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취재진이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6월3일 오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불안정의 극치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산으로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계파 갈등에 여념이 없었다. 여권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 당·청 갈등이 첨예해졌고, 급기야 ‘친박’과 ‘비박’의싸움으로 확산됐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단합’을 위한 1박 2일 워크숍을 떠났음에도 ‘분열’의 골만 재확인했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가 이목을 끌었다. 일부 언론에서 ‘빛바랜 단합’ ‘반쪽 워크숍’이라고 평가한 데는 안 전 대표의 워크숍 불참이 크게 작용했다. 대신 그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대권 도전을 언급했고, 오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은 사퇴하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문재인 대표의 사퇴 거부를 비판했다.

메르스 확산 문제로 국민의 불안도 가중되지만, 국제적으로도 망신이 되고 있다.
미국 지인으로부터 ‘한국에 와야 하는데, 들어오는 게 꺼림칙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각 단계마다 제대로 된 대책을 못 세웠다. 한국에 들어올 때 하는 검사가 발열 감지 카메라와 자진신고서뿐인데, 그나마 잠복기엔 열도 나지 않기 때문에 무사통과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매일 보도자료를 냈는데 살펴보니 최초 발생 병원 등 기본 사실조차 보고서마다 달랐다. 역학조사를 제대로 할 능력이 있나 의심된다. 자기 스스로 증상이 있으니 격리해달라고 해도 정부가 안 된다고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괴담 유포자’를 잡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처음엔 질병관리본부장이 총책이었고 그다음은 차관, 다음엔 장관으로, 문제가 커질수록 격상시키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장관이나 최경환 부총리가 메르스에 대해 뭘 알겠나.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보고받고 앉아 있으면 뭐 하나. 미국은 공무원뿐 아니라 재난에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조직을 관할하도록 전권을 준다. 민관 합동 기구를 만들고 그 장은 민간 전문가가 맡도록 하고, 정부가 여기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일은 없도록 한다.

경제적 손실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우리의 삶뿐 아니라, 당장 관광객 급감 등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도 클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6개월 동안 수출이 감소하고 물가도 디플레이션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하반기에 미국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자본 유출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경제가 급속히 추락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통령조차 본인이 책임자이면서 마치 남의 일처럼 야단만 치고 있으니 실망스럽다. 과연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 메르스 확산 예방에 총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법 개정에 대해 거부권 행사 시사 발언을 하고, 모든 관심을 거기에 두고 있다.

최근 들어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적 보폭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지금 이대로는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럽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내 의견을 말하고 다니고 있다. 정말 몇 년 안에 우리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질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원칙만 고집하다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국제 외교에서도 밀리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 있지 않나.

야당의 위기를 걱정하는 시선도 많은 듯하다. 문재인 대표의 혁신위원장 제의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
혁신은 대표의 몫이다. 난 회사를 운영하면서 혁신을 해본 경험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을 보면 혁신 기업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최종 책임자가 구체적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난 이런 생각 때문에 (기존 최고위원회 등이 있는데) 별도의 위원회를 또 두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꼭 해야겠다면, 두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다. 우선 대표와 위원장이 긴밀히 소통해서 대표가 생각하는 혁신 방향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는 점, 두 번째는 혁신안을 내면 이해관계 때문에 반발이 생길 수 있는데, 그건 위원장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대표가 직접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위원장의 실패는 곧 대표의 실패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만남 이후 말하는 내용이 사뭇 다르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서로 진정성 있게 대화하지 못한 게 아닌가.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 아닐까. 난 분명히 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혁신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직접 말했고, (문 대표가) ‘그 발표를 미뤄달라’ 해서 미뤄줬다. 그런데 최고위에서 다시 나에게 (위원장을) 부탁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밝히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날 ‘내가 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공개한 것이다. 난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가 대표직에 선출된 후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왔다. 당선 후 문 대표 등 새 지도부가 현충원을 참배할 때도 보통 전직 대표는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난 개의치 않고 함께 갔다. (문 대표가 주장한) 원탁회의 방식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가서 내 의견을 얘기했다. 4·29 재보선 때도 출마한 후보들을 열심히 도와주고 패배한 다음 날에도 문 대표에게 가서 “리더십을 발휘해 새 원내대표는 (선거가 아닌) 합의 추대를 이끌어보시라”고 조언도 했다.

당시 문 대표에게 “구체적 실행 계획을 보여달라”는 주문도 한 것으로 안다. 지금 문 대표의 모습이 그에 부합하고 있다고 보는가.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지금 당 내에서 진행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재보선 패배에 대해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제대로 책임을 졌느냐에 있다. 책임지는 방법으로는 나처럼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이 있고, 그렇게 안하겠다면 자기 자신이 책임지고 당을 바꾸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문 대표는 그걸 스스로 하지 않고 혁신위를 통해 거기에 전권을 부여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당 대표는 여전히 대표로서 할 몫이 있다. 가장 중심적인 역할이 혁신과 통합이다. 이 중 혁신은 혁신위원장에게 맡긴다고 해도, 그 실행 계획이 나왔을 때 당내반발을 막고 정리하는 통합의 몫은 문 대표의 몫이다. 그런 문 대표가 얼마 전 ‘미발표 문서’ 논란으로 오히려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측면도 있는데, 본인이 정면 돌파해야 당내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전 대표가 4월6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협의기구 출범식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 지금까지는 미흡하다는 말인가.
아직은 앞서 말한 과제들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하기도 한다. 두 사람 간에 교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과거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만들었을 때 영입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인연이 있다. 위원장직을 승낙하고 나서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 전화만 받았다. 영입 과정에서 의견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김상곤 혁신위’가 가장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할 혁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들 공천 문제로 좁혀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권이 가능하고 신뢰받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어떤 것이 필요한가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세부적인 것은 김상곤 위원장이 고민해서 내놓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재차 ‘기득권 탈피’를 강조하고 있다. 그 대상은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직은 거대 담론 수준 아니겠나. 곧 구체적 실행 계획이 나오고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모든 개혁은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 불편한 법이다.

새정치연합이 통합 창당한 지 1년이 넘었다. 실제당내 ‘친노’ ‘비노’ 계파의 존재를 실감하는가.
그렇다. 사실 정치 조직 내에서 모임이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 모임이 공유하는 비전과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개인이 희생돼도 좋다는 신념이라면 바람직한 정파다. 그런데 가치관이나 비전 공유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봐주는 이해관계로 모이면 그것은 이익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 당의 계파라는 것은 이 정파와 이익집단 사이에 있다. (당내 계파를) 첨예하게 느낄 때가 언제냐면, 당 지도부가 어떤결정을 내릴 때다. 지도부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결정에 대해 그냥 넘어갈 때도 있고 극심히 반대할 때도 있다. 내가 지도부일 때 이 부분을 강하게 느꼈다. 난 어떤계파에도 속해 있지 않다. 당이 수권 정당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계파 구도를 넘어서는 것이 우리의 숙제 아닌가. 난 ‘친노’라고 불리는 분들도 개인적으로 만나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데, 좋은 개혁의지와 문제의식을 가진 분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비노도 마찬가지다.

방금 ‘계파에 속해 있지 않다’고 했지만, 안 전 대표를 비노 진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지금 비노진영이 문재인 대표 체제를 너무 흔든다는 비판도 있다.
기본적으로 책임 문제 때문에 촉발되는 일이다.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당내 혼란은 가라앉을 것이다. 난 비노가 의도적으로 당을 흔든다고 보지 않는다. 약이 써도 삼키고 감수해야 한다. 비판을 감수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당 전체가 산다.

자신을 비노로 보는 시각엔 동의하지 않나.
그렇다. 계파 구도로만 보면 당의 혁신은 답이 안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지난 4·29 재보선 패배 이후 문 대표지도부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난 재보선 패배 이후 문 대표에게 원내대표를 추대하라고 조언했다. 혁신위원장 건도 거절의 뜻이 분명히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거절하지 않고 (문 대표를) 만나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것조차도 (공개를) 미뤄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주지않았나.

최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만난 것이 회자되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의원회관) 옆방에 이사 왔으니 인사 한번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에는 (천의원이) 거의 지역구인 광주에 있어서 못했다. 마침 본회의 때 올라왔을 때 잠깐 만나차를 마셨다. 민감한 이야기는 서로 못하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서로 처한 위치는 다르지만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견을 나눴다.

천 의원을 중심으로 ‘호남 신당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4·29 재보선에서 특히 광주에서 왜 우리당이 패배했는지를 잘 읽어야 한다. 복합적으로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현지도부에 대한 반감, 우리 정치인에 대한 반감, 약한 후보가 그것이다. 선거에서 단순히 진 것보다 광주에서 30%를 못 얻었다는 것이 충격적인 것이다. 당 혁신 방향을 제대로 못 만들면 10월 재보선이나 총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후 책임지고 사퇴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역시 문 대표도 이번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
사퇴를 안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변화나 기득권 내려놓기가 있어야 된다. 난 대표시절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딱 한마디만 했다. “대표로서 패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내가 정치인이 되기 전, 일반 국민이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때 정치인들에게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좋을 땐 그렇게 많은 권력을 누려놓고, 막상 책임져야 할 땐 책임 안 지려고 하는 게 가장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난 선거 패배 후 ‘사퇴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은 사퇴하는 것이다.

얼마 전 시사저널이 실시한 호남 민심 설문조사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차기 대권 주자 1위에 올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야당에 실망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일이라고 본다. (야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않으면 더 큰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한때는 안 전 대표를 가리켜 ‘호남의 사위’라고 부를정도로 호남에서 기대가 컸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웃음) 그 많은 기대를 안고 있는데 제대로 실행을 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같은 실수는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

안 전 대표를 포함해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3명이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야권 빅3’로 불리기도 한다.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문 대표가 제안하는 ‘희망스크럼’에 3명이 함께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왜 문 대표의 참여 요청을 거절한 것인가.
실제로 만나서 속마음을 터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형식적으로 어떤 보여주기 식 모임들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최고위가 있고, 혁신위가 있는데, 또 희망스크럼을 만든다고 하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정리를 한 다음 구성원들에게 제안하는 게 순서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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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