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달간 야권에는 여러 일이 일어났습니다. 경선룰 변경 스캔들과 그에 이은  문재인 당 대표 당선. 이후 천정배, 정동영의 탈당과 새정연의 재보선 패배, 정청래 막말 파문에 이어 이번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 소동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벌써 국민 연금 파국이나 성완종 리스트는 희미해진 작은 뉴스 처럼 느껴질 정되입니다.)  통합 민주당 시절에서 새정치 민주 연합에 이르기까지 누적되어 왔던 모든 모순들이 이제는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애시당초 직전 당대표를 하다가 책임지도 사임한 사람을, 그 다음 당대표가 혁신 위원장으로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생각해 보면 아무런 명분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당연하게 거절했습니다. 

진짜 웃긴건 그 자리에서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위원장을 찾는 동안 잠깐동안 입을 다물어 달라.'라고 부탁을 해놓고는 엄청나게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겁니다. 재미있게도 그 기간동안 안철수가 승락쪽으로 기울었다느니, '당대표에 준하는 권한을 달라'느니 하는 기사(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20/2015052000298.html) 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심지어 야당 최고의원이라는 사람들도 당대표에게 언질을 듣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http://www.updow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801) 

기본적으로 수를 쓴거라고 보여집니다. 안철수의 유한 이미지를 이용해서, 야권 주류 친문 세력에게 휘둘리게 보이도록 견제를 날린거죠. 또 그렇게 언론플레이로 압박해서 못견뎌서 덜썩 승락이라도 하길 바란거고요. 조조랑 마초가 싸울때, 가후가 글자가 지워진 편지를 보내서 마초와 한수 사이를 이간잘 했던 고사에 나오는 그런 수단과 흡사한거죠. (웃긴건 바로 며칠전에 천정배 의원을 상대로 정확하게 똑같은 수법을 썼다는거.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6554)

사실 혁신위원장이라는게 애시당초 시간끌기용 자리입니다. 

애시당초 지금 당대표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대표(와 당주류들의 모임이) 임명하는 '혁신 위원장'이라는 자리로 뭔가 이뤄내는 건 물가능불가능합니다. 예를들어 그 혁신위원장이 "당대표, 당신이 물러나시오." 내지는 "당대표를 출당 시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를테면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이준석씨가 박근혜 대표를 날려버릴 수 있었겠습니까? (아재 덕심으로 이야기 하자면, 루비 아이에게 드레곤 슬레이브를 날려봤자 효과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그 핵심 위원장이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당대표의 복심을 받아 "공정한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특정 인물들 솎아내는 일이나 벌어질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 자리에 올라서 그런 역할을 거부하면 파열음만 날꺼고, 결국 "당혁신 하라고 했더니 지사람 심기에만 열중하더라." 라고 몰아붙이고, 이어지는 재보선 성적표를 가져온 다음, 전승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거봐 안철수도 별수 없거든 ㅂㅅ나." 이러면서 관뚜껑에 못질이나 당할 공산이 큽니다.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를 하고 있을 때, 연판장 돌려가면서 당대표와 지도부 비판하며서 안철수 끌어내리기에 압장섰던 사람들이 "선당후사 해라" 하면서 안철수 의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정말 우습기 그지 없습니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520_0013675092&cID=10301&pID=10300) 이를테면 저 기사에서 "... 이 프레임으로 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안철수 의원이다. 당을 아는 사람이 혁신위원장을 맡는게 맞고, 그래도 안 의원이 당내 인사중 제격" 이라고 띄워주는 인터뷰한 우원식 의원만 해도 그간 안철수 의원에게 계속 비판적이지 않았던가요?  (우원식: 안철수 5석 유지 발안 당대표가 할 얘기가 아니야 직격탄 http://www.cbci.co.kr/sub_read.html?uid=214674, 우원식: "안철수의 새정치는 너무 인기 영합적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340179 우원식: "안철수-고승덕 맞잡은손, 기가 막히다" http://www.dailian.co.kr/news/view/440078 )

문재인 대표가 사실 안철수 의원과 진심으로 함께할 기회가 없었던건 아닙니다. 재보궐 선거 결과 나오자 마자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를 비공개로 만나서 원내대표 합의 추대 하자고 제안했는데, 문대표는 실질적으로 거부했습니다.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no=2015043018128010587)  정치력을 발휘해서 물밑에서 계파간 화합을 도모하잔 말인데, 그러기 힘들다고만 답했죠. (이 제안듣고 그렇게 해 봤자 안철수만 빛날꺼기도 했고... ) 어떻게보면 안철수 의원이 마지막으로 한번 당살려 볼려고 손잡을 기회 준건데, 바로 생깐겁니다. 

지난 대선 후보때 단일화 토론회에서 빚받으러 나온듯 쉰소리 내시던 모습. 단일화 이후에도 자기들 끼리 알아서 하려다가, 지지율에서 밀리는거 같으니까 안철수 의원 불러내서 얼굴 마담 시키던 모습. 무소속으로 노원에 진입하려 했을 때, 혹은 신당 창당할때도 친문계 의원들 중심으로 계속 견제 하던 모습.  그리고 합당에 이은 새정연 김한길/안철수 체제 이후에도, 친문 비례 강경파가 지도부에 사사껀껀 도전하며 당을 박살 내던 모습. 이 모든 모습들이 차곡차곡 쌓여왔었는데, 여기에다가 "들어와서 우리대신 책임지고 죽을 자리 감투"를 던진것도 모자라, 언론플레이까지 했던 겁니다.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대표. 둘중 누가 자기를 희생해 가면서 당과 민주 진영을 지키려는 사람이고, 누가 자기/계파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인지가, 갈수록 점점 명확해 지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새정연의 여러 내부 갈등과 모순도 이제 봉합 불가의 상태로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한 안이상한 풍선은 결국 터지게 되어 있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