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친노 정치인들, 친노 네티즌들 그리고 친노 언론 한겨레신문의 김의겸과 곽병찬 등은 호남정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분열하지 말라."

분열이란 지향하는 가치가 같은 사람들이 비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갈라서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과 친노 정치인, 언론인들이 전매특허처럼 써먹는 '분열하지 말라'는 요구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들과 호남 정치 또는 호남 유권자들이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문재인, 친노 정치인, 친노 언론인들이 결코 호남의 편 또는 호남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호남을 보호하는 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이 대북송금특검의 주역이고, 청와대에서 호남출신들에 대한 인사차별을 주도했다는 것, 부산에 내려가 '참여정부는 부산정권'이라고 했다는 얘기는 생략하자. 하지만 문재인은 지난 2012년 대선의 부산유세에서도 "세번째 부산대통령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만일 정동영이나 다른 호남 정치인이 광주나 전주에서 "두번째 호남 대통령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그날로 정치생명이 끝장나고 영원히 정계에서 퇴출됐을 것이라고 본다. 정동영의 노인 발언을 두고 지금까지 씹어대는 한겨레신문은 문재인의 저 발언에 대해서 일언반구 비판의 말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안다.

내가 문재인의 저 발언에서 정작 충격을 받은 것은 '부산대통령'이라는 워딩보다 '세번째'라는 표현이었다. 세번째? 두번째는 노무현, 첫번째는 김영삼일 것이다. 즉, 문재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은 바로 김영삼을 뿌리로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분명히 밝힌 것이다.

IMF를 불러온 김영삼의 업적이 과소평가됐다며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나는 그들의 그런 주장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 있다. 김영삼의 업적과 별개로 김영삼은 삼당합당을 통해 호남고립 구도를 구조화한 주역이었으며, 그 이전 87년 대선 당시에도 김대중에 대한 빨갱이 사냥을 서슴없이 시행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문민정부라는 정권에서 호남에 대한 인사차별을 노골화했으며 거기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능력위주로 선임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는, 영남 출신 우월론을 최초로 공식화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 영남 출신 우월론은 이후 모든 영남 출신 대통령들이 주요 인사 때마다 써먹는 공식 멘트가 됐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이렇게 김영삼을 정치적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노무현은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 친절하게 "호남 정치인들이랑은 같이 정치 못하겠다"며 자신의 그런 정치적 뿌리와 정체성을 친절하게 공개적으로 설명해준 바도 있다. 문제는 노무현과 문재인이 이렇게도 분명하게, 열심히, 치열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해주고 있음에도 호남 유권자들이 그 사실을 잘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8 전당대회가 끝난 후 나는 새정치연합의 아는 분을 통해 문재인 신임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중요한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새정치연합이 표는 호남에서 얻으면서 실제로 호남의 권익을 위해서, 호남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새로 대표로 취임하셨으니 우선 가장 공감을 얻기 쉬운 혐오발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당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거나 또는 토론회를 조직하는 게 어떤가? 그렇게 나선다면 지평련도 적극 협조하겠다.'

하지만, 나의 이 제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이 제안이 문재인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하고 실무선에서 차단됐다고 해도 문제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저런 제안이 전달될 수 없는 새정치연합의 그 분위기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김영삼이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이나 가치관이 호남과 같을 수 없다는 것 심지어 적대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분명한데도 호남 정치를 비판하는 논거로 '분열의 위험'을 말하는 것은 매우 뻔뻔한 작태이다. 친노 세력이 자신들의 거의 유일한 정치적 무기인 호남 협박 정치를 다시 한번 써먹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뿐이다.

나는 지난해부터 새정치연합이 위기 타개랍시고 개최한 이런저런 행사에서 "유일한 길은 김대중당과 노무현당이 갈라서는 것"이라고 몇번에 걸쳐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다. 정치적 지향과 가치관이 다른 세력이 함께할 때 생기는 현상은 명백하다. 커지는 것은 갈등과 불협화음이며, 추락하는 것은 이러한 정치집단에 대한 국민적 신뢰이다. 간단히 말해서 다같이 망한다는 얘기이다.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갈라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게 친노세력을 위해서도 좋은 방안이다. 이렇게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친노진영이 호남정치를 공격하는 명분으로 '분열론'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 친노 정치세력에게 좋은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정말 분열이 걱정된다면, 그렇게 분열 걱정하는 친노들이 솔선수범해서 사퇴해라. 그러면 그렇게도 걱정하는 분열 문제는 싹 해결된다. 그렇지 않나?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노무현 집권 이후 야권을 주도해온 친노세력이 연전연패를 거듭했다는 점에서 물러나서 분열을 방지해야 할 책임은 친노세력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조차 마음에 안든다면 백보 양보해서 다른 제안을 하고자 한다.

친노가 독립해서 하나의 당을 꾸리고, 반노 세력도 힘을 모아 하나의 당을 꾸리자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내년 총선에서 한번 대결해보자는 것이다. 누가 더 국민의 지지를 받아 더 많은 의석을 얻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에 의해 누가 양보해야 하는 세력인지, 누가 양보를 받아야 하는 세력인지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서로 반칙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친노 세력은 김대중 아닌 노무현을 내세우고, 반노 세력 역시 김대중만을 말하고 노무현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이런 합의가 지켜진다면 친노가 걱정하는 분열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두 세력이 하나의 당으로 합칠 수 있는 질서가 만들어진다는 얘기이다. 사실 친노세력에게 이렇게 온건하고 타협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지, 저들이 이런 대우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집단인지 지극히 의문이긴 하다. 이 방안은 저들 친노집단이 호남을 향해 저지른 숱한 패악에도 불구하고 저들을 용납할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어른이 양보하고 이해해야지. 어린아이 귀여워하면 코 뭍은 밥 먹기도 하고 수염을 뽑히기도 한다. 애초부터 싸가지 없는 것들 제대로 혼내고 교육시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호남 유권자들이 결자해지하는 심정으로 이 정도 수고는 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