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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한국,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 |

예전에 읽어던 '부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 '부의 대물림에는 금전적인 요소보다 다른 요소들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내용을 본 것 같습니다.(정확히 어느 부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교육과 진로에 있어서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투자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모의 방식을 자식이 학습하게 되고 이것이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일종의 문화유전이 있다는 이야기였던 듯 싶습니다.
예전처럼 하루종일 애들을 강제로 잡아놓고 경쟁분위기를 조성하여 공부를 시켜서 등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진학을 시키는 학교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가정 중심의 교육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진학과 진로에 있어서 각 가정의 경제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의 영향력도 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학교 교육과 이에 따른 등수에 따라 진학하고, 여기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던 것과는 달리 각 가정 별로 동기부여와 학습 방식의 영향이 더 중요시 되면서 이에 따라 등수가 나타나고 진로가 결정되게 되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좋은 TV 방송 또는 인터넷 등의 보조 교육 시스템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강의 능력이 향상되어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더라도 결국 각 가정의 문화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아이들을 하루종일 학교에 붙잡아 놓고 폭력을 동원하여 강제로 공부를 시키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것보다는 지금이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비행소년님/
옛날식 강제교육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제가 논지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꺼낸 것이죠.^^; 비행소년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다양화라는 이름아래 개인의 공부실력 외에 부모의 경제적인 뒷받침을 요구하는 제도들의 문제점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말씀대로 한국의 교육은 직접적인 면에서는 학원 중심이긴한데, 간접적인 면에서는 결국 가정과 그 주변 환경이 중심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성공한 부모를 모델로 삼아 강남 8학군과 대치동 학원가를 거치면서 그곳의 학업적인 분위기 속에서 경쟁을 통해 자라온 학생들과 일반 가정에서 학원을 다니며 자라온 학생, 이 둘의 차이를 크게 만드는 것은 강의와 학습의 질보다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대학교에서 별로 고시의 합격자 수 많이 차이나는 것이 교수들이나 학생 개인의 차이보다는 학교의 분위기가 고시의 준비나 과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처럼 말이죠.
물론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형태의 입시제도는 직접적인 경제력의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한국의 교육은 환경이라는 간접적인 요소보다도 경제력이라는 직접적인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지만 환경의 차이라는 간접적인 요소도 고려한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처럼 강제적인 교육은 불가능하고 그런 모습이 다시 나타나서는 안되겠지만요.
작금의 2, 30대의 우경화가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시작한 대입정책에 대한 증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우스개소리도 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스펙을 돈으로 사서 대학에 수월하게 들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낀 세대입니다. 오히려 박근혜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선거공약으로 대입간소화를 들고 나왔으니 뭐... 이건 야당이 어젠다를 잘못 잡아도 크게 잘못 잡은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뭔가 방향을 바꿔보려고 생각하지 않고... 현 제도가 학교장 추천, 지역균형선발 등의 수단으로 계층간 교육기회 평등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적으로 그러한 수단이 어떻게 지방 유력인사의 자제들이 누리는 특혜로 변질되어 있는지, 그리고 정말 제도의 원래 취지대로 혜택을 받는 수가 얼마나 미미한지는 생각해보지도 않고서 말입니다.
KDI 보고서의 제목이 "사회이동성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 인데 한국일보 기사는 "한국은 더 이상 평등한 기회의 나라 아니다."로 뽑았네요. 역시 언론은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표현을 선호하는군요. 저도 기회가 평등한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보다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며 우리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고민해 봐야할 몇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평등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인위적인 평등이라면 이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애초에 기회의 평등이라는 것이 좋은 말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과연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중 하나만 딴지(?)를 걸자면 자본주의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이기적인 거죠^^ 자본주의에는 인격이 없습니다.
일덕재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제 동생과 논쟁할때 항상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 동생왈 "형이 그런 생각을 가지거나 그렇게 행동하게 된 것이 환경이나 유전에 의한 것이라면....." 동생은 유물론자+센델주의자 입니다. 명쾌하게 답변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항상 갑갑한 문제였습니다. 사실 결정론의 문제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답변일 것 같습니다.
단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결정론이 틀렸다고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우리가 결정론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가 공유하는 도덕과 비도덕, 정의와 부정에 대한 판단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제가 위에 적은 자유 어쩌구 저쩌구, 우리들이 아크로에서 하고 있는 반성, 비판들도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언어생활, 행동방식 등도 완전히 바뀌어야 하겠죠.
열심히 공부해서 1등한 아들에게 ..... "그래 열심히 노력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왔구나. 우리 아들 장하다." 라고 해줘야 하는데 아들이 1등 하는 것이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면 도대체 뭐라고 해줘야 할까요? 좋은 답이 떠오르지 않네요. ㅠ.ㅠ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캐릭터나 줄거리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듯이 말이죠.
'나의 선호와 의지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고 그에 따른 나의 행동과 결과도 정해져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이 그 결과와 세상의 일부이니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면 의미가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노력하는 것도 그래서 1등을 하는 것도 결국 정해져있다고 할지라도, 노력해서 결과를 이루는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생각과 가치관이 결국에는 주어지고 만들어진 것일지라도 어쨌든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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