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문학청년일 때 일본 소설 작품들을 좀 읽었다.

일본 소설 작품들을 읽을 때 그 특유의 말투가 영 거슬렸다. 뭐라고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일본 소설들 읽으면 그런 표현들이 순식간에 튀어나온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이 유명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고등학생 때 썼다는 데뷔작 <이즈의 무희(伊豆 踊子; 이즈노 오도리꼬)>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아마 내가 그 작품을 읽은 시기가 고등학생 때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 등을 두어 편 읽은 것 같은데, 솔직히 지루했다. 유명하다니까 거의 의무감으로 읽은 것 같다.

이시하라 신타로의 <태양의 계절>은 재미있었지만 어쩐지 도시물 먹었다는 것을 무척 강조하는, 세련된 척, 쿨한 척하고 싶어서 환장하는 촌놈의 향기가 물씬 풍겼고...

내가 제일 뿅간 일본 소설은 뭐니뭐니 해도 나쓰메 쇼세키의 작품들이다. <봇짱(도련님)>은 중학교 때 읽어서 그냥 재미있는 만화책 읽는 느낌이었지만, <열흘 밤의 꿈>은 엄청 충격이었다. 이렇게 회화적인 감각의 소설이 있을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던가? <돈황>이라는 작품도 재미있었지만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유명작가의 <열쇠(鍵)>라는 작품은 정말 철없는 소년이던 나에게 육체의 정염이라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환상을 잔뜩 불어넣었다. 유부녀가 대학교수인 남편의 묵인 또는 조장 아래 그 제자와 미친 듯한 관계를 갖는 내용이던가... 암튼 그랬다.

웃기는 것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岐潤一郞)의 단편 <작은 왕국>이다. 읽어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191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이야말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원본이다. 긴 설명 필요없다. 그냥 읽어보시면 안다.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 문장 몇 개 베낀 것은 그냥 애들 장난이다. 구성, 소재, 주제... 판박이다.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 읽어보고 나서 '내가 이 작품을 어디서 읽었더라?' 이런 궁금증을 갖다가 나중에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을 뒤적이다가 깨달았다. 야, 참 무녀리란 놈 이렇게 뻔뻔할 수가... 감탄했다.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저러케 낮짝이 두꺼워야 뭘 해도 하는갑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샜는데, 일본 소설들 읽으면서 기이하게 느낀 것은 쟤네들의 정서에서 자살이 갖는 그 의미의 가벼움이었다. 일본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정말 너무너무 가볍게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것 같았다. 정말 지들이 미학의 정수로 여긴다는 사꾸라의 화려한 낙화처럼...

과연 저럴 수 있나... 저게 현실적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일본 소설들을 읽을 때만 해도 일본은 자살대국으로 불렸던 것 같고, 그래서 소설에 저렇게 자살이 자주 등장했으리라고 지레 짐작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쉽게 목숨을 버리나 싶다. 이런 것도 일본 따라가나?

그런데, 그것까지는 그런다 쳐도 이런저런 정황을 따져봐도 도대체 그 자살 당사자의 심리나 계기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도 꽤 되는 것 같다.

이 지점에서 문득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다시 느끼게 된다. 일본에서는 자살의 미학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은 사안이 자살의 의혹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하는...

누군가 '한국과 일본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닮은 나라지만, 파고들수록 완전히 상반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던데,
문득, 이번에도 '역시 그렇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