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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가장 큰 감명을 내게 준 러시아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의 재등장. 이미 베토벤 곡과 모차르트 곡으로 두차례나

소개된 바 있다. 지금 여건은 쉽지 않지만 만약 내게 러시아여행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여섯번째 여행)

나는 틀림없이 마리아 유디나가 잠든 곳을 찾아가서 그의 유택에 장미 한송이를 바치고 싶다. 그곳이 모스크바에서 가령

몇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먼 지역이라도 나는 마리아 유디나를 찾아갈 것이다. 러시아는 땅이 넓어 종일 차로 달려가야 목

적지에 이르는 게 다반사이다.

 

 뛰어난 변주곡을 여러편 작곡한 베토벤, 그는 변주곡의 왕자란 호칭이 어울린다. "에로이카" 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은 동명의 그의 교향곡 3번 4악장의 주제-보통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예지(叡智)의 신 프로메테우스 주제라고 한다.-

를 바탕으로 탄생한  곡이다. 베토벤 특유의 드높은 기상, 높은 기교가 요구되는 다양한 표정의 구성, 후반 푸가에서 느끼는

다성의 매력 등, 이곡은  베토벤 변주곡 중에서도 여러모로 주목되는 곡이다.

교향곡 "영웅"에는 알다시피 나폴레온 일화가 언제나 뒤따른다. 그것과 관계없이 나는 '영웅'이란 어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 자체가  현대와는 걸맞지 않은 지난 세기의 낡은 어휘가 아닐까? 교향곡 "영웅"은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명연

으로 더욱 명성이 높고 잘 짜여진 구도와 웅휘한 맛이 일품이지만 명칭에 대한 거부감 탓인지 친근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교향곡 "영웅"의 축쇄판"이랄 수 있는 변주곡 "에로이카"를 즐겨 들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마리아 유디나 연주와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연주를 놓고 한참 고민했다. 전자는 좀 더 미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특유의

다양한 음색으로 다성의 묘미를 살려내고 있다. 현대 러시아 피아니즘 대표격인 리히터는 자타공인의 거장이다. 그의

연주는 거장다운 품격, 웅휘한 맛을 살려내는 긴 호흡 등 거장의 이름에 값하는 흠결 없는 연주이다. 결국 처음 이 변주곡

의 "묘미와 즐거움"을 깨우쳐준 마리아 유디나로 낙착되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리히터 연주를 찾아 듣고 비교감상하

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