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죠 (이후 얼마간 반등했는지 여부는 몰겠습니다만). 그리고 뚜렷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제 체감상 친박근혜 성향 유권자들의 기세도 예전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야권성향 언론뿐만 아니라 보수성향 언론에서도 박근혜의 통치능력에 회의감을 드러내는 논조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구요. 

 물론 표면에 드러나는 반박근혜 발언들 가운데는 정치진영적 시각에 입각해 막무가내로 박근혜를 까대는 무대뽀식 깍아내리기도 적잖게 있긴 할 겁니다. 이는 상수죠. 이런 막무가내식 박근혜 비토는 박근혜가 잘하건 못하건 앞으로도 계속 될 거고 또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막무가내식 감정적 반박근혜 비토발언만을 강조하고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아크로에선 현재 흐강님이 주로 그런 방향의 논지를 펴는데), 그림의 전체상이 온전하게 그려지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볼 때 박근혜는 까일만한 문제점을 꾸준히 노정하고 이 문제점이 앞으로 고쳐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박근혜가 보여주는 언행의 문제점과 그 성격에 관해선 한겨레 신문 최근 기사가 간명하게 잘 짚어내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6월17일 오후에는 삼성서울병원 원장을 전격 호출하셨다고 한다.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옮겨보자. ‘“전부 좀 투명하게 공개됐으면 하고” “더 확실하게 방역이 되도록 해주시기 바란다” “적극적으로 좀더 협조해 힘써주시기 바란다” “메르스 종식으로 들어가도록 책임지고 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질책하듯 발언을 이어갔다.’ 


 늘 이런 식이다. 국가적 중대 사안에서 최종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 항상 그 일에서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비상 상황에서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인력을 충원하고, 책임자를 임명하고, 권한을 일시적으로 집중시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했던 것, 그리고 국민이 기대했던 일은 바로 그런 일이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사태를 외면하고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니다. 인지하고 있고 분명 어떤 지시를 내리고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 본인이 당사자라는 감각은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 그저 ‘질타하고’ ‘꾸짖고’ ‘역정을 내는’ 것이 대통령의 유일한 역할인 양 그 역할을 열심히 수행한다(role-playing).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은 통치가 아니라 ‘통치의 포즈’다. 요컨대 ‘유사 통치행위’다. 박근혜 대통령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입헌군주이셨던 걸까? 입헌군주제였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통치 기능을 수행할 총리라도 뽑았을 테니.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최악인 이유는 대통령이 유사 통치행위를 하고 있는데 실제 통치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박진감은 있는데 리얼리티가 없다 -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697132.html?_ns=t0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난 17일의 삼성서울병원장과의 만남에 관해서는 저도 얼마전 아크로의 다른 글에서 이런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 행정부 수반쯤 되는 인물이라면 저 상황에선 삼성병원측이 앞으로 무얼 언제까지 어떻게 달성해야할지, 그런 달성해야할 구체적인 목표를 (병원방문전에) 미리 파악해 이를 해달라고 요구를 하거나 (또 필요한 부분에 관해선 정부의 지원/협조도 언급),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그런 문제에 관해 질문이라도 하면서, 삼성측에 정부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게 뭔지 그런 상황파악을 했어야죠. 

 근데 저기서 박근혜가 하는 짓이라곤 막연하고 아무 알맹이도, 내용도 없는 공허한 일반론, "(내가 니 때문에 욕 먹는일 안 생기게 니가 알아서) 재주껏 잘 하세요", 이런 말이나 늘어놓으며 갈구기나 하는게 전부 """ 
 
 한겨레 신문 기사와 같은 취지의 비판입니다. 원론적으로 옳기는 하지만 그 발언과 관련된 상황의 구체성과 맥락이 소거된, 하나마나한 빤한 말만 늘어놓으면서 결과적으로 갈구기(질타,역정,꾸짖기)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정부 수반으로서 그 상황에서 할 법한 실효성(리얼리티)가 없는, 그저 통치의 포즈, 통치의 의장만을 갖춘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모습을 드러낸 게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었고요. 집권 초기 이래 지금껏 내내 고쳐지지 않고 고질적으로 터져나왔던 박근혜의 '적폐'였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지금 박근혜가 욕을 많이 먹는 겁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그 수완을 발휘해주는 것이 여느 때 보다 훨씬 더 절박했던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였음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죠. 이 점을 감안하지 않은 채 흐강님처럼 박근혜을 향해 쏟아지는 모든 비아냥, 비난, 비판들을 그저 정치적 진영논리에 함몰된,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비판들로 도매금으로 싸잡아 치부해버리는 건 사태의 전체상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왜곡시키는 행위입니다. 
 
 - 끝 - 

 한줄요약 : 통치의 의장만을 걸치고 있는 박근혜의 행정/통치는 까일만 하다 (맹목적 박까들이란 상수만으로는 설명불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