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무안군의 보궐선거를 찍은 적이 있습니다. 이 선거에선 김홍업 씨가 후보로 나왔고, 이희호 씨가 유세를 도왔습니다. 여기서 매우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유권자가 이희호 씨를 만나자, 난데없이 길 가에서 엎드려 큰 절을 하던 장면입니다. 이희호 씨는 나지막히 "일어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면이 가슴아픈 이유는 호남 정치인들과 호남 유권자들의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이 정말로 민주주의의 고장일까요? 개인적으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남은 민주주의의 고장이 아니라 정반대로 무소불위 독점 권력의 고장입니다. 

 호남의 정치인들은 몇몇을 제외하고 호남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습니다.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가 결정될 때에도, 얼마 전 서대전 경유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호남 정치인들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충청도의 유권자들이 무서웠기 때문이었을까요? 분명한 것은 전라도의 유권자들은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그들이 무슨 짓을 해도 찍어줄 테니까요.

 호남은 현재 가장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입니다. 지역 경제가 국비 보조로 굴러간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호남이 집권하던 시절에는 경제적인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2000년대에도 호남은 계속해서 인구가 줄었습니다. 반면 충청권은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전주의 절반, 1/3크기이던 청주, 천안은 이제는 전주보다 더 커졌습니다. 진천, 음성 등의 충청권의 작은 군들 조차도 전주만큼이나 산업생산력이 비등합니다. 이미 경제적으로, 인구로도 충청도는 전라도보다 훨씬 거대한 지역이 됐습니다. 

 지난 87년 이후, 전라도는 끊임없이 한 후보만을, 한 정당만을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합니다. 호남의 정치인들은 지역사회에 군림합니다. 이것을 건강하고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마치 그 지역의 왕인 것 마냥, 자신의 의지가 곧 그 지역의 의지인 것 마냥 행동합니다. 여기서 더 슬픈 사실은, 그것이 사실이란 점입니다. 그들은 그 지역의 왕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지가 곧 그 지역의 의지입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치인들 뿐만이 아닙니다. 수협 조합장만 해도 완장질이 엄청납니다. 자유당 때마냥 단독출마도 합니다. 혹시나 새로운 후보가 나타나면 그 후보는 대출 연장이 중단됩니다. 조합원의 조합원 자격이 박탈되기도 합니다. 조합장 눈에 찍힌 조합원은 고기를 잡아도 그 지역 수협에 고기를 못내놓습니다. 다른 지역의 수협으로 가야 합니다. 기름값이 들고, 고기의 신선도도 떨어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어떻게 이런 행동이 가능할까요? 지역 사회가 비리, 부패로 막혀있어 제대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군수의 비리를 취재하기 위해 중앙 방송국에서 내려오면, 지역 신문의 기자는 그 방송국의 취재를 막는 동시에, 중앙 방송국의 취재 내용을 군수에게 일일히 전달해줍니다. 호남 정말 '민주화의 고장'일까요? 호남에서 선거로 뽑히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민주주의'에 맞게 행동하고 있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현재 호남은 민주주의의 고장이 아닙니다. 호남의 시민들은 시민이 아닌 신민입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시민이 아니니 마음대로 행동합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민주적인 시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끝없이 피해의식을 불어넣습니다. 인터뷰를 하거나 자서전을 쓰면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 이런 차별을 받았다, 저런 차별을 받았다, 등등의 얘기들을 늘어놓습니다.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라도에 예산 차별, 전라도에 인사 차별, 전라도에 기차는 노후 기차, 어쩌고 저쩌고 등등
 그래서 차별을 운운하는 정치인들은 전라도 차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여기에 반응된 호남 사람들은 지역 차별에 분노합니다. 그리고 그 차별에 대한 대항을 한 정당에 몰표를 찍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과연 이 방법은 정말로 효과가 있는 방법일까요? 이 분노는 누구를 위한 분노일까요?

 지금 호남에 필요한 것은, 호남을 발전시키고 호남을 부유하게 만들 계획과 실천입니다. 시민들의 경제적인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정치가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호남은 앞뒤가 뒤바뀐 상태입니다. 정치를 위해 시민들이 존재합니다. 

 호남이 사는 방법은 몰표를 버리는 것입니다. 일방적인 지지를 버려야 합니다. 제대로 일 못하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의 의견이 곧 지역의 여론인 것 마냥 행동하는 것도 자제하게 되겠죠. 

 호남 시민들은 깨어나야 합니다. 더이상 한 당에만 지지를 보내는 일방적인 몰표는 지양해야 합니다. 호남의 발전을 위해 뛰고 일하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능하고 부패하다면 과감히 쳐내야 합니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호남 스스로 지역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지역주의에 매몰된 채 계속해서 대결하면 전라도만 만신창이가 됩니다. 여기에 웃는 사람들은 자격미달의 호남 후보들과, 대척점에 있는 정당과 그 지지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