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한나 님이 미뉴에 님의 글에서 괜찮은 여성 작가로 은희경과 김인숙 씨를 언급하면서 두 사람의 작품을 한번 읽어보라고 해서 바로 직장 근처에 있는 중고서점 알라딘에 가서 두 사람의 소설집을 구입했습니다. 최근작이 있는가 싶어 살펴보았지만 워낙 소설들이 많아 쉽게 찾지 못하고 책 표지에 은희경과 김인숙 씨의 작품이 실려있는 단편집을 두 권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 은희경의 작품은 1998년도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아내의 상자'가 있었고 또 '그녀의 세 번째 남자'라는 두 작품이 실려있었습니다. 또 김인숙 씨의 작품으로는 '거울에 관한 이야기'라는 단편집이 있더군요. 그리고 공지영을 비롯한 몇몇 작가의 작품도 있었습니다. 출퇴근을 하면서 짬짬이 읽다 보니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완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리고 로자한나 님이 독후감을 써보라고 한 얘기가 있어 생각을 좀 했지만, 솔직히 뭘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잘 안 오더군요. 소설이란 기본적으로 허구와 상상의 산물이고 상징과 메타포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작가가 작품을 통해 뭘 나타내고자 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 그래도 어설프나마 한번 써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어서 간단한 소감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는 199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서 간단하게 얘기하면, 신도시에 사는 어느 주부가 신도시의 획일적 삶에 지쳐 조증과 우을증에 사로잡혀 자신의 내면세계로만 빠져들고 이웃집 여자와 어울리다 의도하지 않은 일탈을 하게 되고 그 일로 여자는 더욱 정신병적 증세가 깊어져 결국은 남편에 의해 정신병원에 버려진다는 내용입니다.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이죠. 그런데 그 작품의 원래 제목은 '불임 파리'였는 데 심사위원들의 요청으로  '아내의 상자'로 바꾸었다는군요. 작품 속의 여성도 첫 임신에서 유산을 하고 그 이후로 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클리닉에 다니면서 치료를 했지만 임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옵니다. 아무튼 제가 볼 때는 그다지 특별한 주제도 아니거니와 뛰어난 문제의식도 보여지지 않은 작품같은데 심사위원들 평을 살펴 보니 엄청나게 뛰어난 수작이라고 했더군요. 작가 최인호 씨는 '현대인의 존재론적 비극성 드러낸 수작'이라고 하고, 이어령 씨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능숙한 구성 그리고 신선한 시선에 의한 시적 은유'라고 평을 했더군요. 평론가 강상희라는 사람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경계를 지우고 그 대립을 해체하여, 여성성의 문제를 현대인이 처한 숙명적 삶이라는 커다란 틀로 섬뜩하게 형상화한'이라는 헷갈리는 표현으로 과찬을 해놨더군요. 심사위원들 평만 보면 마치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인 것 같다는 착각이 들정도입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이 '별 내용도 아니구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현대적 삶의 '인간소외'와 그로 인한 정신질환에 대해 많이 들었기 때문인지 작품의 내용이 그다지 깊이있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분량의 짧음으로 인해 압축된 표현과 상징이 자주 사용되어서인지 처음에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이 아내를 두고 온 장소가 어딘지도 헷갈렸으니까요. 소설 내용에는 그 장소에 대한 아무런 암시도 없어서 더욱 헷갈렸습니다. 아무튼 단편 소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큰 재미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구요. 몰론 문외한인 제 생각보다 전문가들의 평이 맞는 얘기겠지요.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과찬을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