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요새는 개인적으로 너무 바쁘기도 했고,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무기력감, 또는 시큰둥한 느낌이 들어서 발제글을 쓰는 것도 잘 안했지만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주제에 대한 글에 대한) 댓글 토론에도 선뜻 참여하게 되지 않더군요. 왜 그럴까요. 아마 몇몇 아크로 유저들도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하네요. 오늘은 오래 간만에 눈에 띄는 글이 있길래 아크로에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하여간 각설하고, 요새 임금 피크제에 대해서 말들을 여러번 들었습니다. 얼마전에 공기업에서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고.... 공기업에 있는 몇몇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임금 피크제 대상이 된 - 즉 감봉(?)된 - 정년퇴임을 앞둔 분들은 이것을 핑게로 대놓고 일을 안하거나 또는 회사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자기네들 일이 많아졌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 (대)기업까지 확장되고 있나 보죠?

아래에 퍼온 글은 제 지인의 sns 글입니다. 노동경제학 전공을 한 친구인데, 마지막 멘트에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긴데,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소(KERI)에서는 노동경제학 전공은 뽑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좌빨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진짜인지, 놀리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현대경제학에서 노동경제학(Labor Economics)라는 것은 실상으로 보면 가장 자본주의 경제학에 충실한 분야입니다. 시카고 학파 소리를 괜히 하는 것이 아닙지요. 그나저나 정부에 반대되는 소리가 나올 때마다 조심스럽게 나는 종북좌빨 아니에요라는 사상 검증을 하는 풍경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시절이 좀 수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원글의 논지는 이렇습니다. "임금 피크제"를 일괄적으로 시행하기 이전에 왜 우리가 호봉제를 채택해 왔냐라는 것을 먼저 따져봐야한다. 이것에 대한 연구가 없이 단지 나이든 사람들이 돈을 많이 받는다고 공격하여 임금을 깍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한 경고입니다. 

====================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50대 초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생산성이 하락하는데, 호봉제로 인하여 임금이 상승하기만 하고 떨어지지 않으니, 노동비용이 올라가고 신규 고용창출이 어려워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완전경쟁시장 논리에 기반한 노동경제학, 즉 모든 노동자들은 시장균형에서 매 순간 자신의 생산성 만큼 받는다는 논리에 기반해서, 임금의 경직성을 주는 호봉제를 타파하고 생산성하락을 임금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나 전통적 학부 노동경제학 이론은, 기업은 언제나 zero profit만 얻게 되고, 모든 생산된 가치는노동자가 갖는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기업들보다 부자인 세상에나 적용가능하다.


애당초 기업들은 왜 호봉제 선택했을까? 노동경제학에서도 호봉제에 대한 논의는 상당량의 이론적, 경험적(미국/프랑스 데이터 기반) 연구들이 이미 축적되어 있다. (공부하시는 분들께는, Burdett and Coles (2003, Econometrica-이론)과 Topel (1992, JPE-실증) 를 추천합니다.) 특히 wage back-loading, deferred compensation, efficient wage theory, returns to tenure 등과 관련 많은 연구들이 있는데, 그 이론의 배경은 달라도 공통적인 내용은, 기업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payment를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2원씩 2년 줄 걸, 첫해 1원만주고, 하는거 봐서 다음해에 3원줌으로써 최소비용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미국 노동시장에서도 호봉제의 효과(returns to tenure)가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만약 한국 노동시장에서도 호봉제가 저런 이유로 균형으로써 자리잡아 왔었던 것이라면…그것을 임금피크제로써 꺾어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갑자기 임금피크제를 당하는 고령의 노동자들이 갖게 될 배신감과 상실감, 그 밖의 단기적인 정당성의 문제는 논외로 하자. (1) 상기 이유로 호봉제가 시장 균형이었다면, 그리고 그것을 못하게 막는다면, 중장기적으로 결국 기업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 약화 내지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비용의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쉽게 말해 더 이상은, 10년 후에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오늘은 낮은 임금을 참고 일하라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당장 오늘부터 임금을 어느정도 올려 줄 수 밖에 없고, 내 말 잘 안 들으면 미뤄놨던 돈 안줘라고 말할 수도 없다. (2) 이로 인한 spot wage가 상승하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청년 일자리 창출도 저해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전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아직 제가 모르는 것들과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그러나 호봉제와 승진제도라는 것을 애초에 과연 노동자들이 선택한 것인지, 아님 기업들이 선택한 것인지, 둘 중 누가 왜 선택했는지부터 고찰해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고치는 데 있어서는, 기존 제도의 존재이유와 신제도로 인한 예측결과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현재 논의중인 임금피크제가 중장기적으로 전혀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끄적여봅니다. 상기 내용에 동조하기 어려우시다면, 그냥 시카고 학파 이중대 쯤 되는 곳에서 노동경제학을 공부한 “신자유주의” 노동경제학도의 괴변 내지는 한탄이라고 봐 주세요. (최소한 좌빨/종북은 아닙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