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의학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 기껏해야 미드 [하우스]를 보고, 로빈 쿡의 [O-157] 같은 소설을 읽어 본 게 전부입니다. 그러니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무슨 권위 같은 것은 전혀 없는 말이라는 얘기입니다. 단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읽어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난 5월29일 저는 클리앙 모두의 공원 게시판에 계엄령을 내리라는 글을 썼더랬습니다. 그랬다가 온갖 모욕적인 댓글을 받았습니다. 저 같은 비관론자는 매사를 안 좋은 쪽으로만 상상하다가 예상이 빗나가서 망신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딱히 클리앙 회원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괜히 혼자 맞는 척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38204845


전염병이 돌 때 초기에는 환자만 격리하면 전염병의 확산을 잘 막을 수 있습니다. 전염병 환자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지 않는다면, 설령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최소한도로 줄어들 것입니다.


5월29일 환자 수가 9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저는 초기 격리 조치가 실패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는 저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가진 블링크 능력이 아마도 그런 '간단한 추론'을 내리게 만든 것 같습니다.


초기에 전염병 환자를 격리하지 못하면 전염병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대 한국인들의 생활 패턴을 보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접촉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모르고, 그 상태에서 계속 전달-전달-전달이 일어나는 것이죠. 그러므로 초기에 전염병 환자를 격리하는 데에 실패했다면, 이제는 일반 국민들을 서로 격리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가 격리 대상자였던 한 여자는 골프를 치러 가기도 했답니다. 아마도 메르스의 위험성에 대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나, 그 날의 골프 모임이 그만큼 그녀에게 중요한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각자에게 다른 중요도를 가지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여간 강제력 없이 자가 격리하는 것은 전염병을 막기에는 부족합니다.


일반 국민들을 자기 집에서 격리하는 데에는 경찰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국민에게는 자유가 있고, 행동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생계가 걸린 일이나 직장 때문에 격리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통행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계엄령이 바로 그것입니다.


잠복기인 2주~4주간 모든 국민들을 자기 집에서 강제로 휴가를 갖게 합니다. 거리에 나돌아 다니는 사람은 군인들이 체포하여 따로 격리합니다. 체포에 불응하는 사람은 제압해야 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들을 2주 동안이나 격리하자고는 하지만, 전기나 수도처럼 필수적인 사람은 근무를 계속해야 합니다. 또 생필품을 공급하는 것도 최소한도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실행 방법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2주 정도 계엄령을 내려서 국민들을 서로 격리시키면, 잠복기가 지났으므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증상이 발현될 것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잘 이송해서 격리치료하면 되겠죠.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감염되지 않았음이 자연스럽게 증명됩니다.


계엄령을 내리면 모든 경제활동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더더욱 그럴 겁니다. 그러므로 막무가내로 계엄을 적용할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사정을 봐 가면서 적용해야 하겠죠.


대유행 대창궐.... 터무니 없이 비관적이다.... 오버한다.... 계엄령은 개뿔.... 이렇게 판단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전염이 확산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계엄령은 개뿔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단 전염병이 통제 불능으로 확산되면, 어차피 경제활동은 축소됩니다. 전염될까 무서워서 학교도 못 보내는 판이 될 테니까요..... 지하철이며 버스도 탈 수가 없을 것이고, KTX도 타려면 무섭지요. 그리고 그 기간은 적어도 2주 이상이 될 겁니다. 언제 끝날런지는 아무도 예상이 불가능하지요. 계엄령을 내려서 2주간만 경제활동을 정지하는 것과 비교해 보십시오.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일까요? 2주가 더 낫나요, 무기한이 더 낫나요????


메르스 환자가 오늘로 50명이 되었습니다. 내일 또 얼마나 늘어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환자의 수로 보면 전염력이 그다지 강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통제 불능이라고 하지만 피해는 천천히 늘어나게 되겠지요. 천만다행입니다. 계엄령을 지금이라도 실행하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