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여인

 

                                                     -리디아 카브레라와 그의 귀여운 흑인 딸에게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강가로 갔지

 그녀를 처녀라 굳게 믿고 말이야

 그런데 그녀는 남편이 있는 여자 였어

 마침 산티아고의 축제일 밤의 일이었는데

 우리는 서로 합의한 거나 마찬가지였지

 가로등은 모두 꺼지고

 귀뚜라미들만이 불을 켜고 있었어

 마지막으로 꺾어지는 길목에 이르렀을 때

 그녀의 잠든 유방에 손을 갖다 댔는데

 그 순간 말이야 히야신스의 가지처럼

 그녀가 활짝 자신을 열지 않겠어

 풀 먹인 그녀의 속치마는

 열 개의 단검에 찢긴

 한 조각의 비단처럼

 나의 귓전을 울려주고 말이야

 그 곳에는 은빛의 달도 비치지 않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어

 강 건너 저 멀리 지평선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산딸기와 등심초

 그리고 가시나무 길을 지나

 여자의 머리카락처럼 촘촘히 자란 수풀 밑에다

 옴팍하게 자리를 하나 만들었지

 내가 넥타이를 푸니까

 그녀는 옷을 벗었어

 내가 권총의 혁대를 푸니까

 그녀는 네 벌의 속옷을 벗었어

 감송향도 달팽이도

 그처럼 요염하게는 반짝이지 못할 거야

 불의의 습격에 놀란 물고기처럼

 그녀의 허벅지가 내 밑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는데

 반은 화염처럼 뜨거웠고

 반은 얼음처럼 차가웠어

 그날 밤 나는

 재갈도 없고 등자도 없는

 진주모의 어린 말을 타고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길을 달렸는데

 그때 그녀가 나에게 뭐라고 한 줄 알아

 사내자식으로서 말하고 싶지 않아

 나에게도 분별의 빛은 있어

 아주 신중하게 처신하거든

 그건 그렇고 나는 입맞춤과

 모래로 불결해진 그녀를 데리고 강에서 나왔지

 하늘에는 백합의 단검들이 바람을 가르며 서로 싸우고 있더군

 

 짚시의 적자로서 나는 그에 걸맞게 행동했지

 밀짚색의 공단으로 만든 커다란 반짇고리를

 그녀에게 선물로 주긴 했지만

 그녀에게 반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어

 강가로 내가 그녀를 데리고 가려고 할 때

 남편이 있는 몸이면서도

 처녀라고 말한 그런 여자 였거든.


 

 

*로르까(1899-1936)는 스페인 내전기에 좌익 분자로 몰려 서른 일곱살 나이에 총살 당한, 전형적인 혁명의 시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스페인의 윤동주, 혹은 이상이라고나 할까요. 로르까는 이상이나 윤동주와 같은 시대에 살았고, 또 엇비슷한 나이에 요절을 했지만, 그의 시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통해 무성하게 자라난, 인간의 내면에서 들끓고 있는 어떤 불협화음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윤동주나 이상보다 더 정치적이며, 또 더 관능적입니다. 이 시의 주인공은 한 여인의 몸에 자신의 말뚝을 박으려는데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지만, 정작 상대방 여인이 자신을 속이는 것에는 투덜대는, 흔한 말로 구닥다리남성입니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말투와 행동들은 하나 같이 강렬하고 선명하며, 자신이 처해 있는 조금은 기묘하고 우스꽝 스러운 상황-욕망이 충족되려는 순간에도 여자가 자신에게 한 거짓말을 의식하고 있는-속에서도 조금도 기개와 의연함을 잃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나는 입맞춤과/

모래로 불결해진 그녀를 데리고 강에서 나왔지/

하늘에는 백합의 단검들이 바람을 가르며 서로 싸우고 있더군

 

특히 이 표현은 매우 신선하고 풍부하면서도 폭발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어서, 청명한 밤 강가의 황량하고 아름다운 정경과, 일이 끝난 후의 주인공의 거칠고 허무하면서도, 여전히 강력하게 용솟음치는 본능의 느낌을 단번에 하나로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의 존재는 이 시를 오래 기억하게 합니다. 가장 정치적인 시, 정치적으로 좋은 시는, 그러므로 자신을 해학과 풍자의 대상으로 만들면서도-즉 자기 기만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면서도-,세상과 자기와의 불화, 불협화음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좋은 시는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용감한 사람만이 쓸 수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우리 나라 시인으로는 언뜻 김수영이 떠오르는 군요. 그리고 김수영의 대척점에는 서정주가 서 있습니다. 저는 예술적인 완성도와는 상관 없이, 서정주가 쓴 가장 정치적인 시가, 김수영이 쓴 가장 비정치적인 시보다 더 비정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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