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이 모든 메르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리더쉽 부재라는데 이의가 없습니다. 컨트롤 타워 없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는데 급급한 모습,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감추는 모습, 책임자급의 책임 없이 일선 실무자들의 잘못 만으로 몰아가는 모습 등 말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은 지난 대통령들 (노무현, 김대중,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 비해서도!)에 비하면 한심하기 이를데 없으며, 정부가 과연 동작하고 있는지 의심 스러울 수준입니다.  특히 웬만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은 점이 불필요한 의심과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메르스 괴담”이 생겨나는 원인은 야당도 아니고, 종북도 아니고, 정부 자신 때문입니다. 

2. 이런 리더쉽의 부재 속에서 지방자치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분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관련된 규정과 법률도 있고, 심지어 격리대상자들의 처리를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한다는 이야기 까지 나왔으니, 명분과 실권 모두 충분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박원순 시장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한 선도적 리더쉽을 발휘한 것에 높이 평가 받을 부분이 꽤 있습니다. 

3. 그렇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밤중에 일어난 긴급 기자회견 브리핑이라는 형식과 그 내용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전문은 링크 기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4416.html)

4. 먼저 내용상에서 아쉬운건, 기자회견전문이, 특정 환자 – 35번 –를 마녀사냥식으로 비난하는 방향으로 읽히도록 작성 되어 있다는 부분입니다. 

6월1일 서울시 소재 35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35번 환자는 14번 환자와 접촉한 의사로서 5월29일부터 증상이 시작됐고 5월30일 증상이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30일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했고,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감염위험에 노출되게 됐습니다. 이 35번 환자는 이틀동안 여러 곳에서 동선이 확인됐고, 그만큼 전파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5번 환자는 5월31일이 되어서야 시설격리 조치가 됐고, 6월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4-(A)  의도가 어쨌던 간에 ,위의 성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안타깝게도 다음과 반응이 많았습니다.  “의사라는 색귀가 생각없이 민폐끼치면서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녀? ㅆㅂ 니가 그러고도 의사냐? 그리고 왕림하신데가, 호오, 개포동 재건축 조합? 그간 돈 좀 버셨나 봐요? 투자하셔서 재건축 성공 되면 갑부 되시겠네?” 

4-(B) 35번 환자 본인은 반박하고 있습니다. (기사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6970)  본인 주장의 요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 29일이전에는 (의사인 본인이 판단하기에) 메르스 증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증상은 없었다.  행사에 간건 30일, 증상이 나타난건 31일이었으며, 증상이 나타나자 바로 신고하고 스스로 자가 격리후, 병상 경리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서울시는 경미한 증상이 29일부터 나타나 30일 증상이 심화되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의사 A : 100% 틀린 얘기입니다. 질병관리본부와 인터뷰를 할 때도 분명히 말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했습니다. 특히 과로하면 기침이 심해져요. 31일 이전에는 제가 평소 고통을 받던 알레르기성 비염과 다르다고 생각할 만한 증상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29일도 정상적으로 병원 근무를 했어요
의사 A : 그날 (31일) 아침부터 가래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9시에서 10시 사이에 예정된 심포지엄도 신청만 해놓고서 가지 않았어요. 서울시는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발표했죠? 아닙니다. 안 갔어요. 그리고 곧바로 자가용으로 집으로 퇴근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쯤 자고 났는데, 몸이 좋아지기는커녕 열도 나는 거예요.
프레시안 :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의사 A : 삼성서울병원의 질병관리실에 전화했죠(오후 2시). 담당자한테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언급했더니 '그럴 리 없다'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1시간쯤 후에 다시 담당자가 전화를 해서 보건소에 즉각 연락하라고 권고하더군요(오후 3시).
프레시안 : 그래서 보건소에 갔습니까? 
의사 A : 아니죠. 강남보건소에 연락해서 우여곡절 끝에 담당자와 통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직접 검사를 하러 집으로 방문을 했더군요. 집에서 '엄격한' 자가 격리를 했죠. 그러다 오후 8시쯤 병원에서 확인 전화가 왔어요.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이라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격리 병동을 내줄 테니 오라고 하더군요. 자가용으로 혼자서 격리 병동에 가서 입원했죠. 
장담하건대, 31일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는 집사람 외에는 밀접 접촉한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의사예요. 감염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도는 압니다.

4-(C) 참고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르스의 경우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만 전염성이 있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기사 http://www.medigatenews.com/news/3581214429

… 15. 축적된 사스 데이터로 코로나 바이러스 성질을 추정하면, 메르스는 증상이 생기기 전까지 전염(Viral Shedding)하지 않는다.
 보통 증상이 생긴 후 전염성(Viral infectivity)이 생기고 바이러스가 증가한다. (김성한 교수)

35호 환자의 경우 (증상이 확인이 나타난 31일 이후에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부인은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4-(D) 서울시는 이 부분은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따른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결국서울시-환자-질본 사이에 진실 게임의 형태를 띄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전혀 건설적이지 못한 방향입니다. 이 회견문에서 중요했던 정보는 “확진 환자 1명이 격리 조치를 받기 전에,  서울시 내부에서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방문한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어떻게 조치할 거다.)” 라는 부분이었습니다.나머지 정보는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 했지만 그 부분에서 일이 커졌습니다. 생각해보면 환자 35호가 의사였던지 간호사였던지, 본인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어느정도 의심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일단 방문이 이루어진 이상 서울시가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5. 다음으로 형식상 아쉬운 부분은 밤중 (10시30분)에 갑작스런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5-(A)  밤에 급박하게 이루어진 회견에서,  시장 본인이  직접 기자들 앞에 나와서 플래쉬를 받아가며 “폭로”하듯 선언하는 광경을 바라보면,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아이 ㅆㅂ 이거 잣되었구나. ㅈㄴ 큰일이 났나 보다.” 하는 마음을 가지기 쉽상입니다. 
특히 이런 기자회견 내용중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감염위험에 노출되게 됐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받게되면 더욱 그럴 것 입니다. 딱히 그날 재건축 조합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냥 일반인들 또한 ‘저정도로 긴급 기자회견을 해야 할 정도라니? 아 이거 지금 바이러스 사방에 짝 퍼져 있는거 아냐?’ 하는 공포감을 가중 시키는 효과도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5-(B) 최종 확진을 받은 환자가 증상이 적거나 격리 조치를 받기 전에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등 동선이 있었던게 이 경우가 처음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건들 각각마다, 사건이 있은후 4,5일 후에 지자체의 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서 비장하게 폭로하지는 않아왔었습니다.  보통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죠.

이렇듯 기존 사건들 대비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데 비해, 과연 그 효용이 뭐였는지는 사실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방문(30일)후 벌써1주일 정도가 지난 상태 지금와서 긴급 기자 회견을 여는 게 과연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말입니다. 

5-(C) 특히 “대규모 감염 위험” 이라는 수사에 과연 질병 전문가 들이 얼마나 동의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메르스의 공기 감염은 보고되고 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단순히 산술적으로 참가자 모두를 근접 접촉자로 분류할 수 있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16. 해외(미국, 중동)에선 메르스 환자 접촉자를 국내처럼 일괄적으로 격리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중동에서는 접촉자 모니터링을 통해 증상을 확인하면서 격리 여부를 결정한다. (김성한 교수)
18. 메르스가 밀접 접촉이 아닌 방법으로 전염하는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a.공기
b.청진기 등의 매개물을 통한 전염
c.문고리, 복도의 물건 등 병원 내 공용 공간의 시설물
b, c의 경우 밀접 접촉인데도 공기 매개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a번의 경우는 현재까지 일어난 적이 없으며 다음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선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지역감염은 아니다. (김성한 교수)

6.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면 좋았을 까요? 

실질적인 조치를 먼저 취한 다음, 정보 공개를  차분하게 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먼저 문제가 된 재건축 조합에 연락하고 참석자들을 파악하고, 각각에게 연락을 취해 자가 진단 및 자가 격리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정보 공개를 하는 방식도, 시끌벅적한 한밤중의 기자회견 에서 시장 본인이 카메라 앞에서 플래쉬 세례를 받는 모습 보다는 언론과 보도 자료를 통한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나 합니다.  

요컨데, “확진자중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5월 30일 개포동에 있었던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했던 것이 밝혀졌다. 그에 따른 조치로 당시 참석자들을 파악하고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메르스의 공기 전염 사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참석자들 모두를 근접 접촉자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를 대비하는 심정으로 어쩌고 저쩌고 조치를 취한다….  “

이정도의 내용의 보도자료를 속보 형태로 언론에 뿌렸다면  .. 환자의 행적에 대한 언급은 가치판단 없이 무미건조하게 넘어가고,  그에 따른 대책과 앞으로의 방향성, 시민들의 협조 당부 이런 식으로 정석적으로 했더라면, 큰 문제가 없었지 않나 하는 마음입니다. 

7. 결과적으로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은 긍정적인 효과 외에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부수적으로 가져오지 않나 하는 우려가 생겨납니다.

7-(a) 환자에 대한 마녀사냥 – 메르스로 최종 확진을 받은 환자가, 실제로 증상이 격렬해져서 메르스를 의심하거나  격리조치를 받기 전에, 개인 생활을 영유한 것 때문에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가 우려됩니다. 이 마녀사냥은 메르스 초기부터 있어왔는데, 지방자치 단체에서 그 마녀 사냥의 장작불에다가 공식적으로 점화를 해주는 것 처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전염병 상황에서 환자들을 마녀사냥하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환자들이 초기  증상이 생겼을 때 “아 어제 클럽 갔다 왔는데, 메르스면 나 죽일놈 되는거냐?” 하는 마음이 들어서 “에이.. 아닐 거야.” 라고 검진 자체를 회피하게 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7-(b) 의료진들의 사기 저하 – 비난의 대상이 된 환자 35호가 의료인이 었다는 사실이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의료진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됩니다. 메르스 사태에서 의사들은 전염병을 불러일으킨 장본인들도 아니고, 이 기회에 돈벌이 하려는 악덕 상인들도 아닙니다. 전염병을 상대로 최일선에서 맞아 싸우는 당사자들입니다. 의사라고 병균이 피해가는 것도 아닙니다. 의사들도 병에 걸리면 죽을 수 있는 보통 인간입니다. 메르스 사태가 나면서 바빠져서 고생하고 있는 것도 의사들입니다. 

35호 환자의 경우, “니가 의사면 조금이라도 증상 있으면 알아서 셀프 격리해야지.”라고 말하긴 쉽습니다. 근데 진짜로 그렇게 하면 지금 늘어나고 있는 환자들은 누가 치료하고 돌볼수 있겠습니까? 의사들은 국가의 노예처럼 병원에서 24시간 셀프 격리시키면서 환자 치료도 하게 만들라고 주장하는게 아닌 이상

7-(c)  불협 화음 – 지금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무능의 상징, 개판 5분전 아니 개판 5분후의 바보집단 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메르스라고 하는 질병에 대한 대응 능력도 낙제점을 훨씬 지나 바닥에 도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때문에 고통받는 건 궁국적으로 서울 시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무능에 대한 질타보다는 사건 해결을 위한 협력적 리더쉽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원순 시장의 기자 회견문에서 “정부의 무능”을 까발리는 모습은 보기에는 통쾌하긴 하지만서도, 그보다는 서울시와 행정부 라고 하는 두 공식 기관 사이의 정쟁으로 비치게 되고, 사태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벌써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사이의 성명전이 벌어졌고, 메르스 해결에 그런 모습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8.  금번 기자회견은 “박원순” 이라는 개인에 있어서는 무언가 행동하는 리더쉽을 보이줄 수 있는,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정부에 대비되는 지도자라는 것을 어필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기는 했습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박원순 시장이 다음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  아니었으면, 이런 식의 기자회견을 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9. 참고로 이 모든 메르스 사태의 책임은 전부 김한길에게 있습니다. 무려 수십년전에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라는 범상치않은 영화의 각본을 썼거든요.  메르스의 상징인 낙타에 전염병을 은유하는 ‘따로 울지 않는다’라는 동사구라니, 정말 무시무시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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