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정치력이 入神의 경지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에는 광주 5.18 전야제에 가서 물세례를 받더니 이번에는 고 노모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노건호로부터 훈계를 듣고 물병을 맞기도 했습니다. 적지(?)를 방문했다가 험한 꼴을 당하고도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대범하게 처신하고 있습니다. 또 예전같으면 노건호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이 강한 반박을 했을 법도 한데 별다른 비판 없이 조용한 것을 보니 김 대표의 만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정치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평소 '무대(무성 대장'으로 불리운다고 하더니 애칭값을 톡톡히 하는 것 같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반갑지 않은 손님일 줄 뻔히 알면서도 광주와 봉하를 찾은 것은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정치전략적 측면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김무성 대표로서는 손해본 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사건을 통해 김무성 대표는 대인배의 모습을 연출했고 '통 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소인배'적 처신을 싫어하고 혐오하는 데 김무성 대표가 두 사건을 통해 대인배적 이미지를 획득한 것은 차기 대선 가도에서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광주와 봉하에서의 사소한 봉변의 댓가로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내에서의 입지도 더욱 강화될 것 같고 내년까지 당 대표를 맡는다면 새누리당 차기 대선 후보 제 1순위가 될 것임은 明若觀火해 보입니다. 만약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문재인은 쨉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우선 두 사람의 주요 지지기반인 영남에서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압도할 것으로 보이고, 또 야권의 중심인 호남에서도 김무성 대표는 과거 여당의 어느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을 것 같습니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 5.18 공식 기념곡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호남의 민심에 부응하는 발언을 하고 기념식에서 노래를 부르자 호남 분들 중에도 김무성 대표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5.18 전야제에서 물 세례를 받고 물러나오고 난 후 인터넷을 보니 물 세례를 한 시민들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제가 웃음과 함께 유의미하게 본 것은, 김무성 대표에 대해 '의리가 있다'고 하는 표현들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의리있는 남자'로 지칭되는 것은 대단한 칭찬이죠. 무엇보다 그런 칭찬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호남 분들이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의리있는 남자' 이미지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차기 대선에서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격돌한다면 지난 17대 대선에서의 표차보다도 더 큰 표차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김무성 대표가 순조롭게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고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의 비토 정서가 여전하다는 가정 하에서의 결론입니다만.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될까요? 또 본인은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권력의지는 있을까요? 차기 대선이 아직 3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의 판단은 큰 의미가 없지만 제 생각에는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로는 김무성 집안의 내력 때문에 국민들의 거부감이 심할 것으로 보이거던요. 무엇보다 선친 김용주의 친일 행각에 대한 논란이 큰 이수로 부각될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선친의 친일 논란에 대해 "친일파가 아닌 애국자"라고 반박하면서 선친은 "사재를 털어 조선인 한글교육 야학을 개설하고 일본자본에 맞서 조선상인회를 설립하는 등 애국자적 삶을 살았고, 친일인명사전에도 없으므로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만, 경선 과정에서 극심한 논란이 될 것임은 不問可知입니다. 또 김무성의 외가가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득권인 조선일보와 현대 그룹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도, 관언유착이니 정경유착이니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것인 바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둘 새누리당 당원들로서는 김무성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점에서 경선 경쟁자로 유력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보다 훨씬 약점이 많다고 보여집니다. 저 또한 김무성과 김문수 중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김문수를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문수 전 지사는 당내 세력 분포에서 김무성에 쨉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김무성 대표는 지난 22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정책포럼 강연회에서 “대권은 하나님 스스로 주는 것이고 제 스스로 하는 것은 없다”면서 기자들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냐”는 질문에 “나는 대권 자격이 없다”고 했답니다. 워딩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일종의 몸사리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인이, 그것도 김무성 정도 되는 인물이 대권에 욕심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지금의 판세가 내년까지만 유지된다면 거의 100% 대권에 도전할 것입니다. 어쩌면 본인은 家系의 약점 때문에 출마를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등쌀에 밀려 출마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도 13대 대선에서 그런 입장이었다고 한 얘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양보하고 싶었는 데 주위의 기대 때문에 양보할 수 없었다는 얘기였죠.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선친의 친일 행각과 외가의 친일 전력이 큰 이슈로 부각될 것임을 뻔히 알고 있을 것이기에 선뜻 대권에 나서기에는 망설임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권은 하늘이 주는 것이다'고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김무성 대표의 이미지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하는데 김무성 대표가 환영받지 못할 줄 알면서도 5.18 전야제와 봉하의 추도식에 참석하고 그 댓가로 물 세례와 소소한 비난을 받고서도 의연하게 대처한 것은 김무성 본인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에도 상당한 이득이 될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아마 내년에도 갈 것이고 후년에도 갈 것입니다. 그리곤 또 물 세례를 받든지 욕을 얻어먹겠죠. 그럴수록 이미지는 더욱 좋아지고 대권으로 가는 유리한 길목에 들어설 것입니다. 어쩌면 김무성은 내심 물 세례나 소소한 욕설이 아니라 더 자극적인 봉변을 원할지도 모릅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대한민국의 화합을 위해 애쓰는 정치인, 지지층의 결속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순교자적 빅이벤트니까요. 그런 점에서 조국 교수가 김무성의 속마음을 잘 포착했네요.  “(김무성에 대한 물병 던지기)던진 이의 심정, 이해는 가지만 김무성은 속으로 미소지을 것”이라면서 “(김무성 대표) 내년 추도식 및 그 전후에도 계속 올 것인데, 비쥬얼이 선명한 달걀이나 페인트 세례를 원할 것이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