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기간에 이뤄지는 지역혐오 발언을 처벌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아직 법률 공포까지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야 합의로 지역 혐오발언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간 조치로 이해하며 환영한다. 그 동안 누구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모두 쉬쉬하며 방치하고 있던 문제를 정치권이 공식적으로 그 존재와 심각성을 인정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을 일단 높이 평가한다.

 

1.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지역혐오발언은 인종주의적 편견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가와 민족공동체를 분열시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내란 선동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악질적인 행위이다. 특히 호남을 한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인 것처럼 이미지화하여 소외시키고, 국가공동체로부터 분리시켜 특정지역의 패권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국가파괴를 획책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공연한 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 할 것이다.

 

2. 이번 법안은 일단 선거운동기간의 지역혐오 발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선거기간이 아닌 평상시에 악의적인 혐오발언을 일삼는 네티즌과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 사회지도층에게도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법제화의 노력이 시작된 이상 이 법안의 내용과 체제에 대해서는 보다 치밀한 연구와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몇 가지 사실만 살펴보자.

 

-몇 개 제한된 용어만을 처벌 리스트에 올리는 방식은 허점이 많다. 리스트를 피해가는 새로운 혐오 표현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법망의 허점을 피해가는 변칙과 위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보다 세밀하게 연구하여야 한다.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감, 지역간 분열, 민족공동체의 동질성 저해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의도가 드러나는 발언은 반드시 처벌한다는 강력한 집행의지를 담고 있어야한다.

-지역혐오 발언을 악의적이고 의도적으로 지속적으로 퍼뜨리는 행위자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을 할 수 있고 특정 발언이 문제가 될 경우 해당 인물의 다른 시점, 다른 장소(인터넷 공간 포함)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대한 범죄적인 행위(학살, 내란, 폭력, 조직적 왕따나 차별)를 선동하는 발언은 가중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의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추진하여야 하며 보다 궁극적으로는 선거운동기간이 아닌 평상시의 지역혐오발언에 대해서도 법적인 대안을 시급히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3. 혐오발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하려는 국회의 노력을 지역평등시민연대는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법제화나 처벌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계가 뚜렷하며 시민적 양식의 확산과 정착, 건전한 상식 회복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을 규제하는 이런 법안 자체가 불필요한 사회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것이 지역차별 및 혐오발언과 관련하여 지평련이 지향하는 근본적인 목표이다. 지평련은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적 편견이나 차별이 없어져 이런 법안이 사문화되어 더 이상 적용될 필요가 없어지는 날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자 한다. 지평련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의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정당, 사회단체, 시민을 대상으로 범사회적 혐오발언대책회의의 결성을 제안해놓고 있다. 지평련은 앞으로도 이 문제의 전향적인 진전과 해결에 관심을 가진 모든 정치세력 및 사회단체, 집단, 개인과 협력해나갈 것이다.

 

2015년 8월 27일

지역평등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