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방이라도 새민련이 쪼개질것 처럼 부글부글 해 보이지만, 현주류 (친노 + 486) 그룹의 호남/비노 그룹 불안정한 동거가 계속 이어져갈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야권 언론 및 인터넷 댓글 부대를 거느리고, 야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야권 주류의 파워 때문에 눈치가 보여 그런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어떻게든 하나로 뭉쳐서 새누리를 막아야 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특정 진영에 의해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는 DJ의 유훈 때문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친노들이랑 척지고 나가면 "도로 호남당"으로 찌그러 들어서 고립될 지 모른다는 "거세 공포"가 그 근원에 흐르고 있는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호남 고립"  (이라는 마타도어)의 공포는 기존의 트라우마에 의해 강화된 것입니다. 이를테면 탄핵 총선인 17대 총선의 기억과 우리 'MB 가카'께서 당선되신 17대 대선의 기억에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트라우마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두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시대정신 이랄까 아니면 유권자들의 열망과, 지금 시점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2) 먼저 17대 대선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17대 대선이 끝나고, 지역별 득표율 지도를 보여주면서, 호남지역만 다른 색갈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보면서, "고립된 호남"을 느끼며 탄식하셨던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실 아닌게 아니라, 이 이후 호남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와 조롱이 본격적으로 심해졌습니다. 7시 멀티니, 호남민주공화국이니 하는 상스러운 말들 말입니다. 

근데 지금와서 다시 한번 그 지도를 꺼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ㅆㅂ. 그래 그때 이명박 찍었던 사람들, 다들 그렇게 ㅈㄴ 자랑 스러우십니까? 

 17th_2.png

17대 대선에서의 유권자의 흐름은, "참여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과 분노" 입니다.  참여 정부 이야기가 나오면 "나의 참여정부는 실패하지 않았어.. ㅂㄷㅂㄷ" 하면서 이불킥 뻥뻥 차는 분들 아직도 많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당시 참여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으로서 동정 여론을 샀다고는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눈뜨고 보지 못할 실정들을 라이브 스트림으로 관찰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참여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화가 나고 짜증이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또 아닙니다.  

17대 대선 결과는 호남이 "참여 정부 실정 심판" 이라는 국민 정서를 맨몸으로 맞아 준 것에 불과합니다.  대선 후보 정동영은 참여정부 장관 이기도 했고, 열린 우리당 의장도 했던 사람이었기도 했죠. 그에게 가해졌던 공격의 많은 부분은 실상 참여정부에게 가해졌던 것입니다. 

친노 정치 세력이 비열하다는 것은,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선 결과를 비틀고 왜곡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호남 출신" 정동영 후보에게 이 모든 잘못을 뒤집어 씌우면서, "호남이 나섰기 때문에,  패배하고 고립된다." 라는 이미지를 생성해 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미지를 계속 이용해 먹게 됩니다. 


(3) 그 이전으로 넘어가면 탄핵 문제가 불거졌던 17대 총선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 하면 아직도 10페이지가 넘어가는 댓글로 싸울수 있는 사람들 많을 겁니다. 

근데 제 생각에는 그 시점에서의 국민적 열망과 기대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당시 열린 우리당을 만든 사람들 쪽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점에서의 열망과 과제는 정치 세대 교체였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삼김정치의 종식이라는 말, 새시대의 첫차의 말 처럼 말입니다. 당시 민주당의 틀안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열린 우리당 창당을 통해 기존 민주당을  내던지는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정치 세대 교체 그 자체는 당시 유권자들이 바랬던 과업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16대 대선에서의 결과물의 관성을 이어주고 싶은 유권자들의 심리 때문에, (적어도 야권 내에서는) 17대 총선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승리로 흘러갔습니다. 특히 한나라당과의 야합으로 보였던 탄핵 사건도 큰 역할을 했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에는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들을 비롯한 호남지역 정치인들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이 사건은 "호남지역"에 대한 배제나 단절이라기 보다는 "기성 3김 정치"에 대한 단절로 받아 들여 졌습니다.  (근데 그렇게 야심차던 인간들이 이제와서 조금만 분리하면 이휘호 여사네 집 찾아와서 사진찍고 돌아가는걸 좋아한다는게 우스운 거겠죠.)


(4) 이상의 두 개의 사건은 '호남 고립'이라는 트라우마에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을 묶기에 충분했습니다. 고립되기 싫어서라도 단일 대오를 이루어 야권 주류와 함께 가야 한다는 두려움 말입니다. 그리고 지지자들도 알게 모르게 이 분위기에 동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 두려움은 공허하고 인위적인 거짓입니다. 

단지 호남이라면 무조껀 고립되는 거였으면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이 못되었습니다. 

17대 총선 (야권 세대 교체)이건, 17대 대선 (참여정부 심판)이건, 중요한건 유권자의 잠재적 열망에 정치권이 얼마나 호응해 주느냐 하는 거였습니다. 만약 유권자의 잠재적 열망에 호응해 주는 방향이라면, 호남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배척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초의 정권 교체를 이루어낸 15대 대선이 그랬습니다. DJP 연합을 통해서 이루기도 했지만, 결국 유권자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인정했기 때문에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았겠습니까. 

참여 정부를 만들어낸 16대 대선도 그랬습니다.  노무현 당시 후보가 본격적으로 뜨게 된것도 천정배가 지지하고, 광주 경선에서 1위하고 부터가 아니던가요?


(5) 그럼 지금 (야권) 유권자들의 열망은 무엇인가요?

탄핵 총선때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이 바라는 건 야권 세력 교체입니다.

참여 정부 비서관, 참여 정부 행정관, 참여 정부 정책 특보.... 이런 사람들..
무슨 무슨 대학 총학생회, 전대협 몇기.... 이런 사람들

만 가득해서 그들만의 리그로 이뤄져 있는, 전문성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고, 그냥 80년대 세계관아래에서의 선-악 구도의 투쟁을 하는, 아니 그렇게 투쟁 하는 척 하면서 자기 이권이나 챙기고 있는, 야권 세력을 전반적으로 물갈이 하라는게 야권 유권자들의 열망입니다. 

지난 대선때의 안철수 현상이나, 지금의 높은 '무당파' 비율이 그 열망을 나타내주는 바로 미터 입니다. 

이 흐름을 읽었다면, 과감하게 그 열망을 메꾸어주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매어있을 필요가 없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