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양봉뉴스를 보다가 문득 몇해전 이슈된 꿀벌실종사건이 떠올라서
2010년10월 작성된 기사인데 그나마 관련 기사중 제일 읽어볼만한 기사인것같아서 올려봅니다.
혹시 이외에, 혹은 이후에 다른 용의자가 나온것이 있나 궁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딱 4년 전 이맘때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양봉장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다. 양봉장 주인이 벌집 하나를 걷었는데, 그 속에 있어야 할 일벌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

벌집 속에는 여왕벌과 유충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또 꿀벌의 주식인 꿀과 꽃가루도 그대로 있었다. 이상한 생각에 주인은 다른 벌집도 모두 뒤져보았다. 그러자 그 중 2/3가 일벌들이 모두 실종된 상태였다.

보통 꿀벌은 유충이 모두 성체로 변태하지 않으면 벌집을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모두를 그대로 둔 채 어디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양봉장 주인은 처음에 그 용의자로 응애를 떠올렸다. 응애는 몸길이 1~2㎜의 아주 작은 벌레로서, 꿀벌에게는 최악의 적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꿀벌 응애의 암컷은 꿀벌의 유충, 번데기, 성충 벌에 기생해 혈액 및 림프액을 빨아먹는 흡혈 진드기이다.


▲ 모든 농작물의 1/3은 곤충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 중 꿀벌이 80%를 담당한다. 
하지만 주인은 곧 응애의 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만약 벌집에 응애가 들끓었다면 죽은 꿀벌들이 주위에 흩어져 있어야 하고, 벌집 안의 애벌레 방에도 응애가 가득해야 한다. 그러나 주위에 죽은 꿀벌은 시체는 커녕 응애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그는 조그만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양봉장 바닥을 기어 다니며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꿀벌들의 갑작스런 실종 사건은 이 양봉장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었다.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주,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27개 주의 양봉장에서 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다음해인 2007년 봄 미국 양봉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 양봉업자의 1/4 가량이 이 이상한 실종사건으로 손실을 입었고, 전체 벌집의 30%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흔적 없이 사라져 오리무중

꿀벌 집단실종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타 지역으로 점차 확대됐다. 캐나다와 브라질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도 꿀벌들이 실종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의 꿀벌들이 실종됐는지 그 피해 정도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꿀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므로, 양봉가와 농부들이 죽은 벌을 제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농장에서는 짧은 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꽃가루받이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야생 벌이나 다른 곤충들로는 감당할 수 없고, 오직 꿀벌만이 그 방대한 작업을 신속히 해낼 수 있다. 따라서 꿀벌의 실종은 전 세계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모든 농작물의 1/3은 곤충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이뤄지며, 그 중 꿀벌이 80%를 담당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 산업뿐만 아니라 사과, 배, 복숭아, 체리, 멜론 등 대부분의 과일 재배가 황폐화된다. 콩이나 브로콜리, 셀러리, 호박, 오이 등의 식물도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또 소가 주로 먹는 자주개자리라는 식물도 꿀벌 없이는 번식하지 못한다. 즉, 꿀벌이 사라지면 각종 과일과 야채는 물론 소고기도 식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정말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한 말처럼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망”할 판이다.

전문용어로 군집붕괴현상(CCD ; Colony Collapse Disorder)으로 명명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농업부는 실태조사와 자료수집, 샘플 분석과 더불어 꿀벌들이 다시 돌아오게 할 방법을 모색하는 계획을 세웠다.

원인을 찾아 나선 과학자들은 우선 환경 등 꿀벌들의 스트레스 요인에 주목했다. 벌집 속에 휴대폰을 켜놓고 실험한 한 독일 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휴대폰 전자파에 노출된 꿀벌은 다른 꿀벌에 비해 21% 정도 작은 규모의 벌집을 지었다고 한다.

또 전자파에 노출된 꿀벌은 벌집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배나 길었고, 귀환하는 비율도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구자기장을 감지해 길을 찾는 꿀벌들이 휴대폰 등의 전자파가 가득 찬 현대 환경에서 길을 잃고 실종됐다는 설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꾸민 하나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그런 단정을 내릴 수가 없으며, 전자파와 관련됐다는 더 이상의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세계적인 환경 이슈로 떠오른 지구온난화 현상도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가뭄으로 식물들이 감소했으며 이상 저온현상 등이 나타나 벌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꿀벌 실종사건이 일어난 지역과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한 지역의 불일치 등으로 신빙성 있는 증거는 되지 못했다.

수많은 용의자와 알리바이


▲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노제마 세라내 곰팡이 포자 
그 다음으로 용의선상에 오른 것은 이미다클로프리드란 살충제였다. 이 살충제는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에 들러붙어 꿀벌의 신경을 마비시켜 버린다. 예전에도 이 살충제가 뿌려진 농장에서 꿀벌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례가 있어 더욱 의심을 눈초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살충제 역시 알리바이를 내세우며 용의선상에서 빠져 나갔다. 만약 독한 농약이 원인이라면 성충보다 오염된 꽃가루를 섭취할 비율이 더 높은 유충이 모두 살아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새 용의자로 지목한 것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이었다. CCD가 일어났던 벌집에 살균처리를 한 후 다시 꿀벌을 살게 한 결과, 꿀벌들이 실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병원균은 상당히 유력한 용의자가 떠올랐다.

연구 결과 CCD에 감염된 꿀벌에게는 공통적으로 존재하지만, 건강한 꿀벌에게는 없는 ‘이스라엘 급성마비바이러스’ 등이 발견됐다. 

또한, 최근 미국 몬타나대학 연구팀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CCD로 피해를 입은 벌집 시료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곤충무지개바이러스와 노제마 세라내라는 곰팡이 병원균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곤충무지개바이러스가 꿀벌의 흉부에 감염되면 조직이 청녹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한다. 또 노제마 세라내의 경우 이 곰팡이 포자를 먹은 꿀벌의 장내에 곰팡이가 퍼지게 된다. 두 병원균이 독자적으로 CCD를 유발시키지는 않지만, 공동으로 감염될 시에는 큰 병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병원균들 역시 알리바이가 성립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한 군집의 꿀벌들이 병으로 죽으면 다른 건강한 군집의 꿀벌들이 꿀을 빼앗기 위해 온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병이 옮겨가게 될 수밖에 없는데, CCD에서는 그런 현상이 나타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이제껏 용의선상에 오른 병원균 중 CCD를 일으킨 모든 군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주요 지표 병원균도 없었다. 즉, 지역에 따라 병원균이 모두 달랐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번에 몬타나 대학 연구팀이 발견한 병원균들도 CCD의 정확한 용의자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는 CCD의 진짜 범인은 과연 언제쯤 잡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