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발언 제재 입법토론회에 대한 지평련의 입장

 

지난 6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 정책위원회(위원장 강기정)가 ‘혐오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홍어’ ‘좌빨’ 등 특정 지역이나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모욕적 혐오발언들에 대해 법률적인 제재의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시지탄이지만 우리나라 양대 정당의 하나인 새정련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혐오발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토론회를 연 것을 적극 환영한다. 새정련은 그동안 호남인들이 자신들을 지지해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굴었으면서도 정작 호남인들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의 대책 마련에는 매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새정련이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 가해지는 반인륜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혐오 현상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졸속으로 이루어진 느낌이 강하다. 토론회를 주최한 강기정 의원이 ‘수꼴’ ‘과메기’ 등 우파 비하 발언의 처벌에 대해 “우선 종북·지역 차별 발언부터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에 대해 벌써부터 논리적인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이번 토론회가 충분한 현실 검토와 정책적 고민의 결과가 아닌, 최근 호남의 민심 이반에 대한 일시적 처방 차원의 선거용 이벤트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혐오 발언에 대한 대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막무가내식 처벌이나 규제만 들이대는 방식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가 양심이나 언론의 자유 등 시민적 기본권과 관련된 이슈이며 광범위한 대중의 의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제화 노력은 시민적 양심에 대한 호소 등 광범위한 담론화 작업을 병행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역평등시민연대(이하 지평련)가 창립 이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화의 필요성을 촉구하면서도 호남 차별 현상의 해소를 위한 광범위한 여론화 작업을 병행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차별적 혐오발언은 본질적으로 영남패권이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호남을 소수화하고 악마화하려는 요구에서 생긴 현상이다. 따라서 호남의 경제적 낙후와 호남 출신에 대한 인사차별은 이 문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새정련은 호남의 청년들이 공공과 민간 분야의 채용에서 어떠한 차별을 겪고 있는지, 채용 이후의 승진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 조사해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지난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졌던 남양공업의 ‘전라도 출신 지원 불가’라는 채용공고에 대해서도 새정련은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호남 지역 의원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진상 조사에 나선 적이 있을 뿐이다.

 

아울러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문제를 대하는 새정련의 폐쇄적인 태도이다. 지평련은 지난해에도 박주선 송호창(이상 새정련) 안효대(새누리) 등 의원들과 공동으로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의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또, 올해 2.8 전당대회 이후 문재인 대표에게 간접 경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토론회 등을 함께 열 것을 제안하며 새정련이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설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새정련은 지평련의 제안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평지돌출 식으로 이런 토론회를 가진 것이다. 오랫동안 이 주제를 놓고 씨름해온 시민단체의 고민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런 토론회를 가진 것은 표가 될 것 같으니 한탕주의로 터뜨리고 보는 보따리 장사식 접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장기적인 해결 과제로 삼고 연구와 실천에 임하는 시민단체에게는 새정련의 이런 일회성 접근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평련은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최초로 조직적인 차원의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물론 지평련은 이 문제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호남의 지지를 독점해온 새정련의 외면 가운데서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지평련의 제안에 대해서 최소한의 답변 정도는 하면서 이런 토론회를 갖는 게 책임성 있는 공당의 태도 아니겠는가?

 

새정치연합은 이 문제에 대해 일시적인 호남 여론 무마용 및 선거 득표용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 이 문제의 구조와 배경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해결해야 하며 그것은 매우 장기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새정련이 집권에 성공한다 해도 이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새정련이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자칫 문제의 해결이 아닌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다.

 

다시 한번 제안한다. 지평련은 새정련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기타 좌우,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이 문제의 해결 의지를 가진 어떠한 사회적 집단과도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새정련이 혐오발언 제재 토론회를 진정성을 가지고 개최한 것이 맞다면, 우리의 제안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검토하여 답변해줄 것이라 믿는다.

 

 

2015년 6월 21일

지역평등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