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안철수 의원님께,


(1) 국정감사와 지역구 현안, 그리고 여러가지 당내 문제로 한창 바쁘실 의원님께서 인터넷에 떠도는 임의의 포스팅을 읽으시거나 하실 여유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한명의 지지자로서 안철수 의원님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편지의 형식을 빌려서 야간 감정을 이입해가며 글을 쓰고 있으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2) 어느덧 안철수 의원님께서 정계에 입문하신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예비 활동 격이라고도 보여지는 청춘 콘서트 시절을 포함한다면 그보다 조금 길어 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결코 아주 오랜 시간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 기간입니다. 

본인 인터뷰에서도 스스로 말씀하셨던 것처럼  짦은 기간동안 상당히 많은 일을 겪으셨습니다.  굵직굵직한 사건만 따지고 보더라도,  대선 후보 단일화, 노원구 재보선과 당선, 새정치 연합의 창당과 새정치 민주 연합의 합당, 당대표로 치뤘던 지방선거와 재보선, 대표 사임 이후에도 이어진 의정 활동과 메르스, 국정원  정국.  그리고 가장 최근의 혁신위 정국 까지. .. 이렇듯 상당히 여러가지 큰  일을 겪으셨고, 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일을 같이 하시며 지내왔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 기간동안의 안철수 의원의  행적을  폄하하거나, 냉소하거나, 야유를 보내고, 악평을 날립니다. 안철수는 유약하다거나, 우유부단한다던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다던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언제는 대단한 지지자였었던 양)  안철수에게 실망했다느니, 더이상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지지자도 측근도 다 잃고 개털이 되었다고 조롱을 덧붙이면서, 안철수는 이제 죽었다는 사망 선고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내리기도 합니다. 

허나, 한명의 지지자인 제가 보는 안의원님의 행적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지난 3년을 정치 새내기 안철수가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기 까지의 성장의 과정이라고도 말하지도 않습니다. 안철수 의원님의 그동안의 모든 결정하나 하나에 100% 찬성을 하는 것은 아닐지 언정, 상당히 많은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동의하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A) 제가 먼저 높게 평가드리는 부분은 본인의 정체성을 대선 때마다 변덕스러운 유권자들이 불러 찾던 ‘여도 야도 아닌 제3세력’이라는 위치에서, ‘전통적인 정통 야당 세력’에 속한 사람이란 인식을 모두에게 모두가 공고하게 인식시켰다는 점입니다.  대선때나 아니면 신당 창당 때만 하더라도, 저러다가 혹시 보수 (새누리당)으로 가버리시는 게 아닌가 하며 지지하기를 망설이던 야권의 유권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 아무리 안의원님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새누리당의 스파이, 기획 상품’라고 외치고 다닌다고 한들 누구도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기존 대선때 ‘제3세력’으로 반짝했던 인물들이 대선 기간이 끝난 다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던 정치적 기억에 비교해 봤을 때, 안의원님께서 여기까지 이끌어오신 성과는 절대로 낮게 평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 과정에서 안의원님이 항상 개인적인 찰라적인 이득, 정파적인 이득 보다는 야권 전체를 생각하는 모습을 항상 앞에다가 놓고, 그 어느 자리에서건 본인의 소임을 열성적으로 임하며,맡은일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직접 국민들에게 보여주어 왔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특히나, 나서서 사진 찍는 자리에만 앞장서는 허수아비 리더쉽과 짜임새있는 내용으로 성실하게 접근하는 실천적 리더쉽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큰 차이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B) 다른 한 가지 높이 평가 드리는 부분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집단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길을 걸어왔다고 하는 부분입니다. 안의원님 주변의 측근들, 주변인물들, 지지자들 다 떠났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것이 안철수 의원 개인 자질의 문제라고 품평해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안의원 주변에는  의원님의 생각과 비슷한 뜻을 가져던 사람들 말고도, 단순히 의원님의 인기를 이용해서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전자의 분들은 언젠가 다시 같이 할 것이고, 후자였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갈라선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지지자들의 경우에도 특히 대선 즈음하여, 새로 “뜨는” 정치인 옆에 미리 붙어서 ,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나대고 다니던 사람들도 분명 잔뜩 북적거렸던것 같습니다. 그중 많은 수는 이미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또 초창기에 (현재 주류 세력이 물러나 있던)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목적으로 안철수 의원님을 이용하던 ‘세력’들도 지금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여려운 상태입니다.  (그러던 분들은 사실 이미 문밍아웃 하셔서 안의원님에게 저주의 화살을 날리고 있지요. 예를 들자면 조국교수님?) 이런 사람들의 가벼운 혹은 의도적인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안의원님 소신대로 대한민국 정치, 그중에서 대한민국 야권에 공헌하고자 하는 길을 걸어가시고 계신 것을 다시금 높게 평가 드립니다. 


(C)그에 비해 안의원님께서, 진짜 귀를 기울여야 할 (중도) 국민들의 목소리 그리고 전통적 야당 지지층을 존중하고, 그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시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콕 찍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어느 누구 부류들 처럼 호남의 지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만만한 호남에 호통치며 빨때 꽂을 생각을 하고 달려들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입니다. 대선후보 단일화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하고 결국 내려놓으 신 일, 당시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던 신당을 고집하는 대신 민주당과 합당하여 새정연을 만든 일 모두, 당시 야권 핵심 지지층들 과 중도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 일단 대선에 야권에 힘을 몰아 주라던가, 어쨌거나 (당시 김한길 대표가 맡고 있던) 기존 제일 야당과 한번 같이 해보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느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D) 마지막으로,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면에서,고평가를 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그 하시고자 하는 일의 방향입니다.  혁신안에 관한 생각에서 안철수 의원님이 직접 밝히셨지만, 낡은 진보의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이라는 주제 말입니다. 이 주제는 저도, 아니면 다른 야권 지지자들도 느끼고 있었던, “야권 세력 교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들 “물갈이”라고도 말을 많이 하지만, 그게 누구 말처럼 고기판 불판 갈듯이 똑같은 불판 새걸로 가져다  끼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호남 다선 의원 쳐내고, 그자리를 참여정부때 무슨무슨 비서관, 행정관, 특보 이런 사람으로 바꿔치기 한다고 그게 물갈이가 되는게 아닙니다. 강북, 수도권의 야권 지향 지역구의 486 세대 국회의원을 그 아래세대 학생운동 후배 정치인에게 물려준다고 그게 물갈이가 되는 게 아닙니다. 

야권 지지자들이 바라는 야권 세력 교체는 그보다 더 큰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참여정부 이후 지금에 이르기 까지 여당 5년 야당 10년에 걸쳐서 현 야권의 주류가 된 사람들에 대한 근본적인 재편을 바란다는 말입니다. 더 길게 보면 80년대 반독재투쟁 시대로 시작해서 (학생 운동이건, 양김 휘하의 일원이건) 그 때의 이미지를 가지고 20년이 넘고, 30년이 되가도록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내용들도 변하고 , 서민과 중산층을 괴롭히는 부조리의 구조는 더욱더 정교하게 변해가는데, 거기에 따라잡기 보다는 여전히 과거의 사고 체계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좀 걸러 내라는 말입니다.  서민을 위해 싸운다고 목소리는 크지만, 실질적인 활동을 엄밀히 따져보면 구체적일 것이 없고, 오히려 타성과 매너리즘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고 당내 권력 싸움과 차기 공천권에만 부리나케 달려드는 사람들을 좀 찍어내리라는 말입니다.  

그 자리를 민주 의식과 현대적 시민 양식과 그리고 일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달라는 게, 지금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입니다.  단순한 과거의 투사들과 그 후계자들 말고, 30년전 사고 방식과 세계관에 매몰된  사람들 말고, 양심과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로 채워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좋건 싫건 간에 안철수 의원님이야 말로 그런 새로운 세력의 아이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 기득권이건 여당 기득권이건 그 양쪽의 지지자들이건, 신호만 떨어졌다고 하면 부리나케 달려와서 안의원에게 집단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게 아니겠습니까. 


(3) 일개 지지자인 제가 안의원님을 대상으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현재 야당을 지나쳐 가고 있는 혁신위 정국 이후,  안철수 의원님의 추후 행보를 조심스레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님의 지지자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 워낙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가 한두마디 덧붙인다고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겸, 이야기를 조금 이어가 볼 까 합니다. 

안철수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것들이 여러가지 면에서 옳습니다. 지금 야권의 문제를 계파간 힘싸움으로 생각하면 답이 없습니다. 한 계파가 힘을 가지면 다른 계파가 끓어 오르고, 실각하면 반대편에서 다시 처음 부터 되돌이 하는 일이 반복 되어서는 이 문제는 결코 끝이 나지 않습니다. 

87년 민주화후 첫 대선에서의 패배를 비롯하여, 야권에게 쏟아지는 저주와 같은 ‘야권은 분열로 망한다’라는 트라우마 또한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야권 전체의 승리 혹은 생존을 고려했을 때, 당이 계파 문제로 파열되어 분열하게 된다면, 그 트라우마가 다시한번 깊어 질 수도 있습니다. 국정조사가 진행중인 기간동안 파열음을 내는 것도 당에 부당에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살펴봤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망신창이가 되었다고 한들, 제일 야당이라는 조직이 가지고 있고,행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이 있습니다. 국고 보조를 받는 당자금을 포함하여, 전국적 당원 조직, 사무실 건물과 인력, 홍보팀이나 여론조사와의 계약같은 것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손학규 전대표가 탈당할때 나가면 시베리아라는 소리까지 하셨다 그랬던가요.) 

지금 야권 주류 기득권 세력을 뒷받침 하는 야권 언론들과 온라인 지지자들 또한 현실적인 큰 짐입니다. 지금 주류세력들과의 사적 네트워크 혹은 일종의 연대감으로 묶여있는 다른 단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야권 주류 세력과 조금만 척을 세우기만해도 이 사람, 단체들로 부터 온오프를 막론하고 사정없는 융단폭격이 이어질 것을 각오 해야 합니다. 

최근 안철수 의원님을 비롯하여, 당내 비주류 인물들이 딱히 조직적인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정치적거나 현실적인 맥락이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은 지지자들은 안철수 의원님의 다음 선택을, 어떤 행동을 할 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혁신위 정국에서 현재 야권 주류 세력은 그 민낯과 밑바닥을 완전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님 처럼 야권의 발전과 정권교체가 일 순위가 아니라, 자신들의 안녕과 기득권 유지가 첫번째 라는 것을 명백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소동을 겪고나서 억지로 통과시킨 혁신안이라는게, 고작, 결국 “모바일 투표 공천” 입니다. 수년 전부터 문재인 대표, (탈당한) 문성근 씨등등이 그 동안 ‘네트워크 정당, 온오프 정당’이라고  노래노래 불러왔던 모바일 투표 공천 공고화시킬려고, 지난 몇 년에 걸쳐 이 사단을 내온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그 편집성이 섬뜩 하기 까지도 합니다.  새정연 출발하자마자 기초 무공천으로 트집잡으면서 파열음 낸 것도,  당대표 시절 물러나라도 연판장을 돌려가며 대표직을 흔들었던 것도,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의 사태 이후에도  조기 전당대회를 끝끝내 거부하고 6개월도 넘는 긴 기간을 비상대책 위원회로 유지했던 것도,  그 와중에 박영선 대책위에게는 한번더 심통을 부려 끌어 내린 것도, 하루 전날 룰 변경이라는 억지를 써가며 ‘룰대표’를 꼭 얻어냈던 것도, 4-0 재보선의 참패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대신 혁신위를 띄어서 시간을 끝 것도,  그렇게 혁신위를 통해서 모바일 투표 공천안을 “혁신안”이라고 만든 것도, 그렇게 나온 혁신안을 비주류가 반발하자 “재신임”이라는 초 당규적인 무리수를 들고 나오며 꼭 성공시켜야 했던 것도 말입니다.

지금 야권 주류들에겐 모바일 투표야 말로 금지옥엽과 같은 절대 목표였고, 다른 어떤 것도 부차적인 것이었다는 고백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오랜 야당 지지자로서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야권 주류 세력들은 대한민국의 야당이라는 중책을 맡을 자격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야당의 힘을 약화시키고만 있는 암세포 같은 존재들이 많습니다.  이번 주류 친위 쿠데타를 통해서 그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의도가 없으며, 거기에 반대하지 못하도록 실력행사를 해나가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이 야권 주류 세력이야 말로, 안철수 현상이 필요했던 핵심 원인입니다. 이 세력을 교체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고 야권 개혁이고, 낡은 진보 청산입니다. 사실 안철수 의원님도 당연히 이해하고 계시시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안철수 의원님의 다음 선택이 무엇이 될지 지지자들은 궁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야권에 대한 안철수 의원님의 진심이 이미 충분히 유권자들에게 전해진 상태에서, 여전히 껍질만 남아서 속으로 굳게 썩어있는 현 제일 야당 을 살려보려 하실지, 아니면 다른 길로 가는 쪽을 선택하실지 말압니다. 


(4) 안철수 의원님께서는 87년 대선에서 양김이 분열해서 정권을 찾아오지 못했던 것을 안타깝고 한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분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잘못이 누구에게 더 있었는지, 아직도 할말이 많은 사람들이 많고 (이십년전  vi 대 emacs 논쟁 만큼) 비 생산적으로 흘러가는 논쟁입니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분명합니다. 그 때 분열했던 양 김씨중 하나는 삼당합당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과거 독재의 후손, 국가의 기득권층들이 지금의 새누리라는 정당을 통해 안정적으로 정권을 계속 잡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 지지층을 바탕으로 외연을 넓히는 방법으로 야권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교체하는데 성공하였고, 후임으로 야권 후보가 다시금 대통령이 한번 더 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87년의 아쉬움도 안의원님이 극복하고 싶어하시는 야권의 큰 트라우마 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90년의 삼당합당이나 97년의 대선 승리의 기억 또한 중요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삼당합당으로 안정적인 집권의 길이 열린 현 보수세력이었지만, 김대중 전대통령은 기존 야권 세력과의 통합에 매달리기보다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 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승리하였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남아있던 소위 ‘야권’ 인사들은 결국 다들 지금 여권으로 모두 옮겨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


 하나 재미 있는 것은 이번 민주당 60년 포스터 사건에서 은근슬적 드러난 것 처럼, 지금 야권의 주류가 여당의 기반을 마련해준 김영삼 전 대통령을 기반으로 삼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주류가 하는 꼬락서니로는 그때 김영삼씨 마냥, 여당이 안정적으로 집권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는 도우미 역할을, 이번에는 야당으로서 해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마져도 들도록 만듭니다. 

엊그제 중앙위에서, 현 야당 지도부가, 별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보이지도 않는 박수 투표로 토론도 없이 논란이 되는 “모바일 투표 혁신안”을 서둘러 통과시켰을때, 반대의 손을 치켜들었던 조경태 의원이나 권은희 의원의 모습에서 데자뷰를 느낀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삼당합당때 반대한다고 역시 손을 들었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모습과 말입니다. 만일 그 때 노전대통령이 그냥 그렇게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호랑이 잡겠다’라는 논리에 따라, 대세에 따라 관성에 따라 그길로 그냥 갔으면 두번째 민주 정부 (그 성과의 호불호는 차지하더라도) 는 생겨 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소설 쿠오 바디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성베드로에 관한 크리스트교의 전승이  나옵니다. 박해를 피해 도망가던 베드로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자,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Quo Vadis , Domine”라고 묻게되고, 그 질문에  예수가 로마로 간다는 대답을 해주자, 깨달음을 얻은 베드로가 로마로 가서 순교한다는 내용 말입니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에 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당나라로 유학길에 오르던중, 묵어가던 산굴에서 한밤중에 먹었던 시원한 물이, 해골에 든 썩은 물임을 아침에 알고 깨달음을 얻어 유학을 포기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들에게 중요한 우화가 될 수 있습니다.  리더가 결정을 내릴 때 스스로 돌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우화 말입니다.  과연 내가 지금 내리는 결정이 얼마나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건지, 아니면 관성적으로 내려진 결정 혹은 주위 환경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눈치보느라 내린 결정인지 생각해 보라는 말이겠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안철수 의원님 주변에는 가뜩이나 훈수 두려는 사람들만 넘쳐나는데, 지지자 한 명이 주제넘게 이야기가 길어진 것 같습니다.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리던 간에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지지를 접는 다던가 철회한다거나 하는 말을 가벼이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야권 세력 교체를 상징할 수 있는 아이콘으로서, 안철수 의원님 만한 분은 다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님의 이상이, 그리고 야권 지지자들의 이상이 함께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네트워크 상에서 쓰는 글이다 보니 실명이 아닌 핆명을 사용하는 것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국민, 유권자, 지지자
getabeam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