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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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순하리'라는 물건인데, 과일소주라고 말은 하지만 주세법상 정확히 말하면 소주는 아니고 리큐르입니다.


그래도 오리지널 브랜드인 '처음처럼'이 소주고,' 처음처럼'에 유자과즙을 섞어서 만든 것이니 그냥 편의상 과일소주로 부르지만요.



도수는 14도로, 소주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습니다. 똑같은 알콜 도수의 제품을 찾아보면 매화수가 있지요.


소주도 너무 세서 마시기 부담스럽다고 하는 여성층이나 젊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저도주인 것 같습니다.



이걸 예전에 SNS상에서 붐이 일기 전에 집 앞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구해서 마셔봤었습니다.


첫맛은 소주의 역한 알코올 맛이 별로 안 나고, 유자의 맛 때문에 상당히 상큼했습니다.


유자 특유의 시면서 상큼한 맛 때문에 음료수처럼 마시기 좋더라고요.


다만 그 맛이 좀 강하다보니 일반적으로 소주와 같이먹는 음식과 같이 반주하기에는 부담스러웠고요.


그래서 이걸 마셨을 때 물을 안주로 해서 먹었어요.



먹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이거 대박나겠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슈퍼마켓 주인도 물량 들어올 때 자기도 마시려고 따로 사놓는다고 할 정도였고, 그때 붐이 일기 전이었는데도 아주 잘 팔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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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롯데마트에 갔을 때 주류코너에 붙어있었던 안내문.


이제는 거의 운 좋아야 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죠.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었을 때와 같은 기시감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대박이 나다보니, 경남지역 소주로 유명한 '좋은데이'도 과일소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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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형적인 미투제품이지요.


원조에 비해 '우리는 종류가 더 많다!'라는 것을 내세우려고 했는지, 세 가지 맛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신림역에서 술을 마실 때 판촉행사도 하는 것을 보면 이걸 이용해서 수도권에도 진출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걸 보면서 의아했던 것이 왜 이런 제품이 이제서야 나왔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일단 소주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이고, 소주와 관련된 문화가 많이 발달했지요.


그리고 소주에 과일을 섞으면 소주의 역한 맛을 없애주고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맛도 좋아지고요.


이런 상황인데, 2015년에 들어서야 메이저 소주회사에서 이런 술을 만들었다는 점이 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691471.html


물론 이 기사에 나오듯이, 1990년대에 레몬소주가 유행했다고 하지만 이때 유행했던 소주가 왜 사라졌는지도 궁금하고요.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C21&newsid=01121766609366624&DCD=A00302


이 기사는 롯데주류의 상품개발팀장과의 인터뷰 기사인데, 여기서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처음처럼 순하리가 탄생한 배경에는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저도주 문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 등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일이나 허브 등을 넣어 독한 술을 순한 술로 바꿔 마시는데, 이런 문화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결국 전세계적 트렌드에 의해 이 제품이 생겼다는 건데, 트렌드가 아니었으면 이게 나올 일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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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을 쓰다가 발견한 사실인데, 사실 2012년에 '참이슬 애플'이라는 이름으로 한정판 과일소주가 나온 적이 있었네요.


그런데 이건 그야말로 한정판으로 끝나서 지금은 생산이 되지 않고 있는데, 이 제품이 당시에 얼마나 팔렸는지 기사는 찾아보기 힘드네요.


아마 한정판이 그냥 한정판으로 끝난 정도면 생각보다 많이 팔리진 않은 것 같은데, 이 제품과 '처음처럼 순하리'가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인지 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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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보해양조에서 전라남도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레몬캡입니다. 레몬향이 나는 리큐르죠.


이게 찾아보니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90년대인데, 아직도 전국적으로 인지도는 거의 없어요.


현재의 과일소주 열풍에서 이 녀석은 왜 소외되었을까, 혹은 이게 왜 그런 열풍의 주역은 되지 못했을까?


궁금하네요. 마케팅의 실패인가?



하여간 글 쓰다보니 이거 다시 마시고 싶어지네요.


지금 사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