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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재편에 대한 국민적 바람은 꽁공 얼은 호숫물 아래에서 움직이던 물살처럼 이재는 수면위로 밀려올라 가시화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CBS 여론조사 기사 -- 문재인 '잘못한다' 66%..야권재편 찬성 48% (링크)

사실 지난 대선 때 부터 , 아니 그 이전부터 이 바람은 있어왔습니다. 지난 10년간  야권의 기득권이자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던 계층이, 제 할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그 세력을 좀 물갈이 해야 한다는 바람 말입니다. 대중의 생각이라는게 개개인의 생각처럼 명확한 문장으로 구체적으로 쉽게 다듬어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막연한 '야권에 대한 불만', '자성없는 야권'에 대한 반성 요구는, 결국 그 구체적으로 타켓은 친노 (참여정부) 및 486에 대한 교체에 대한 요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야권을 이리저리 정신 없이, 좌충우돌 이끌어 왔던 사람들은 결국 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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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때 안철수 후보가 무소속 돌풍을 일으킬 때 이 바람은 한 번 구체적으로 확인 된적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시나리오 써왔던 친문 옹호 세력들은, 혁통 만들어서 민주당이랑 합당하고, 통진당이랑 단일화 했으면, 당연히 문재인 중심으로 "반새누리, 반독재, 반 박근혜"가 모여서 비단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민심은 반독재 투쟁은 이제 시효가 다 했으니, (Literally) 80년대 노래 부르고 있는 사람들 대신에, 좀 새로운 사람들로 야권 전체를 세력 교체 하라고 말했습니다. 

친문 일파는 '반독재', '야권 단일화'를 앞장세워 안철수를 무릎 꿇리는 데 까지는 성공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되는게 아니라는 건 대선의 결과가 증명해 줬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모든 야권 정치인들이 말로는 "개인 안철수가 아니라 안철수 현상"이 문제라고 말은 멋있게 했습니다.

물론 말뿐이었죠.

실제로는 개인 안철수를 죽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에 여념치 않았습니다. 그래 그렇게 안철수를 물고 뜯고 찢어 발기면서 안철수 얼룩을 지워야 한다고 땍땎거렸지만, 과연 민심이 친문 친위대들에게 돌아가던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안철수 정도 되는 사람이 제발로 들어와서 야당을 위해 노력하는데, 지금 야당은 그런 사람 조차도 품어주고 키우기는 커녕, 기득권에 위협을 느껴 라이벌 의식, 견제 의식에 가득차서 아예 사람을 개발살 내버리는, 그런 "패거리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구나. 라는 모습만 전 국민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정치 초보라는 안철수라는 사람은, 엘리트중의 엘리트로 의사 면허증 소지자에, 성공한 사업가요, 교수직에도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본인 혼자 잘먹고 잘사려면 정치에 관심 가지지 않던지, 아니면 새누리당 가거나 청와대나 정부에서 감투 받아서 살면 월급도 많이 받고, 권력도 누리면서 살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정치에 투신하면서, 야권에 들어왔을 뿐아니라, 정치 초년생이 사명의식 가지고 제일야당을 밖에서 흔들어 대면서 반사 이익을 누리려는 대신, 자기가 가진거 전부 바쳐가면서 야권의 파이를 위해 노력해 왔단 말입니다.

근데 막상 야권 엘리트란 사람들은 안철수 흉보기에만 여념이 없었고, 사진찍고 지지율만 뽑아 먹으려고 했단 말이지요. 

결국 이 민낯을 가리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지금 야권은 고인물, 썩은 물이고 자기들 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정치 초보자는 야권을 위해 돈과 몸을 바치는데, 정치 베테랑들은 지들 이득 지키는데만 프로가 되서 말로만 투쟁하고, 뒤로는 자기들 기득권 수호에만 여념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뭔가 좀 똑똑하고 전문적인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싶어도 저 XX들이 지들 기득권 지키려고 절대로 자리 내주지 않을거라는 모습을 보여줬단 말입니다.  그러니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결국 '안철수 현상'은 다시금 확인될 일만 남았습니다. 정치인 안철수도 안철수지만, 그보다 중요한건 "야권 물갈이"에 대한 열망입니다. 여론은 안철수 대신 다른 말을 찾을 수도 있지만, 야권 세력 교체에 대한 열망 만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게 아직 실체도 없는 신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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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야권 주류 입장에서는 신당이 처음 이야기 나올때는, "ㅋㅋㅋ 니들이 그래봤자 탈당할 배짱이냐 있겠냐." 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막상 탈당이어지고 신당이 구체화 되려 하자,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고 부정하고 하고 있습니다.  "몇명 나가봤자 시베리아. 호남 신당 창당해봤자 호남 자민련. ㅋㅋㅋ. 정통 민주당이니 아니면 정동영 꼴 나겠지 뭐."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야권 주류 쪽 입니다.

아직도 야권에 대한 여론이 2002년 혹은 2003년 즈음 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나 봅니다. 자기들 버리고 탈당하면, "호남 토호, 난닝구"라고 밀어 붙이면, 반사 이익 볼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미안하지만, 시간이 10년도 넘게 흘렀고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었습니다.

2000년대 초야 동교동계, 3김 정치를 구태 정치라고 몰아 붙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그때 물갈이의 수혜자였던 사람들, 신선 했던 사람들이야 말로 지금에 와선 물갈이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친문 (참여정부 비서관계열)과 486 정치인들 말입니다.  탄핵사건 즈음해서야 당시 시대 흐름, 야권의 국민적 열망이 그때 참여정부에 있었습니다. 3김 정치를 넘어선 선진화된 프로페셔널 한 정부와 정치를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치만 지난 15년간 (여당 5년 야당 10년) 그런 기대는 이미 스스로들이 다 걷어차 버렸고, 자기들 패거리들 끼리의 밥그릇 정치만 남아 있게 되었단 말입니다. 

다음으로 누가 뭐래도 야권의 대주주는 호남입니다. 수도권은 아직 '야권'의 헤게모니를 쥔 정치 세력을 만들어낼 생각도 의향도 없습니다. 계급 화된 정치는 이상주의자들의 허상에 불과합니다. 미국이건 서구건 지역이 정치의 중요한 팩터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그 전제하에서 야권의 대주주가 호남이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호남이 신당을 선택하고, 그 신당이 지금 야권 지지(잠재적 지지)자들이 원하는 열망을 채울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된다면, 야권 지형은 금방이라도 바뀔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 당을 "호남 자민련이다." "지역주의 정당이다." "정치의 퇴보이자 수치다." 라고 뒤에서 야유와 마타도어를 퍼부어 댄다고 해도 말입니다. 

단순히 호남이 선택했다고, 그 선택이 외면될거 같으면 김대중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었고, 노무현은 광주 경선에서 1등한다음 '유사 호남 토호' 소리 들으면서 매장 되었어야 했습니다. 

지금 야권 주류 세력인 친문과 486은 우호적인 야권 언론과 인터넷 댓글을 통해서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장마에 흘러가는 빗물을 수챗구멍 막듯  막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새누리 지지하기 싫어서, 박근혜 지지하기 싫어서 내심 말은 아껴왔지만, 지금 야당 주류 세력들이 해오는 생태에 불만을 가져온 사람들에게 '지지할 수 있는 정당' 이 생긴다면, "호남 딱지" 붙여서 "지역주의 구태정치"로 밀어 붙인다고 막아질 수 있는게 아닐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호남 신당을 야권 신당으로 인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