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유승민의 대립에서 승부를 가르는 핵심 요인은 결국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선택일 것이다. 특히 관건은 내년 총선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당선에 유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새누리당 의원들은 친박 비박을 막론하고 결국 박근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유승민을 지지해서 유임시킬 경우 어떻게 될까? 박근혜는 탈당까지 포함한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본인이 이번 사태의 초기부터 아예 타협 가능성을 없애고 퇴로를 막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불가능하다.


탈당은 사실상 분당을 의미한다. 박근혜가 새로운 당의 당적을 갖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모양새를 갖추고 임기 말을 관리한다고 해도 새로운 정치세력이 누구의 당인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치 일정상 올해 연말이 되기 전에 창당을 하고 조직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조건을 봤을 때 전국 정당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당이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나오면 새누리당은 전멸한다. 새정련 걱정해줄 상황이 아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현재 새누리당의 지지율이다. 박근혜정권 등장 이후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박근혜 개인의 지지율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0% 내외인 새누리당 지지율에서 박근혜 개인의 지지율을 빼면 얼마가 남을까? 아무리 후하게 계산해줘도 20% 넘기기 어렵다. 이 정도면 새정련에게 박살나기 딱 좋은 지지율이다. 새누리당이 유승민류의 개혁 스탠스를 취해도 박근혜가 없으면 그 성과는 모두 새정련으로 간다.


박근혜로서는 별로 아쉬울 게 없는 선택이다. 현재처럼 새누리당을 김무성-유승민의 당으로 통째로 넘겨주느니 비록 적더라도 자기 세력을 보존하는 게 퇴임 이후를 고려하더라도 훨씬 나은 방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신당이 다같이 몰락한다 해도 박근혜로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이 기회에 그동안 손이 닿지 않는 등짝의 진드기처럼 여겨졌던 친이계 즉 '이명박의 자식'들을 유권자들의 손을 빌어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같이 쓸려간 빈 벌판에서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박근혜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근혜로서는 퇴임 이후 현실 정치를 재개하는 데에도 이 방안이 훨씬 더 유리하다.


친이계의 경우 새누리당 안에서는 박근혜와 대립적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박근혜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서 독자적인 득표력을 갖기는 어렵다. 생각해봐라. 이명박이 총선에서 친이계 후보들 지원 유세에 나서면 득표에 도움이 될까? 아마 친이계 후보들도 손사레를 치며 사양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의 캐릭터나 역량으로 봤을 때 이런 시나리오는 그냥 던져보는 공갈포가 아니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은 판을 못 읽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 박근혜로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유승민을 보호하고 나서는 상황이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건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볼 수도 있다. 쿠데타는 쿠데타인데 합법의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친위 쿠데타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박정희와 박근혜는 확실히 부전여전(父傳女傳)의 요소가 적지 않다.


내년 총선의 공천권 어쩌구 하는데 그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공천권은 각 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지만, 박근혜 분당은 새누리당 전부가 몰락하는 선택이다. 집단지성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아무튼 새누리당 의원들이 다같이 죽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차라리 박근혜가 그런 선택을 한다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