서 정치이슈의 중심이 새누리에 가 있었습니다. 정치인은 욕을 먹을 지언정 언론에 자주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 무소식인 것보다 백배는 낫잖아요. 그 덕분에 유승민은 대권 주자급으로 승천했고, 아직도 PK에 자신의 힘이 건재함을 알린 박근혜는 어느새 슬그머니 원래 지지율을 회복했습니다. 감감무소식이던 새민련은 더 까먹기에만 급급했죠.

제 개인적으로도 정치에 시큰둥해진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선거철도 아니기도 하지만 야권(즉, 제 1야당인 새정련이 따라서 진보 전체가) 그저 지지부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 몇일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동안 새정련에 빈번하게 일어났던 그저 작은 소란이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차라리 지금보다 좀 더 판이 커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온라인 토론 싸이트나 기사 댓글들을 보면 안철수가 대역죄인이 되어 있던데, 오히려 문재인 측에서는 안철수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솔까말 안철수가 혁신안이 실패했다라고 이야기 자체를 안했으면, 혁신안이 관심거리 자체가 안되었을 테고, 그야말로 진짜로 실패한 것으로 끝났겠죠. 이제와서 공론화가 크게 되면서 그래도 건질 국물이라도 생기기 시작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안철수의 비판의 알맹이가 뭐냐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오히려 이런 것을 공론화시키고 불을 짚힌 정치 감각에 일단 칭찬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 안철수가 어떤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해나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죠.) 일단은 차라리 야권에 더 잘되었다고 봐요. 그 결말이 극단적으로 분당으로 결판이 나던, 그저 한쪽이 찌그러지는 것으로 결말이 나건, 근 몇달동안 정치권이 이슈 선점면에서 야권이 무존재감으로 무기력하게 헛돌고 있던 것보다 지금이 훨씬 더 낫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도 앞으로 대처를 잘하면 뭔가 남는 장사를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이 이성이 앞서기보다는 감정적으로만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네요.)

이런 이슈 파이팅이 무기력한 것보다 훨씬 나으니 오래간만에 야권 전체가 좀 배우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제 바램, 따라서 감정적으로 헐뜯는데에서 한발짝 나와서 생산적으로 결말을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간만에 끄적여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