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마누라의 돈'이라면서 '마누라로 돌려막기'를 하는 홍준표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끝없는 밤'의 장면들이 떠올려져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홍준표의 일대기와 작금의 정치행보는 마치 소년 시절, 자신의 가난한 집의 창문에서 도시로 가는 기차를 무한동경하고 결국은 출세를 위해 살인도 저지르는 '끝없는 밤'의 주인공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어떻게 공개석상에서 '마누라의 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어차피 검찰 수사에서 다 밝혀질 것인데 '마누라로 돌려막기'를 해서라도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 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떨고가려는 것일까?


 

2.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마누라로 돌려막기'를 했던 정치인은 홍준표 이외에 노무현과 문재인. 세 명 다 참, 비열하고 치졸한 짓이지만 그 내면을 곰곰히 살펴보면 홍준표의 경우가 더 악의적이다. 그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비유하자면 세 정치인의 '마누라로 돌려막기'가 노무현과 문재인의 경우에는 교감신경의 작동이 더 컸던 것 같고 홍준표의 경우에는 부교감신경의 작동이 더 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환원하여 설명하자면 노무현과 문재인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던 반면에 홍준표는 '자신의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3. 당신이 야구장에 가서 동행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때 마침 타자가 친 공이 파울이 되어 당신의 머리 쪽을 향해 날라오고 있다. 그 때 당신의 행동은? 답 : 아이를 들어 야구공을 피한다.


 

미친 소리하지 말라고? 실제 그런 사건이 있었다. 롯데 자이언트 경기로 기억하는데(상대팀은 기억이 안난다) 야구를 관람하러 온 관객이 파울볼이 날라오자 마침 무릎메 앉혔던 아이를 들어 파울볼을 막은 사건.


 

물론, 결과론적으로는 미친 짓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행위이다.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교감신경의 역할이고 '내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라는 의식은 부교감신경의 역할인데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보다 반응 속도가 0.2초 정도 더 빠르다고 한다. 따라서, 먼저 반응된 부교감신경의 명령에 따라 마침 무릎에 앉혔던 아이를 들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4.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반응속도에 대하여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그 것은 바로 '헐리우드 서부 영화'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정의의 총잡이가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이 과학적으로 합당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악당은 그 행동을 교감신경에 의해 총을 꺼내고 '정의의 총잡이'는 부교감신경에 의하여 총을 꺼내니 찰나의 차이가 결정짓는 총대결에서 반응 속도가 느린 악당이 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홍준표의 '마누라로 돌려막기'의 기사를 보면 아주 자유스럽게 마누라를 동원했고 그 결과 9억원이라는 돈의 출처 때문에 마누라가 꽤나 고생을 했다는 것인데 홍준표 마누라가 고생하건 말건 내 관심사가 아니라 홍준표의 '마누라로 돌려막기'는 '헐리웃 서부 영화에서 정의의 총잡이'처럼 이주 자유스러운 부교감신경, 그러니까 외부의 공격에 '이성에 의한 반응'이 아니라 '반사신경에 의한 반응'이라는 것이고 이런 추잡한 변명의 행위가 생활화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은, '끝없는 밤'의 주인공과 같이 홍준표에게서도 '소시오패스' 냄새가 난다는 것이고 그 자리에 올라올 때까지의 행적을 반추해보면 차라리 불쌍하기까지 하다. 마치 '끝없는 밤'의 주인공의 파멸 장면에 '속시원하다'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덧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좀 헷갈리는데 이런 틀리는거 절대 못참는 '오마담님의 지적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검색하지 않고 그냥 '뻔뻔하게' 쓴다. 꼬와도 참으셔~!!! ^^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