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서울 시내에서 이동할 일이 있어 우연히 두 지역에 걸린 새누리당의 플랭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강남 쪽에는 '공무원 연금개혁 기간내에 해내겠다'는 내용이었고 조금 변두리 지역에는 '가스비 10%인하 새줌마가 해낸다'는 것이더군요. 두 곳 모두 재보선을 치루지도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다수의 국민, 신문에서도 정치면은 넘겨버리는 사람들이 봤을때 새누리당은 적어도 뭔가를 한다는 느낌을 가질만 합니다.
꾼들 사이에서 잘난척하기는 좋지만 일반인들은 별로 관심 없는 책상머리 진보들의 거대담론이나 읊어대고, 자기가 익숙한 진보적 시민단체류 모임만 쫓아다니며 sns로 팬 관리나 하다가 선거때만 되면 정권 심판하자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소위 진보 정치꾼들이 평범한 국민에게 외면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겁니다.
하물며 정치인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의 당원 중에 호남출신이 많다는 이유로 구태 똥친 막대기 취급하며 온라인으로 손가락 까딱거려 운용하는 정당으로 바꾸는 것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그러면서 한번도 제대로 맞은 적이 없는 정치공학에나 골몰하는 인간들이 야권의 주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새누리 천년왕국이 거의 눈앞에 왔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런자들은 자기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가장 앞장서서 판을 깨고 등뒤 총질을 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너무나 심하게 매도당한 사람이 등을 돌리면 야권은 분열로 망한다는 둥 온갖 개소리로 백골이 진토되도록 까대며 주로 같은 야권을 때려잡는데 가장 큰 정력을 쏟아 야권 전체를 망하게 하는데 일조합니다.
정동영이 관악을 출마를 결정하고 친노들이 동교동계 끌어다 노역시키기 시작한 순간, 천정배를 호남 지역주의로 몰아가는 전략을 쓸 수 없게 되었기에 저는 천정배의 당선을 의심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아픈 손가락은 정동영이었지요.
국민모임측이 정의당, 이상규측과 단일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닝구는 옆에 빠져있는 편이 소위 진보 무리들의 명분이나마 살릴 수 있는 길이라 보고 그냥 입다물고 있었습니다만, 혹시나 하던 것이 역시나였습니다.
정동영이 어차피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고 선거 다 끝난 뒤에 이런 소리하는 것이 좀 멋적습니다만, 단일화 한답시고 정의당 후보가 사퇴했을때 정동영측의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의당 지지자들이 자당 후보가 사라졌을때 정동영을 찍을지 친노 직계 정태호를 찍을지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자칭 진보나부랭이들의 호남에 대한 속내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순진성이 안타깝더군요.
5년간 현장마다 돌며 개고생하고, 종북으로 몰려 머리채를 잡혀도 친노와 친노성향 진보무리들에게는 그냥 호남 구태일 뿐입니다. 이들에게는 10년 묵은 노인 폄하발언이 더 중요한 것이죠.
거기다 선거후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 관악을의 호남표는 여전히 새정연이 대표야당이고 될 놈 밀어주자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친노가 당권에 집착할만 하고 그 울타리를 벗어난 정동영은 상당히 어려워지겠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지요.
(김희철이 더 일찍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다면 민심이 바뀔수도 있었겠지만, 3자대결에서 당선은 어차피 쉽지 않았기에 괜히 김희철만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이번 선거 때문이 아니라 대화록 정국에서부터 느낀 것입니다만 문재인의 정치적 무능은 지지자들의 극성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야권과 함께 공멸하느냐 혼자 망하느냐만 남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관악을을 그대로 놔뒀다면 2012년부터 이어진 친노들의 농간에도 불구하고 정태호는 무난히 당선 됐을 것이고, 문재인은 적어도 당내에서는 날개를 달게 되었을 겁니다.
아무리 전횡을 일삼아도 야권 내에서 친노에 문제 제기할 세력이 없음을 공식화하고, 수도권에서 최측근 챙겨주기에 성공하는 문재인 대세론에 누가 이의를 달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되는 이상 천정배 당선도 장담할 수 없었겠지요.
정동영은 손에 잡힐 뻔했던 문빠들의 낙원에 똥물을 끼얹어 주었습니다. 거기다 친노들이 호남과 민주당에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던 진보라는 요술방망이에 감히 호남 구태 정치인이 손을 대서 그들의 안락한 진보적 정신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했지요.
그러다보니 노빠, 특히 문빠들이 정동영이 참여정부 핵심인사였다면서 배신자 운운하며 까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였는데, 부동층 내지 중도층이 봤을때 지지자들 스스로 참여정부가 개판이었다고 자인하는 꼴로 보였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들이 필생의 청산 대상인 '지역주의 호남토호' 천정배보다 정동영을 물어뜯으며 길길이 날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으로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정동영이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정동영 본인에게 가해지는 타격이 너무 커보여 안쓰러울 따름이지요.
어쨌거나 비노들이 이번 정동영의 도전으로 마련된 기회를 무위로 돌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관악을에서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를 얼마나 깊이 파해치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야권과 새정연의 운명이 갈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친노의 전횡 문제가 전면에 부각된다면 정동영이 다시 부활할 길이 없지도 않을 겁니다.
비행소년/
정동영이 크고 작은 실수를 수없이 했던 점이야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개인만 놓고 본다면 대선때 정동영을 찍지 않았고, 이후 그가 상당히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공격을 받을때 한번도 옹호하지 않았던 이유가 호남사람 감싸기에 대한 자기검열 때문이었다는 점 때문에 그에게 미안함이랄지 연민이랄지하는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관악을 출마는 정동영의 호남 출마를 꺼리는 국민모임이라는 집단의 진보팔이성 허세, 그리고 김희철이 당한 부당한 처사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만큼 정동영 입장에서 부득이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동영에 대해 '구심점이나 실체가 모호한 비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정동영 스스로가 친노에 대한 뚜렷한 대항의식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4·29 재보궐 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무소속 정동영 후보는 27일 상대 후보인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현수막 논란’과 관련해 “여론조사로 (결과가) 뒤집혔다”며 “사실 김희철 후보가 관악의 후보가 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만일 정태호 후보가 아닌 김희철 후보가 나오고 또 여론조작이 그렇게 당내에서 횡행하지 않았다면 제가 아마 여기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html?no=233564
별로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만 명불허전 정의당이 진보 단일화 운운하면서도 얼마나 야비하게 양다리를 걸쳤는지 드러나는 기사도 있습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20일 4·29 재보선과 관련, 국민모임의 정동영 후보와 정의당의 연대 문제에 대해 “정의당의 공식입장은 관악을에는 진보단일후보가 없다는 것”이라며 “단일화를 해서 (정의당 후보가)사퇴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프로그램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의당과 국민모임간의 연대에 관해)그건 사실이 아니다.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전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전반적인 4·29 재보선 판세에 대해 “(구도가) 이미 변화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립구도가 훨씬 부각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리한 조건이 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html?no=232878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번 관악을의 경우 친노 체제의 공고화를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꼭 싸워야 했던 자리였고, 그 사지에서 정동영이 싸우다가 패한 것에 대해 그냥 모자란 행동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르는 강물/
글쎄요... 저는 정동영이 은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문재인이 책임 회피하면서 점점 망가지고, 친노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는 상황이 온다면 2012년 너도나도 친노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야권 전체가 서로 친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올 수 있습니다.
그때가 바로 정동영이 부활하는 날일 겁니다. 노무현만 부활하라는 법 있습니까?
그리고 국민모임이라는 진보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만, 호남이 호남 지역당에만 올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당과 호남이 친노의 먹이감이 됐던 것은 친노가 진보의 머리띠를 두르고 구태 호남을 때리는 구도를 그럴듯하게 연출해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보가 친노와 쉽게 야합하게 되었던 배경으로 영남에서의 민노당 의원 배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고무된 재야 진보가 친노의 논리에 동조하게 되었던 것이 매우 주요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 이곳에서 정동영이 역할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국민모임이 정동영 본인에게는 핸디캡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동영이 친노가 성공에 취해 버려둔 영역의 절반만 접수하더라도 친노는 돌아갈 곳이 없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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