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전패로 촉발된 새민련의 내분이 점입가경이고 문재인 대표는 사면초가로 몰리는 것 같습니다. 주승용과 정청래의 언쟁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고 비노와 반노는 연일 문재인과 친노의 패거리 정치를 비판하면서 계파정치 청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노와 반노의 비판에 한동안 고개를 숙이 듯 하던 문재인 대표는 더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전면적인 공세로 전환하여 "친노는 없으며 더이상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고 반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공개되지 않은 연설문 초안에서 비노와 반노의 공격은 '기득권층들의 지분챙기기에 불과하다'면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비노와 반노는 공천권 요구나 지분 요구를 일절 한 적이 없다며 "문 대표의 이런 왜곡이야말로 패권주의의 민낯"이라고 성토했습니다. 또 박지원 의원은 "기득권은 문 대표와 친노가 갖고 있다. 기득권 운운하지만 비노가 무슨 기득권을 갖고 있나"라면서 "대표로서의 언행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새민련 내의 원로 그룹도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작금의 새민련 내분을 보면 '저들이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고 당장이라도 분당이 가시화될 것처럼 위태위태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탈당이나 분당을 할 경우 서로 공멸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에 쉽게 분당을 하기는 어렵죠. 더구나 비노, 반노에 중심적 역할을 할만한 인물도 없는 것 같고. 따라서 조만간 적당한 선에서 새민련의 내분도 종식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또다른 대형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 한 말이죠.


비노와 반노의 핵심적인 주장은 문재인 대표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이지만 문재인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작년에 7.30 재보선의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한길, 안철수의 예를 모르지 않을 문재인이 죽어도 대표직을 고수할려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권력욕이 강해서일까요? 아니면 지난 대선에서 아깝게 패했다는 아쉬움 때문일까요? 문재인의 속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만 문재인이 대표직에 상당한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 일방적 추측이지만 문재인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새민련을 완벽한 '친노당'으로 재편할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공개되지 않은 연설문 초안에서 보듯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들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 호남의 주류를 '기득권 타파'라는 명분으로 완전한 물갈이를 시도할려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초안의 내용을 보고 '와..문재인 쎄게 나오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단어 하나하나에 비노와 반노에 대한 적개심이 묻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친노가 아니면 다 죽인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문재인이 그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속셈이 드러난 것 같았습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비노와 반노를 완전 물갈이하거나 완벽히 제압하고 차기 대선을 위한 발판을 구축하는 것, 이것이 문재인이 대표직을 유지할려는 속셈이 아닐까 합니다. 비노와 반노를 물갈이하거나 완벽히 제압을 하면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문재인에 대한 비판은 줄어들 것이고 대선 후보가 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기에 대표직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노와 반노가 문재인의 뜻대로 움직여줄까 하는 점이겠죠. 만약 문재인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호남의 주류들을 물갈이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내분을 겪게될 것이고 대부분의 호남 정치인들이 탈당을 할 것입니다. 정동영, 천정배가 그 예죠. 그렇게 되면 호남에서 완벽한 패배를 당하게 될텐데 호남을 상실한 새민련이 존재할 것이며, 문재인이 존재할 것인가 하는 점이죠. 절대 불가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호남이 없는 새민련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할 가치도 없으며 존재할 필요도 없습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의 가장 중요한 아킬레스건이 호남의 민심인데 호남의 민심을 대변하지 못하는 야당에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새누리나 여권의 입장에서는 그런 야당은 있으나마나한 정당이라고 생각할게 분명합니다. 여당이 상대해주지 않는 야당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해 지리멸렬해지거나 결국 소멸하게 되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문재인이 공개되지 않은 연설문에서 '호남 기득권 타파' 운운한 것은 중요한 실책으로 보입니다. 그 문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자 당장 비노와 반노가 격렬하게 성토하는 것만 보아도 문재인이 얼마나 얼빠진 소리를 한 것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문재인의 정치적 비루트가 약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죠. 문재인도 비노와 반노가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자 슬쩍 꼬리를 내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초계파적 혁신기구를 구성해 당 내분을 수습하기로 했다는 것을 보면 문재인 입장에서도 다급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구를 구성한다고 해도 이미 당의 주도권을 문재인과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언론의 보도를 보니 비노와 반노 진영도 시큰둥한 것 같구요.


제가 생각할 때 문재인은 이번에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본인에게도 유리하지 않나 싶습니다. 애초에 박지원 의원과 대표 경선을 할 때 박 의원이 '대표직과 후보직의 분리'를 강조한 이유도 당 대표를 하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공격을 받거나 상처를 받으면 대선 후보가 되는데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딱 그짝인데요, 문재인은 지금 엄청난 상처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비노와 반노의 공격도 큰 상처지만 국민들로부터의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이 더 아프게 느껴질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은 최근의 새민련 내분을 보면서 비노와 반노보다는 문재인에게 더 많은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제 주위의 젊은 친구들도 보면 거의 문재인을 비판하고 있더군요. 더욱이 호남의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 새민련의 절대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방기하고서 당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하물며 차기 대선 후보로 선출이 가능하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을 두고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합니다. 지도자가 그런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치명적이죠. 어느 누가 책임감없는 지도자를 좋아하겠습니까? 처음부터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련없이 대표직을 물러났더라면 진중한 이미지와 함께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인정했을텐데 대표직에 연연하면서 이미지를 더욱 망치고 있으니 문재인의 소탐대실이 참으로 한심합니다. 이번 새민련 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새민련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도 상당히 실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으로서는 대권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죠.


전 성공회대 교수였던 신영복  씨가 쓴 <강의>라는 책을 보면, 위(位)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위란 곧 '자리'를 의미합니다. 핵심적인 의미는, 사람이 자신의 분수에 맞는 자리에 있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역량을 벗어나는 자리를 탐내다가 불행을 자초하거나 화를 당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거절하거나 피치못해 앉았다 할찌라도 곧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죠. 어쩌면 문재인도 공당의 대표로서는 역량이 부족하거나 큰 정치인이 되기에는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문재인은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이 운명이듯이 새민련의 대표를 맡는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큰 정치인이 될려면 때로는 운명도 거스릴 줄 알아야죠. 더욱이 운명이 순리에 어긋날 때는 더욱 자신의 처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문재인도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만,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표직에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비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금의 문재인의 모습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다면 뭐라고 할까요? 아마 "야 임마! 남자답게 물러나지 않고 뭐하노?"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재인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우리 정치인 중에는 상남자가 참 드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