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회사에서 충분히 교육을 받았고 또한 이미 해외출장을 여러번 했기 때문에 경험도 나름 있었지만, 해외에서의 팁 문화는 '게으르고 부주의한 성격인 내게는 참으로 적응하기 힘든 문화 중 하나'였다. 결재를 카드로 하는 탓에 따로 잔돈을 준비하는 것은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특유의 싸가지 없는 성격까지 더해' 잔돈이 없을 때는 '잔돈을 준비하지 않은 내 자신을 탓하는게 아니라' '내가 팁을 안놓고 가면 너희들이 어쩔건데?'라면서 생까기가 일수였다.


 

그러다가 팁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필라델피아 한 호텔에 머물면서 아침식사를 한 후에 20불짜리 지폐를, 그 것도 두장이나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서비스하던 웨이터가 내가 궁금해 했던 것들을 귀찮아 하기는 커녕 상상 이상으로 친절히 답변해 주었던 것에 대한 고마움의 포시였다.


 

나중에 호텔을 나서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가끔 달러의 가치를 혼동하는데 40불을 4천원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20불은 팁, 그리고 20불은 친절히 답변을 해준 고마움의 표시였는데 40불에 해당하는 금액을 생각해보니 좀 과했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것도 일종의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왕싸가지라... 실례 아닐까? 하는 마음보다는 40불이 아깝다는 생각이 훨씬 더 크게 들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어제와는 달리 분위기가 싸했다. '내가 실례한거 확실한가 보군'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이삼일 후에 그 싸한 분위기는 내가 출장을 갔던 협력회사의 관련부서 내에도 퍼졌다. '응? 매니저에게 단체 기합이라도 받은건가?'라면서 역시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그 분위기가 '나와 관계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회사에서 호텔까지 태워다주는 상대 회사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그게.... 당신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져서....."


 


 

'내가 동성애자? 이게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쑥 들어갔다. 우선, 내가 동성애자로 오인받은 이유는 짐작이 갔다. 웨이터에게 팁을 과하게 주는 남성은 '그렇고 그런 목적 때문'이라는, 사실인지 아닌지, 또는 동성애자들을 마타하려는 목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 남말 하기는 한국놈이나 미국놈이나 똑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생한 장소는 호텔 내 레스토랑, 그리고 나를 픽업(pick-up)하러 오는 친구가 나를 기다리는 장소는 호텔 내 커피숍. 어떻게 발생한 장소와 다른 장소에 그 것도 잠깐잠깐 머무른, 호텔로 치면 이방인에 불과한 그 친구가 어떻게 그렇게 금방 알았을까?


 


 

더우기 금방 알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 또 왜 회사에 소문을 낸담? '참 웃기는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나마 '태평양 건너 우리 회사에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리고.... 그 다음부터 '필라델피아에 출장갈 일이 생기면 악을 써서라도' 내가 갔었다.

 


 

그런데 '내가 동성애자?  이게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만 올라왔던 이유는 내가 내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님을 부인하는 짓은 결국 동성애자들을 폄훼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욕을 먹어야할 것은, 설사 내가 오해할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것을 확신할 특정 행동을 이어 하지 않았음에도 그 오해를 단정짓고 소문내는 인간들 아니겠는가?


 

 

약자에 대한 폭력은............................. 이렇게 다가온다.


 


 

그러나 팁 문화에 대하여 이해는 커녕 그 것을 무시했던 나도 나를 동성애자라고 소문냈던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어떤 기사를 읽고서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의 '팁 문화에 대한 무시'는 tipped worker, 그러니까 팁이 수입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죄질로 치면 나를 동성애자라고 오해하고 소문냈던 인간들보다 내 죄가 더 크다는 것이다.


 


 

무식은 죄가 아니지만 무식으로 야기되는 행동은 심각한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미국의 화두는 '임금격차 해소' 그리고 올해, 미국의 오바마는 올해 최저임금을시간당 10불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 최저임금 10불에서 tipped worker는 제외된다. 그리고 그 tipped worker의 시간당 임금은 2.5불.


 

그러니까 그들의 수입을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음심값의 경우 대략 10불. 팁은 10%이므로 1불. 식당에서 웨이터 또는 웨이터리스가 봉사하는 테이블은 하루 7시간 일할 때 얼마나 될까? 하루종일 식당에 손님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테이블이 스무개이고 웨어티/웨이터리스가 총 다섯명이고 점심시간에 테이블당 두번 손님이 든다고 하면 스무개 x 2회 x 1불 팁 ÷ 6 = 6.6불.

 

 

그러니까 그들은 점심시간만 고려한다면 하루 26.6불(8시간 x 2.5불 + 6.6불)불의 임금을 받는 것이다. 한국의 회사택시 운전사보다 열악한 임금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팁을 안주었던 행위는 그들의 하루 수입원의 상당부분을 강제로 빼앗어버렸던 행위인 것이다.


 

 

기사를 보아하니 한 식당에서는 식당손님이 팁을 주지않게하는 반면 tipped worker의 시간당 임금을 7불로 올려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이 식당의 성공사례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내가 얼마 전에 통장을 정리하면서 내 통장에 들어왔던 '인세티브 명목의 금액' 때문이었다. 내가 투자했던 회사, 나중에 증자가 되면서 따라하기를 하지 않아 내 지분은 회계장부열람권을 겨우 유지할 정도로 떨어졌지만 열정페이+재능기부+돈기부+인맥페이가 합쳐져 창업 시 공헌했던  것에 비해 과도한 인센티브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누누히 주장했던, '인센티브는 자본주의의 가장 사악한 제도 중 하나'라는 것에 맞게 '당신들은 나에게 줄 인센티브 대신에 직원들의 봉급을 더 주는게 회사를 위해 좋지 않느냐?'라고 말할려다가..... 지금 그 인센티브에 끌려, 새로운 아이템 개발 기획을 하고 있다.


 


 

주장 따로 행동 따로... 라는 비난이 쏟아진다면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지만, 미국의 tip 문화는 인센티브 제도와 함께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사악한 제도 중 하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다음에 미국에 갈 때는 '귀찮아도' 잔돈을 꼭꼭 챙기겠다는 다짐 뿐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