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1987년?)년의 일입니다. 여름방학 때였던 것 같네요. 미국 UCLA에서 정치학 박사과정 유학 중이던 숙부가 잠깐 귀국해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들의 데모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2학년?)이었고, 한국의 현실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고, 그저 뉴스에 나온 몇몇 장면, 신문 기사 몇 토막만 보고 데모에 대해서 몹시 부정적인 생각 혐오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대학생들을 보았다. 저런 무례한 욕설을 하는 놈들의 말은 들어볼 필요도 없다..... 데모는 부당하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숙부는 데모의 정의부터 설명했습니다. 데모는 데몬스트레이션의 준말이다. 데몬스트레이션이란 집단의 의사 표시를 말한다......... 이 대화가 있은 후로 저는 전두환이라는 인물이 쿠데타를 저지른 인물이고, 광주사태의 원흉으로 꼽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180도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전두환을 욕하지 않는 대학생이라면 정의롭지 않다. 전두환이가 대통령이라고 해도 욕을 해야 마땅하다......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서로 다른 것을 보고 들었고, 서로 다른 경험을 하였기에 그리 되는 것입니다. 그런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 한계를 인정한 연후에야 비로소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 생각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옳은 생각도 있고, 그른 생각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김일성이나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노태우나 김영삼이나 이명박이나 박근혜에 대해서 커다란 분노를 느낍니다. 그들이 저지른 악행, 그들이 내뱉은 악언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솟아 오릅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를 애모하고, 이승만을 추모하고, 전두환을 찬양하고, 김영삼을 빨아주고, 박근혜를 쉴드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저 나쁜 놈들에 대한 분노가 별로 없거나 거의 없습니다.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만, 이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왜 나는 분노하는데, 이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을까????? 저는 그 해답이 바로 '도착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과 거짓을 도착하고, 정의와 불의를 도착하고, 크고 작은 것을 도착하는 도착증...... 도착증으로 설명하면 아주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도착증의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2002 대선에서 노무현캠프는 불법대선자금을 132억원인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회창캠프는 820억원인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저는 물론 두 캠프에 대해서 분노를 합니다만,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노무현캠프가 불법대선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을 느낄 수가 없고, 이회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회창캠프가 불법대선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액수로만 따지면 이회창캠프가 욕을 더 먹고 분노를 더 일으킬 것 같은데, 실제로 이회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노무현캠프에 대해서 더 욕을 합니다....... 크고 작은 것을 도착하는 증세로 설명하면 간단하게 설명이 되지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 도착증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총칼로 무너뜨린 박정희와 전두환을 찬양하고 애모하는 사람들이니, 도착증이 아니면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무엇에 분노를 느끼십니까? 그 분노의 대상이 뭡니까? 여러분의 분노가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